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이미지 센서
- 작성자 극간
- 작성일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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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85
가끔 가야 할 길을 잊고는 한다.
가야 할 곳을 잊고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에 맞춰
갈 수 없는 그곳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생각한다.
한 곳에 있는 것을 어려워했다.
장점보다 단점만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그러했다.
나의 발밑은 과거를 잊지 못한 건지
아님 잊어서인지 과거의 그곳으로 안내하였다.
그렇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도착했고
아무 생각 없이 다리는 힘이 풀리며
아무 생각 없이 눈물이 나오려 한 것일 거다.
발밑에 너는 그것을 모르겠지.
그리고 아마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이런 기억은 반복될 것이고
반복되면서 역사가 되겠지.
그러면서 나도 역사는 반복된다고 외치고 다닐 것이다.
아아, 나이를 먹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세상의 진리나 그런 것들은 딱히 알고 싶지 않다.
몇 번의 기억 회상 후에는 성인이 되어 있을 텐데
나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에 내가 있을 곳이 사라지고 있다 생각하니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북극곰처럼 대륙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내 주위에도 나를 도울 사람이 있을까.
내 주위에 회색곰 하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거기까지 수영해서 갈 수가 없구나.
나는 그저 서서히 가라앉을 뿐이겠지.
아마 내 장례식에는 플랑크톤 몇 마리가 참석해
내 살을 갈아서 육개장 육수로 사용하지 않을까.
아니 인개장이라 부르는 게 닭개장한테 실례가 아니겠지.
그래도 이럼 나름 보람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플랑크톤의 삶에 기여했고 생태계에 기여했다.
생태계에 관점에서 보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할까.
나는 그저 좁아지는 해빙 속에서도
지금이 겨울임을 알면서
'겨울에는 빙하가 다시 생길 거야.'
막연한 기대를 하며 해빙을 붙잡고 있겠지.
그러다 사라져 버리겠지.
고기, 가죽 모두 다 팔려나가고
뼈는 집개들이 개껌으로 씹다 퉤 뱉어지고.
안구 두 알만
북극곰이란 이름으로 데구르르
박물관을 편안한 표정으로 굴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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