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 작성자 아이오딘
- 작성일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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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3
- 조회수 184
지직, 소리가 났다.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별다른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탁, 타닥, 하는 소리가 나서 이번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엌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수도꼭지는 새지 않았다. 익숙한 일이었다.
그 소리를 조사하기 위해 기술자를 부른 적이 있었다. 아저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인 14층으로 올라갔다가 계단을 내려가며 각 층을 조사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808호에서 배관이 새서 소리가 나는 겁니다.”
“208호도 아니고 808호에서요? 아무튼, 그걸 고치면 소리가 안 나는 거죠?”
“예, 그런데 그 집은 안 고치겠답니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 가족은 3년째 탁탁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지지지지지직
지지지지지
커다란 파리가 선풍기 옆에서 발작하고 있다!
꺄아아아아!
탁
“잡았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버렸어!”
“엄마 최고! 그런데 파리가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모르지. 워낙 오래된 집이니까 틈은 여기저기 있을 테고. 봄에 이사 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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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는 굉장하다! 총명하고 상냥하며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성실하고 어른들 말을 잘 듣는 그녀는 나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락방에 살면서! 다락방도 내게는 과분하지만 나를 키운 신은 지극히 자비로우셔서 팔다리를 펼 수 있을 만큼 넓은 방을 빌려주셨다. 책상을 놓자 더는 팔다리를 펼 수 없게 되었지만, 공부하다가 그런 쓸데없는 동작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여기서 공부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기계 부품을 쉼 없이 갈아야 하는 곳에서 멍청하게 졸다가 분쇄되거나 쓸모없는 아이들의 발목에 돌을 매달아 던진다는 강 바닥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도 신의 은혜 덕분에 나는 이렇게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쉼 없이 공부를 해야 그분께 보답할 수 있다. 평생토록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판인데, 이렇게 딴생각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나는 정말 죽어 마땅하다! 아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한다. 절대로, 절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해서는 안 된다. 숨을 참아서라도 생각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도태되어 마땅했을---안 돼! 그니까, 그게 아니라, 그게...... 편하게 앉아서 글을 읽거나 문제를 푸는 것조차도 못하는 백치 새끼는 죽어 마땅하다. 신이 나에게 매일 구박을 하는 것은 내가 살아남기를 원하셔서일 것이다. 나는 이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젠장, 또 부정적인 생각이라니! 이래서는 착한 아이가 될 수 없다! 이딴 새끼 데려와 키우느라 신께서도 참 고생이 많으시다. 다 내 탓이다. 공장에서 기계나 고치는 천한 아이가 되고 싶다면 나가라. 나는 붙잡지 않겠다. 하지만 더 이상 너 따위에게 옷이나 음식을 주지도 않을 거야. 그딴 새끼는 내 소중한 다락에 머물 자격이 없거든. 추신: 요즘 들어 불필요한 상상을 자주 한다. 예를 들자면, 방에 침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허리가 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 아이오딘
- 2026-06-23
아이는 배가 고프다. 진행자는 마시멜로 하나를 접시 위에 올린다. 얘야, 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 이것과 같은 것으로 하나 더 줄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행자는 방에서 나간다. 아이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릴 생각이다. 아이는 시계를 볼 줄 모른다. 하지만 진행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차분히 기다린다. 아이는 점점 더 배가 고파진다. 손이 꼼지락거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시멜로를 집어들 것 같아 손을 깔고 앉는다. 다리를 열심히 흔든다. 마시멜로를 먹고 싶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이왕이면 두 개가 좋겠지만, 그것은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안 돼!'아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이건 인내심의 실험이라고. 내가 포기하는 순간, 그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야. "오 이런, 기다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손에 든 마시멜로를 삼켜 버리겠지.'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아이는 간절히 간절히 믿는다. 진행자를? 시간을? 신을? 아이는 다시 접시 위의 마시멜로를 본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쓰러질 것 같아......본능이 손을 움직여 아이의 입에 마시멜로를 쑤셔넣고 삼키게 한다. 달콤하다. 아사 직전의 아이는 뭔가를 기억해 낸다. 아이는 마시멜로를 토해 낸다. 진행자가 새로운 마시멜로를 들고 방 문을 연다.
- 아이오딘
- 2026-02-23
민지가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것은 하나뿐인 아들 우인의 인사였다. [ 어머니, 굿 모닝!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실제로 얼굴을 본 지는 4년도 더 되었지만, 매일 아침 다 큰 아들의 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모자간에 다른 대화는 아예 없었지만, 민지는 만족했다. 아무렴, 살아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음 됐지. 아홉 시 정각, 민지는 떠들썩한 한식당에 들어섰다. 약속 시각에 딱 맞춰 도착한 그녀는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안진여고 동기들도 마주 웃으며 민지를 반겼다. 인사를 나눈 지 얼마 안 되어 음식이 나왔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식 이야기로 흘러갔다. "어머, 현서네는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어?""글쎄,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침대에 벌렁 드러눕길래...""우리 애는, 내가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뭐라는지 알아? 지도 이제 고3이래, 고3! 공부도 안 하는 녀석이..."오십 대 동창들 중 이십 대 자식을 둔 것은 민지뿐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은근한 자부심을 가졌다. "아이고, 그래도 몇 년 뒤에는 괜찮아질걸? 우리 재준이 좀 봐. 얼마나 힘이 되는데!""세상에, 우인이가?""독립하더니 의젓해졌나 봐?"민지는 부러 더 활짝 웃으며 그간의 문자 기록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웠다. 자랑하듯이 그것을 내밀자 오십 대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7월 5일, 7월 4일.... 어머, 매일 보내는 거야? 아침마다?""4년 동안 한 번도 끊긴 적 없지." 민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머니들은 부러운 눈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부담스러워질 때쯤 누군가 다른 얘기를 꺼냈고, 기립했던 안진여고 졸업생들은 다시 착석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정류장에서는 서로를 향한 축복과 약속의 세례가 있었다. 민지와 채연을 제외한 졸업생들이 모두 각자의 버스에 올랐다. 민지는 채연을 보고 웃었다. 채연도 한 박자 늦게 웃었다. 그리고 그들이 타야 할 버스가 왔다. 둘은 옆자리에 앉았다. 채연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물어 왔다. "아들 이름이 우인이라고 했지? 매일 그렇게 인사하는 거야?""엉, 매일 오전 여덟 시." "내용은 변함없어?""처음에는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그랬는데, 몇 달 지나니까 똑같이 보내더라고. 걔도 매일 다른 문장 생각해 내는 건 고역이었을걸?" 민지는 코로 바람을 내보내며 웃었다. 채연은 웃지 않았다. "잠깐만. 여덟 시 땡 치고 몇 초쯤 뒤에 와?"그걸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해, 천재도 아니고. 민지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으로 뱉은 것은 달랐다. "여덟 시 땡 치고 2초 후. 생각해 보니 항상 그렇게 왔네?""세상에, 세상에. 완전 그거잖아! 문자 예약 기능!""뭐? 문자를 예약해?""매일 인사하는 거 귀찮아서 예약 문자로 다 설정해 놓은 건 아닐까?" 민지는 하마터면 솔깃할 뻔했지만 채연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으휴, 어쩐지 집요하게 묻더라! 기억났어. 소녀탐정 정채연! 사사건건 트집 잡고 늘어지는 건 여
- 아이오딘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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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딘 님은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너무 잘쓰시고 많이 쓰셔서 궁금하네요
@비보 영원히 53살을 유지하는 컨셉의 신비주의입니다.
이사... 어디로 가시나요... 그럼 제가 속으로 '여차하면 오딘님 집 찾아가서 문 두드리지 뭐 ㅎ' 같은 여유를 부릴 수 없잖아욧
@6개월된 러시안블루 사실저도잘 몰☆루
☆~☆
@6개월된 러시안블루 근데 진짜로 벌레 많이 나와요...... 매미가 들어온 적도 있고......ㅎ......
202600801
이 소설은 처음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소설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바로 *** 방금 ***(<-볼드체임!! ) 일어난 일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