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작성자 루카
- 작성일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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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6살, 여자, 키 165cm. 평범한 나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여학생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등교하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돌고..아니 오늘은 좀 다르려나. 곧 있으면 여름방학이기도 하고, ‘그 아이’ 오는 날이니까.
교실에서 읽는 책이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가 되도록 교실이 유난히 시끄러웠다. ‘그 아이’에 대해 흥분해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나의 신경을 긁었다. 결국 책을 덮고 책상에 엎드렸다. 뭐 오늘만큼은 그럴만하다. 오늘은 ‘그 아이’가 오는 날이니까. 조례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서도 아이들의 흥분은 좀채 가시지 않았다. 이제 슬슬 앉아야할건데. 앉아있지 않다가 반 전체가 선생님에게 혼나는건 딱 질색이다. 교실이 긴장감에 잠기고, 앉아있는 자리도 불편해지니까.
선생님 오신다! 어느 아이가 외쳤다. 아이들의 서둘러 자리에 앉으며 의자, 책상이 덜컹대는 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그 아이’는 전학생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오는. 외국인.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게되어서 한국에서 일정기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칠판위의 시계를 보았다. 곧 있으면 ‘그 아이’가 올 시간이었다.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한 여자아이와 함께 교탁으로 걸어갔다. 교탁 앞에 선 선생님은 교실을 쓱, 둘러보더니 입을 떼었다.
“얘들아, 다들 알다시피, 오늘 전학생이 왔다. 외국에서 와서 고생이 많을텐데, 너희가 많이 도와주어라. 그럼 자, 자기소개 해야지.”
나는 자리에 앉아 여자아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쳐진 눈매에 까맣고 긴 생머리, 앙증맞은 코, 분홍색 입술. 회색빛 교복을 입고도 빛나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여자아이가 분필을 들었다. 또각또각 분필과 칠판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교실을 메웠다.
水瀬 陽葵.
저게 무슨 뜻이야?
야 도윤 너 한자좀 알잖아. 알려줘?
나라고 모든 한자를 다 알겠냐?
“조용!” 선생님이 호통을 쳤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입을 닫았다.
“제, 이름, 미나세 히마리 임니다. 잘, 부탁, 드림니다.”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말하며 고개까지 숙인다. 교실은 아직도 조용했다. 아무도 무슨 반응을 보여야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당황한 미나세가 우물쭈물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이름 뜻,은 물가서, 자라는, 해바라기. 임니다.”
음 해바라기? 그래 그럼 미나세는 어려우니까 이제부터 해바라기라고 불러주마. 물론 속으로만.
짝짝짝 그제서야 누군가 박수를 시작했고 그 누군가가 시작한 박수를 다른 아이들이 이어받았다.
“자, 그럼 미나세가 앉을 자리는..저곳 어떠니? 아 자고로 일본서는 주로 사람의 성씨를 부르니 너희도 미나세라고 부르면 된다. 미나세, 저긴 어떠니? 선생님이 가리킨 곳은…나의 앞자리였다. 하필? 독서할때도 아이들의 소란에 시끄러워질텐데? 하지만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는 법, 해바라기는 방긋 웃으며 네라고 대답한 후 저벅저벅 내 앞자리에 가 앉았다.
그렇게 조례가 끝났다.
미나세는 일본 어디 살다 왔어?
한국 드라마 본 적 있어?
역시는 역시 여름 햇살 덕분에 따뜻하고 부드러워진 나의 책장에 나의 영혼을 맡기고 있었는데
이게 뭐람. 조례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예상대로 해바라기 주변에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나는 해바라기의 쪽으로는 눈길도 가지 않았다. 그냥 전학생이 온건데 뭐가 이렇게 대수일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해바라기는 그럭저럭 우리 반에 잘 녹아들었다. 아이들의 질문도 잘 대답해주고, 무엇보다도 잘 웃었다. 웃을 때마다 그 분홍색 입술의 입꼬리가 살포시 위로 올라갔는데, 이 덕분에 남자애들저차 해바라기에게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꽤나 있었다.
예쁘고 사교성 좋은 해바라기는 삼학년이반이라는 화단에서 위풍당당하게 그 자리를 잡았다.
하루는 내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고 있을 때였다.
“저, 여기 도서간은 어딤니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직전 갑자기 어디선가 서툰 한국어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해바라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하필 나를 부른거지?
내가 책을 읽고 있어서?
해바라기는 우리반의 관심대상이었다. 외국에서 왔다는 특징과 함께 고은 외모도 한몫해 앞으로 몇 달간은 관심이 계속 갈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나에게 두 새까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어보는 해바라기와 그 질문을 받는 나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인데? 미나세?”우리반 반장, 도윤이 해바라기에게 물었다.
“저, 책, 좋아함니다.”
해바라기가 방긋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 히마리 책 읽는 것도 좋아해? 멋지다. 문학소녀네.”
우리반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서우,
“도서관 삼층에 있어 같이 올라가자!”
우리반 반장 도윤까지.
끝내 해바라기와 나까지 합해 네명이나 도서관에 함께 가게 되었다.
무슨 도서관 데려다주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나 했지만 애들이 가겠다 한 이상 말릴순 없었다.
계단 밟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며 천천히 올라갔다.
계단을 밟아 도착한 도서관의 벽은 우유처럼 새햐얳다. 곳곳에 책꼿이가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평소 멀어서 잘 가지 않는 도서실이었지만 오랜만에 오니 쾌적했다. 학생들이 우루루 도서관에 들어서자 놀라신 사서선생님께서 조용히 들어오라고 꾸중을 하셨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곳은 책들의 낙원이었으니까!
흘깃 해바라기를 보았다.
해바라기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둘러보고 있었다. 해바라기가 있던 책장은 대부분 내가 이학년이나 일학년 때 읽은 책들이 가득했다. 그땐 교실이 삼층이어서 좋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층이 내려간다.
“해바-미나세.”
해바라기라고 부르려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멈췄다.
해바라기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이 책 재미있어.”
책장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서 일본 작가의 책을 골라주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어서 좀 어려울려나 했는데 해바라기는 빛나는 눈으로 덥석 책을 받아든다. 표지를 찬찬히 뜯어보더니 아리가또하며 또 한번 방긋 웃는다. 웃는 모습에서 활짝 핀 해바라기가 생각났다.
“얘들아 여기 봐봐!”
도윤이 나와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뭐지? 책인가?
도서관 책에 관해선 속속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또 신간이 들어왔나보다.
자세히 가서 보니 처음보는 책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처음 읽는 일본인>
둥글둥글한 그림체로 제목이 쓰여진, 동그랗게 일장기가 그려진 책이었다. 일본인?
반사적으로 해바라기를 바라보게 되었다. 해바라기의 두 눈에 호기심이 서렸다.
그 호기심은 그 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도 새겨졌다.
이것만 있으면 미나세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책은 끝내 도윤이 빌려갔고, 미나세는 <설국>을 빌려갔다.
일주일 후 교실에 가보니 또한번 부산스러웠다. 올 전한생은 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거 다음에 빌릴 사람은 나야!”
“그 다음은 나로 해!”
아이들이 일주일 전 본 책을 가지고 투닥거리는 중이었던 것이다. 도윤은 투닥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리반 애들이 책을 가지고 이러는 걸 보다니, 진풍경인걸. 평생 도서관에는 발도 들이지 않았을 거 같은 애들까지 앞다퉈 책을 예약했다.
한명이 다 읽으면 다른 아이가 잽싸게 빌려가는 식으로 책은 돌고돌아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이 읽은 유행이 되었다. 그렇다. 모두가 아닌 대부분이다. 그와중에 나만 그 책을 읽지 않았다. 다른 책을 읽는 중이기도 했고 그당시 나는 문학에 온 관심이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몇 달동안이나 우리반에서 유행했고 나는 그 광경을 무덤덤하게 지켜보며 해바라기의 파급력에 감탄했다.
그 책이 우리반에서 유행한지 약 두달 반이 지났다. 평범한 여름날이었다. 창밖에서는 태양빛이 매섭게 내리쬐고 있었고 더위는 가실줄 몰랐다. 매미는 기승을 부리며 노래에 열을 올렸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에어컨으로 겨우 달랜 교실에서 첫시간인 국어시간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모둠을 지어 시를 분석하는 과제를 내었고, 해바라기, 도윤, 서우와 내가 같은 조가 되었다. 같은 조가 되면 책상을 서로 이어붙여야 했기 때문에 책상을 슬슬 소리가 나게 끌어 도윤의 책상 옆에 붙이려 했다.
퉁. 도윤의 샤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책상을 너무 세게 붙인 바람에 도윤의 책상이 흔들리며 샤프가 떨어진 것이었다.
“미안.”나는 그 자리에서 사과하며 샤프를 주으려 책상 밑을 향해 나의 손을 뻗었다. 바로 옆자리 였는데도 샤프는 꽤나 멀리 떨어졌다. 흰색 샤프는 도윤의 옆자리에 앉은 나보다 마주앉은 래바라기의 자리에 더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내 책상을 빼 샤프를 주울려는데 해바라기가 책상 밑으로 사라졌다.
“여기, 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해바라기가 하얀 샤프를 들고 나타났다.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방긋 웃으면서.
책상에 샤프를 올려놓는 해바라기를 보며 난 도윤의 반응을 살폈다.
어라?도윤은 해바라기가 샤프를 책상위에 올려놓자마자 휙 낚아채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의아해하며 해바라기를 바라보았다.
멋쩍은 듯, 해바라기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이상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체육시간 이었다. 우리반은 팀을 갈라 배구경기를 열었다. 해바라기와 나는 같은 팀이었는데우리 팀과 상대편 세트는 1대1이었다. 남자 팀을 이기고 여자팀이 진 것이었다. 여기서 혼성팀의 경기가 가장 중요해졌다. 해바라기와 나는 혼성팀에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구기종목엔 최악을 찍는 내가 가는 포지션은 맨 뒷줄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운동신경이 좋은 해바라기가 은근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맨 앞줄이겠지.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뒤따랐다.
“미나세, 너는 은영이 옆에 서.”
해바라기가 나와 함께 뒷줄에 서게 된것이었다.
뭐지? 하는 사이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2대1로 우리팀이 졌다. 애초에 해바라기를 앞에 뒀으면 해볼 수도 있는 세트였다. 근데 왜? 의구심을 가지며 나는 우리반 교실로 들어섰다. 여자아이들이 새로 유행 중인 드라마에 대해 얘기중이었다. 나랑 같은 시점에 교실로 들어온 해바라기가 할말이 있는 듯, 여자아이들 쪽으로 다가갔다.
“얘들아, 우리 아래층 갈레?”
여자애들 무리중 한명인 서우가 그렇게 말하자 보란 듯이 모두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해바라기는 혼자 남겨둔체.
그런식으로 반 분위기는 해바라기에게서 점점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해바라기가 아이들에게 웃으며 다가가도 아이들이 피하기 일쑤였고, 뭔가 호의를 베풀면 수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
나는 의구심만 품은체 이 상황을 지켜보았고, 그러면서 일주일이 또 가버렸다.
며칠만 있으면 여름방학이었고 우리반은 이학기 반장을 뽑게 되었다. 남자애들은 두명이 지원했고 여자애들 중에서는 해바라기만이 지원했다. 아무리 중3이 바쁘다곤 하지만 반장 후보가 이렇게나도 없다니. 점심을 먹고 교실에 들어서며 그렇게 생각했다.숙덕숙덕 아이들의 귓속말이 들렸다.
“야 그 미나세, 반장되게 놔둘거야?”
“안되지..그 책에 나와있었잖아 일본인은 겉마음 다타마에랑 속마음 혼네가 나뉘어져 있는데 그게 얼마나 소름끼치는 건데. 우리반 애들한테 방긋방긋 웃어주면서 속으로는 쓰레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잖아!”
“그것뿐인줄 알아? 분명 무슨 결정이 옳은지 보단 집단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반 일을 결정할거라고!”
미나세라면 해바라기 얘기인가? 그 책이면 몇 달전 유행했던 그 책?
뭔가 분위기가 수상했다.
해바라기가 반장이되면 안된다니.
“미나세는 왜 반장이 되면 안되는데?”
지나가는 말처럼 툭 하고 넌지시 물었다.
아이들은 뭔가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들 처럼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입을 다물었다.
정적. 정적만이 우리를 감쌌다. 내가 먼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래. 뭔가 특별히 이유가 있는가 해서.”
아이들의 얼굴에 서린 묘한 긴장감은 그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모두 서로에게 대답을 미루고 있는 듯했다. 그때 그중 한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는 그 책 안 읽어서 모르겠구나.. 일본인들은 겉치레 마음이라고 다타마에를 가지며 생활하는데 그 덕분에 진짜 마음인 혼네는 알 수가 없다고 해. 너는 우리반 반장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하길 원하니? 아니지? 그 얘기중이었어.”
응? 그니까 그 책 때문이라고? 아 그래서 대화도, 호의도 피한건가? 거기까지 알게되자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살포시 얹었다.
“그럼 체육시간 때 미나세를 갑자기 뒤로 뺀건?”
“일본인은 타인과의 충돌을 피하고 집단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회적 분위기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아 경쟁에 취약하데…….”
순간 할말을 잃었다. 뭔가 근거가 있어보이는 말이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또한 지워지지 않았다.
“그 책은 심리학을 가지고 쓴거니까 다 맞진 않아도 거의 다는 맞겠지.”
찔리는 듯 그 아이가 덧붙인다.
“응. 그래”미소짓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하지만…나의 머릿속에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런 ‘근거’가 있어도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우리반 해바라기의 진짜 모습은 어떤거지? 속마음을 숨기는 일본인? 아니면 보이는 그대로 잘 웃는 귀여운 여자아이?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 다음날, 아침 종이 스피커를 통해 교내 곳곳에 퍼졌다. 자리에 앉아 앞을 바라보는데 웬걸, 해바라기가 보이지 않았다. 절대로 지각하지 않는 아이인데 이게 웬일이람 하며 의아해하는데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오늘 미나세의 부모님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미나세가 모두가 자신을 피한다고 하며 학교에 오기 힘들다고 한다는구나. 다들 눈감아보렴.”
아, 이런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다니 이번 선생님은 참 센스가 부족하시다.
눈을 감으니 앞이 캄캄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해바라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바라기가 온 날, 도서관에 간 날, 웃는 모습… 그렇게 해바라기를 떠올리니 또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그런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벌인 일이 과연 옳은 것일까?
나는 과연 조용히 있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랬구나. 얘기해줘서 고맙다.” 1교시 쉬는시간, 나는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 상담실에 있었다. 나는 마침 우리반에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딸기맛 막대사탕을 한 개 주고 교실로 보내셨다.
교실에 간 나는 내 자리에 앉아 해바라기, 미나세 히마리의 자리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자리가 쓸쓸해보였다.
해바라기는 며칠 후에 전학을 갔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어느날 오질 않아 궁금해하는 모두에게 선생님은 전학을 갔다 한마디만 하셨다. 그리고 그날 조례시간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세상의 어느 책도, 검사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순 없는 법이다.”
그 말을 아이들이 새겨들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이로서 조금은 해바라기 일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조용한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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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형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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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o2oi
- 2026-08-13
작은 나무가 있습니다.너무 작아 언제나 주위나무들에게 가려집니다.잎들이 물들어 떨어집니다. 떨어져 가는 잎에도 나무는가지를 뻗습니다.나무는 어느새 가장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나무의 무게에 땅이 무너져갑니다.무너져가는 땅에도 나무는하늘을 봅니다.땅이 나무를 삼킵니다. 땅안에 있어도 나무는하늘을 봅니다. 시간이 지납니다.구름들이 비를 흘려꽃들을 덮습니다.이슬의 무게에 꽃들이가지를 놓칩니다.한 하얀 꽃잎이나무에 내립니다.하늘을 가리는 꽃잎에 나무가가지를 흔듭니다.그러나땅은 나무를 잡고 있습니다.눈동자속 하늘이 지워집니다.꽃잎이불어오는 바람에 맞춰살랑거립니다.나무가 푸른 잎들이 흔들리던 때를 떠올립니다.나무가 바람에 춤추는 꽃잎의무대가 되어줍니다.무대의 막에 노을이 드리웁니다. 붉어지는 노을에 꽃잎이물들어갑니다.나무의 눈동자가 꽃잎을 담습니다. 노을이 떨어집니다.어두운 주변 속 흰색 꽃잎이나무를 비춥니다.흔들리지 못해 져가는 나무가꽃잎 안에 담깁니다.꽃잎이 져뭅니다.다시 해가 떠올랐을 때, 하늘이 보입니다. 그러나나무는 자신을 봅니다.꽃이 있네요.
- 이제형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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