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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 작성자 문휘
  • 작성일 2026-07-30
  • 조회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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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빛에 눈이 떠진다. 오늘도 밝은 블라인드 커튼이 왜 인지 싫증 난다. 이건 질투인가, 지침인가. 하품을 한번 하고, 배게 옆을 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며 핸드폰을 찾는다.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밤새 온 알람들을 훑어본다. 친구의 메세지, 구독했던 영상의 알람이 와 있다. 그 위로 남자친구의 부재중 전화. 그걸 보니 나도 모르게 마른 한숨이 나온다.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킨다. 피로에 사로잡힌 어깨가 나를 다시 침대로 짓누른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후, 그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만날래?"
2주 전, 내가 먼저 그에게 만나자고 한 약속. 우리가 살던 지역과 2시간이 걸리는 지역에 대학을 간 그이는 자신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한다.

 "아- 응. 알겠어. 근데 나 시험 얼마 안 남아서 같이 오래 못 있을 수도 있어."
 "알지. 카페 갈까? 난 너 옆에서 책 읽거나 공부 도와줄게."
 "..그래 알겠어. 나중에 봐."
 "응. 놀이터에서 봐."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자신의 시험기간은 중요하고 내 시험기간은 아무렇지 않다는 건가. 시계를 보고 더 자고 싶어 몸부림친다. 아니, 사실은 귀찮아서 일지도 모른다. 1시까지는 딱 1시간 하고도 30분 남짓이 남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에 한탄하며 침대에 머리를 파묻는다. 현실을 부정하려 배게에 얼굴을 비벼보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엔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언제부터 이런 감정이 들기 시작했을까.



  고등학교에 처음 간 날, 키도 나보다 훨씬 크고, 얼굴도 완전 오목조목 잘생긴 학교 선배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선배는 나에게 반과 이름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 모습이 눈에 계속해 아른거려, 내가 그와 계속해 얽히게 될 것만 같았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이가 있는 동아리에 대한 작은 질문들로. 나와 그이의 대화는 5분 만에 끝나버렸고, 그 대화창을 계속해 다시 읽으며 설레하였다. 동아리방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 하였고, 그날 이후로 우린 계속해 마주하려 노력했다.

동아리가 끝난 늦은 밤. 그는 나에게 난데없는 산책을 하자고 했으며, 나에게 사귀자는 말을 했다.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세찬 바람과 불빛들이 우리를 감쌌다. 그의 차갑지만 아늑한 손길이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 굳센 추위도 잊을 만큼.

대학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서로를 보며 훌쩍였다. 축축한 눈물이 마르기를 원하며 서로의 얼굴을 덮은 눈물을 닦아내었다. 서로를 끌어안고, 그 온기를 온전히 느꼈다. 슬픈 순간을 잊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대학에 가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며. 나와 그이는 서로에게 소홀해졌다. 나를 보러 오지 않는다며 토라지기를, 오지 않는 연락을 한 없이 기다리며 화를 내기를, 나만 바라는 것 같아 서운했던 나날들을. 나는 그렇게 그에게 무한히 펼쳐져 있던 마음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접고 있었다.



  놀이터 땅을 발로 살짝 민다. 그네가 나를 끌고 앞, 뒤로 움직인다.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 오고 있는 그가 보인다. 자전거에서 가볍게 내린 뒤, 가자며 나에게 손짓을 하는 그를 바라본다.
나는 그네에서 일어선 뒤, 그에게 다가간다. 그는 나를 왼쪽에 세운 뒤, 양손으로 자전거를 끌기 시작한다. 그의 자전거가 나의 다리에 닿을락 말락 한다. 그 거리가, 이 상황이 너무나 불편하다. 자전거에 대한 불만과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자전거를 빤히 쳐다보다, 그의 하의에 시선을 옮긴다. 주머니의 난해한 위치와 체형에 맞지 않는 핏, 그에게는 조금 짧은. 그의 상의에 시선을 옮긴다. 그냥 별로인 무늬의 흰색 티. 그에 맞지 않는 검은색 체크 셔츠. 그의 얼굴에 시선을 옮긴다. 삐죽 튀어나온 수염들, 정리 안된 눈썹과 더러운 안경. 헝클어진 머리까지. 예전엔 멋져 보였던 것들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달래듯 짧은 숨을 몰아쉰다.

-
  꿉꿉하고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우리를 에어컨이 환기시켜준다. 카페에 들어서자 여자친구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녀는 매일 먹던 아이스티를 시키고 나에게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본다. 나는 조금은 건조할지 모르는 목소리로 메뉴를 말한다.
2개의 음료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위태롭게 2층으로 향한다. 그러한 그녀의 팔을 보며 나는 긴장한다. 자리에 앉으며 나는 그녀에게 공부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가방을 만지작 거리며 교과서를 꺼낸다. 그녀가 꺼낸 교과서를 조금 들쳐본다. 그녀는 내 손에 있던 교과서를 가져가 페이지를 펴 다시 내 앞에 내려놓는다. 나는 그 내용을 천천히 읽어본다.
열심히 설명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어째서 인지 그녀의 눈빛은 나의 설명에 가 있는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대답은 곧 잘하면서도, 영혼은 없는 그런 말들을 내뱉는다.

+
  음료를 들이킨다. 달콤한 아이스티가 내 막힌 목을 적시며 내려간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마음과, 조금은 쉬고 싶은 나의 마음이 모여 그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중에 할까?"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나에게 "아니."라 답한다. 그러곤 설명하던 법칙을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차갑고도 차분한 숨을 짧게 쉰다. 그의 말을 잠시 접어두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내 눈빛이 새어나간 걸 알아버린 건지 그는 이내 설명하는 것을 멈추었다. 나는 그런 말이 멈춘 그를 쳐다본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는 그 눈빛을 또 접어버린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느껴진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그의 눈빛도 느껴진다. 나는 아무 말하지 않았고, 그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나 할 말 있어."
그의 말이 따분한 정적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는 바라보던 핸드폰을 내려두고 그를 쳐다보며 묻는다.

 "뭔데?"

그는 어딘가를 골똘히 쳐다보다가, 이내 마음을 다 잡은 듯 입을 뗀다.

 "나 3개월 뒤에 군대가."

그 말을 듣고. 나는 어디서 당황한 걸까? 그 말을 듣고, 뇌가 차갑게 식어갔다. 말로 형용한다면 이런 느낌 일 것이다. 그가 갑자기 떠난다는 것에? 그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니. 아닌 것 같다. 그럼 무엇이지. 어쩌면 내가 그의 군대를 기다려주기 싫은 건가? 정녕 그런 건가.

-
  내 말을 듣고,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조금은 어두워진 표정과 차가운 숨소리. 기다려달란 말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심 또 내 마음은 어느 정도 바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녀는 창문을 보며 멍을 때린다. 멍 때리는 표정을 이리도 오래 본 적은 없었는데.



  여름밤의 더위가 우릴 짓누른다. 작은 매미소리와 풀벌레소리가 어우러진 공원에서 우리는 걸었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이야기한다. 
 
 "너무 덥다 그치? 나중에 우리 에어컨 켜두고 같이 영화 보면서 놀자."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재밌겠다며 내 반응을 살핀다. 나도 그녀에게 말한다. 

"그래. 그러자." 
나는 그녀의 손을 더욱더 세게 잡았다. 그녀는 팔을 앞, 뒤로 흔들며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오빠 같은 아들 있으면 귀여울 것 같아." 

나는 조금 당황하며 묻는다. 

"어? 갑자기?"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멈춰 선다.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눈빛에 압도되어 당황한 웃음을 짓는다. 

"결혼하자고 그냥. 내 말은 그거인 거지. 재밌을 거 같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녀의 볼이 상기된다. 

"어른이나 되고 말하지?" 
나의 말을 듣고 그녀는 입을 삐쭉 내민다. 

"하기 싫어?" 

나는 멈춰 선 그녀의 팔을 잡고 다시 걸었다. 

"싫다고는 안 했고." 

우리 둘 다 앞만 보고 걸었다. 옆을 흘깃 보며 그녀의 표정을 바라본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썩 마음에 든다.



  고민에 깊게 빠져 있는 듯한 그녀를 쳐다본다. 그렇게 고민하라고 말한 말은 아니었는데. 확답을 듣지 못해 찝찝하기도, 슬프기도 하다. 나는 그러한 그녀에게 묻는다. "나가서 걸을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교과서와 필통을 정리한다.
카페 옆에 있는 강변을 걷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그녀의 손은 어딘가에 머무는 힘 따위는 없어 보였고, 나만이 그 연결고리를 잡고 있는 듯했다. 마음이 착잡하다. 무슨 마음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더욱더 착잡하다. 나는 앞에 있는 벤치로 그녀를 이끈다. 벤치에 앉아 어색한 공기를 느낀다.

 "우리 조금 더 어른이 돼서,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더 좋은 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넌 항상 내가 안 와서 슬퍼하잖다. 네가 안 슬퍼지게 하는 건.. 나도 힘들고."

그 말에 수긍하는 표정을 보여 마음이 한층 더 차가워진다. 난 아직 많이 좋아하는데, 내가 대학에 간 만큼, 그녀도 그 거리만큼, 마음이 멀어진 걸까.

+
  어색한 공기의 원인이 나 인 것만 같아 미안하다. 그 속에 아무렇지 않다는 감정이 조금 섞여 있어 혼란스럽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던 거지. 마음이 멀어진 걸까. 그를 보고만 싶었는데, 이제는 기다리는 것에 지친 건가. 하고 싶지 않은 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말을 들은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나의 말을 듣고 싱긋 웃었다. 저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씁쓸해 보인다. 그는 나를 안아준다. 언제 와도 다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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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
  • 2026-05-13
여름밤의 꿈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후는 항상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은 뒤 난 후를 향해 옅은 웃음을 짓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후는 내가 조금 슬퍼 보였다고 했다.+ 이틀 뒤면 장마가 찾아온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지나 베란다로 향한다. 베란다로 들어가 양말과 교복을 잡는다. 덜 마른 교복 때문에 짜증 섞인 말투로 엄마에게 화를 낸다. 빨래 좀 제때 돌리면 얼마나 좋을까? 마르지 않은 교복을 보며 한숨을 푹 쉰 뒤 옷장에서 아무 반팔이나 꺼내 입곤 겉옷 지퍼를 쭉 올린다. 우리 집과 학교는 조금 멀어 30분 일찍 나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르지 않은 교복 때문에 조금 늦게 나왔다. 평소보다 빨리 걸으며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익숙한 멜로디는 나의 생각을 멈춰주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빨래를 제때 돌리지 않은 엄마와 교복을 입지 않은 탓에 선생님께 혼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내 머릿속을 장악해 끝없는 늪에 빠지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복도에 나가 오늘 처음 민을 봤다. 민은 4반 여자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날 보더니 이야기를 멈추고 나에게 왔다. 민은 나에게 방과 후에 있을 동아리 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과 나는 소소한 독서동아리를 한다. 동아리부원이 나와 민 뿐임에도 선생님은 흔쾌히 만드는 걸 허락해 주셨다. 열심히 부원을 구하려 노력했지만 고리타분한 독서 동아리라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은 민과 내가 사귄다는 소문 때문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동아리 활동을 둘이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귄다는 소문을 만들다니. 화 내는 나를 민이 진정시키느라 애를 좀 먹었을 것이다. 뭐 동아리 활동이 아니어도 같이 다니긴 하지만. 학교에 기정사실화처럼 퍼진 소문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사실 나와 민은 연인 사이가 아니다. 사실 연인 사이보다 더 안정적인 사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더욱더 가까운 존재 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 내가 민과 처음 만 날때부터 나와 민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읽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했다. 세면대에 있는 비누가 아닌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 같은 존재랄까? 사실 이런 비유를 할 때면 민은 이해 못 한 표정을 짓지만. 동아리실로 걸어가는 날 발견하고 민은 자연스럽게 내 옆에서 걸었다. 민은 내 키에 머리 하나 더 올린 정도로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작은 거지만) 얼굴도 나름 반반하게 생겨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민은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이런 민 때문에 같이 다니는 내가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 성별이 여성인 동물은 다 그러는지 아니면 인간 여성만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대체 여자 아이들은 왜 그렇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험담을 나누며 이상한 소문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말에 깎이고 깎여 형체도 남지 않았지만 이런 날 민은 다르게 바라보지 않는다. 가끔씩 힘들어하는 날 보며 민이 내가 다 미안할 정도로 어쩔 줄 몰라하며 사과를 해 위로가 되어야 하

  • 문휘
  •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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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

    전 작품에선, 아이만의 고유한 시점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둘 모두의 시점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안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 가지고 있기는 힘들더라구요 이 작품을

    • 2026-07-30 21:16:24
    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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