이불 속 꿈
- 작성자 목루일
- 작성일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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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소설)
침대는 따뜻해. 침대에 누워있으면 따뜻해. 포근해. 침대에게 이것 이상의 설명이 필요해?
나는 침대가 좋아. 정말정말 좋아. 학교에서 다녀오면, 침대에 몸을 살짝, 아프지 않지만, 침대를 탁 치는 만족감이 있을 정도로 던져. 침대가 포옥, 파이고, 그 순간에는 내가 침대에 안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면 꼬물꼬물, 무릎을 움직여서 침대 가장자리에 힘을 실어, 몸을 더 안쪽으로 미는 거야. 몸이 쑤욱, 나아가며 마찰열에 피부가 쓸리면, 이불을 끌어다가 부비적대면서 이불 냄새를 맡아. 이불을 꼬옥 안고, 베개 끝자락을 손끝으로 쥐고, 침대에 파묻히면, 정말정말 좋아. 정말정말 따뜻해.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침대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도 침대에게, 사실 아무 질문도 한 적은 없어. 하지만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안전한 기분이 들어. 그리고, 결국에는 잠에 들어.
그런데 여름 날이 왔어. 나는 여름이 좋아. 청명한 하늘에 상쾌한 풀내음, 어린 연초록잎이 점점 진해지는 모양새. 동네 작은 분수에서 물이 뛰어올랐다가 수면 위로 떨어지며 사방으로 튀기는데, 그 모습이 참 활기차. 물줄기가 덩어리와 부딪히면 아프겠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 그래도 괜찮아. 볕이 잘 들지 않아서 그렇지 더워지지는 않거든. 창문은 열지 않는 편이 나은데, 낮밤 가리지 않고 더우니까. 묵직하고 가라앉아도, 그래도 방안에 고인 시원한 공기가 나아.
날이 슬슬 더워질 무렵, 나는 침대 속에 있었어. 이불 속에 박혀서, 이불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꿈을 꾸고 있었어. 아주 조용한 꿈, 아무에게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아무에게도 방해되지 않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내 눈꺼풀에 새겨지고, 혀끝이 그 감각을 기억하는, 작디작은 꿈이야. 나는 소곤소곤, 침대에게 내 꿈을 속삭여 알려주었어. 혀가 입 속의 공기를 튕기며, 어두운 이불 속에서 호흡과 함께, 목소리와 함께 공기가 떨렸어. 침대는 듣지 못했을 거야.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그 편이 나은 거겠지? 그래도 나는 안전한 기분이 들었어.
그런데, 어쩐지 등 밑이 축축해져와.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고 있어. 손 끝에 쥔 베갯자락이 찝찝하게 느껴져. 발을 침대에 비비며 땀을 닦아내고 있어. 아, 그런 거구나. 나는 더워.
침대 속에서, 이불 속에서 안전하다고 느꼈어. 사랑받는다고 느꼈어. 나는 더워. 이불 밖으로 나가도, 침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앉아있기만 해도, 나는 더워. 너무 더워. 내 꿈은 아주 조용하고, 아주아주 작아. 꿈을 말하며 심장이 두근거려도, 공기를 데우고 침대를 데울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조금 긴장해서 손가락이 꼼지락거려도, 몸을 더 깊이 파묻어도, 이불이 뜨거워질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내 입에서는, 내 혀가 뱉은 꿈에서는, 그래,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그래서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된 거야?
아니면,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해준 게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해준 거야? 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저, 지금까지, 조용히 안겨 있으면, 그걸로 되었던 거야?
그해 여름에 나는 침대를 팔고 방바닥에 이불을 깔았어. 판 돈이 필요했던 거냐고? 아니야. 아니, 아니지는 않은가. 하지만 정말이야. 그저, 언제나 무언가가 거기 있어준다는 사실에 질렸을 뿐이야. 접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는 물건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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