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말살형 우화
- 작성자 dls
- 작성일 2026-09-02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74
저주받은 꿈에서 방황하던 나첸카는 드디어 해방을 맞이했다. 꿈의 종말.
눈을 뜨자, 보이는 익숙한 천장에 나첸카를 향해 꽂혀 있던—언제부터인지는 기억에 없다— 칼에 드리운 찬빛을 목도했다.
조금씩 흔들리는 칼을 천장에 고정해 주고 있던, 그 겨우 걸쳐 있던 코등이 부분이 얼마안가 손잡이의 무게를 못버티고 떨어지고 말았다.
이윽고, 나첸카의 목을 관통했다.
꽤나 빠른 속도로 떨어져 목을 거쳐 침대에 박혔다.
하필이면 오늘은 중요한 거래처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다.
본래라면 지금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이상을 부수기라도 하듯 귀를 신경질적으로 찌르는 알람소리만이 방에서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쩐담' 나첸카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일어나기는 커녕 허리를 굽히는 것조차 고행이었다.
나첸카는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마치 드라군처럼 현재 목의 각도에서 일직선을 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뚫린 목이 코등이 부분에 닿았을 때, 나첸카는 지금이라는 듯이 허리를 굽혔고, 침대 뒤로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침대 위로 앉아있을 수 있었다.
희망 일절 없는 상황에 혼잣말이라도 하려 입을 열어 그녀는 말했다.
"허어억, 커거걱"
...그렇다, 그녀는 이제 성대를 잃은 자가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알람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일단 이 상태론 씻는 것은 고사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고, 뭐라도 해야하니 화장실로 향했다.
자신의 방문을 열어 거실로 나오자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와 함께 어머니가 그녀를 반겼고, 그녀는 말했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다 하지 않았니? 빨리 씻고 밥 한 술 뜨고 나가려무나"
"허억"
"왜 그러니? 그렇게 입을 뻐끔뻐끔거리고는. 아직도 잠에서 덜 깬거니?"
나첸카는 이 일련의 대화에서 분명한 위화감을 느꼈다.
'엄마는 내 목에 꽂힌 이 환도가 보이지 않는건가?'
그녀는 어느새 이 상황에 적응되어 이 칼이 어떤 칼인지도 되새길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지금 급한 건 거래처다. 거래처.
나첸카는 화장실로 향해 어차피 머리도 못 감는데 그냥 대충하자는 생각으로 물만 머리에 묻히고 나왔다.
머리를 말린 다음, 그녀는 이대로는 머리로 들이밀어 입는 평소의 옷은 못입는다고 생각했다.
마침 거래처와 만나는 날이기도 하니 그녀는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정장을 입은 다음 집을 나섰다.
밥은 먹지 않았다.
못 먹기 때문이다.
------
귀갓길.
나첸카는 지하철에 앉아 졸며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도 그 망할, 비극적인 거래처와의 만남을 되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졸음이 쏟아져 내려와 그녀를 적셨다.
나첸카는 고개를 완전히 젖혀 뒤의 창문에 기댔으니.
그렇게 천천히, 차츰 목에 박혀있던 칼날이 창문에 밀리며 전진하다 마침내 그녀의 목을 한번 더, 이번엔 거꾸로 관통해 그녀에게만 들리는 쨍그랑 소리를 내며 지하철 바닥에 떨어졌다.
나첸카는 바닥에서 마치 게임 글리치 현상이라도 발현된 듯한, 사람들의 발에 통과되는 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시발"
이 외마디 비명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졸음에 젖어 들다 못해 영원한 영면을 맞이했다.
지하철은 종점에 도착했고, 그녀는 목이 뚫린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
불경한 꿈에서 방황하던 니콜라이는 드디어 해방을 맞이했다. 꿈의 종말.
눈을 뜨자, 칼이 목에 박혔다.
몇 시간 뒤, 그는 자신이 이번 면접에서 떨어진 것에 대해 신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버스에 올랐다.
그 귀갓길. 버스 안에서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
행복한 꿈에서 쏘다니던 이반은 원치 않던 종말을 맞이 했다. 그만이 기뻐하지 않던 꿈의 해방.
눈을 뜨자, 도끼에 목이 찍혔다.
몇 시간 뒤, 그는 연인과의 데이트를 마치고, 그 비극적인 결말을 되새김질하며 자신의 차 안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 귀갓길. 그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
약 일주일 후, C나라의 모든 이들은 그 마지막.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의 피로 이루어진 검에 목이 박힌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멸망에 이르렀다.
그 멸망의 날, 하루는 창백한 푸른 빛이 아닌 잿빛으로 막을 내렸으니.
하지만, 회자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기록은 불에 태워질 것이다.
내가 서술했던 나첸카, 니콜라이, 이반은 전부 나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명임을 밝힌다.
C나라 또한 없던 나라가 될 것임을 마지막으로 표명하며 이 일련의 기록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어떤 경로로든지 읽고 있는 독자여. 판도라의 상자라고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천장을 조심하라.
아니, 이렇게 말해도 무용한가.
그대들은 언제나 방은 달라도 같은 천장을 보고 같은 빵을 좇으니 그대 또한 내일 전쟁같은 꿈이 마지막 꿈이 될 것이다.
분명 펜으로 싸우는 전쟁일테지.
이번엔 창백한 푸른 빛으로 하루의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기도하기를.
추천 콘텐츠
Y가 눈 덮인 철로를 따라 걸어간다. 정적이 폭력을 행사하듯 Y의 신경을 뒤집어놓는다. 한 손에는 닳고 닳은 사진 한 장. '난 왜 이런 꼴에 놓인거지'그는 생각한다.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무심한 발은 그저 한 걸음, 또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아갈 뿐.그 다리엔 어떠한 의지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나아갈 뿐이다. 말하자면 철로의 지평선. 그 어지러운 아지랑이 속에서 어제의 유희가 눈에 아른거린다.그저 위스키 한 잔 걸치러 갔을 뿐인 술집. 그곳에서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텅빈 주머니를 더듬거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칠흑 속 철로 위를 걷고 있다. 현재 그를 지배하는 것은 미칠듯한 숙취. 지금 당장이라도 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버릴 듯한 표정을 한 그는 그럼에도 걷는다. 끊임없이.Y는 어쩌다 술집에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이렇게 철로 위를 유랑하고 있는 것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Y는 혼자가 아니였다. 위스키로 목을 태울 목적으로 간 술집은 2차였으며 누군가의 어깨를 거의 때리듯 토닥이며 고개는 숙인 채, 그는 문을 넘어 들어갔다. 하지만 자리에 앉는 그 순간부터 그의 인지 속에서는 이미 고독을 느끼고 혼자라 생각했으니. 그 고독은 N과 춤을 추는 순간 망각 너머로 사라졌다. 마침내 N과 침대 위까지 도달해 질리지도 않고 이번엔, 인류 최초의. 머나먼 옛날엔 필연적이었던 춤을 되풀이했다. 광란의 그 춤을 비추던 달이 지고, 해가 뜨자 원초의 모습을 한 그는 일어나 N을 바라보았다. 힐끗 쳐다보곤 바지를 입는다.그때부터였다. 철로위의 텅빈 주머니를 그가 인지한 것은. Y는 인지를 너무나 깊이 생각해 마침내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벌어지자 그 사태를 마치 그녀가 해결이라도 해준다는 것처럼 N을 바라보았다. 이미 N은 현관을 넘어 복도에서 그를 마지막이라는 듯이 한 눈으로 살짝 흘겨보곤 Y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한 손에는 Y의 모든 것이 들린 채.Y는 계단을 모두 한번에 뛰어내려 다리를 배려하지 않을 정도로 다급하게 그녀를 쫒아갔고, 그 과정에서 아직도 어깨를 더듬거리는 '누군가'를 꾸짖기도 하고, 그 '누군가'에게 혼나기도 했다. 정신없는 추격전. 그녀가 가진 차키가 Y의 차에 꽂히는 순간, Y의 다급함은 실의로 변하고 말았다. 실의는 다시금 술의 뜨거움에 녹여지고 있던 와중, 너무나 달구어진 탓일까. 술집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그런 그를 반긴 것은 누군가의 차 한 대. 창문이 내려지자 보이는 친숙한 얼굴. 아! 드디어!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에 타 당연하다는 듯 누군가들의 얼굴을 만져댄다.그러곤 이젠 새출발을 할 준비가 끝났다는 듯 그는 눈을 감는다. 들려오는 것은 차가 덜컹거리는 소리와, 그 소리를 기능케하는, 요컨대 차가 달리는 소리.문득 눈을 떠보자 그가 앉은 좌석 창문 너머로 보인다.Y의 차가.마치 세이렌의 목소리처럼 열린 채 유혹하는 뒷좌석 창문.아! 현혹되어버린 것이 Y의 마지막 패착이었다.그는 창문을 열었다 말리는 누군가들의 손을 전부 뿌리치곤. 신체를 밖으로 내민 그 순간.누군가의 차의 검은색과 Y의 차의 흰색이 그
- dls
- 2026-09-07
자신. 그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언제나, 그는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따라서, 그는 불행했다.불행함을 인지하며 다시금 사유하기에 그는 행복하다.상념이 뇌 안을 떠다니고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그 주위를 둥글게 둘러싼 사유의 거듭.그것들이 그의 전부였다.그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을 타자화하고 있다.현재 자신의 모습을 액자에 담아 모든 색을 없애는 그 과정이 그에겐 퍽이나 즐거웠다.그는 자신이 책을 읽었던 때를 떠올렸다. 한 줄 씩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마치 봇물 터지듯 온갖 상념들이 넘쳐흘렀을 때, 그 잔여물이 눈까지 파고들었는지 멍해지는 그 순간을 그는 떠올린다.그리고, 그 순간을 그리워한다. 이를 표상화하자, 그리워하는 자신이 무색채로 액자에 담아진다.뇌에 공간은 차고 넘친다고, 그는 그렇게 여기고 있기에 액자식 구성의 절망조차 액자로 만들어 걸고 있는 것이다.그는 이쯤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판단해 이윽고 글쓰기를 멈췄다.------'아, 뭐라도 태우고 싶다'이런 생각이 머리를 관통한건 ctrl+s를 눌러 글을 저장하고 난 직후였다.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태울 수도 없는 노릇. 난 마치 잔디처럼 털이 자란 턱을 만지작거리며 '이 정도면 지갑은 안 챙겨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품으며 집을 나섰다.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하나 산다. 한 개비 편의점 앞에서 꺼내 불을 붙이곤 숨을 들이마신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난 최대한 무아지경의 상태에 있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난 매순간 실패했다.그 실패의 쓴맛과 담배의 쓴 끝맛이 분간이 안 갈 무렵. 난 담배 한 개비를 땅에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는다. 집에 다시 돌아왔다.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금, 키보드 위에 손을 얹는다. ------그는 '그는'의 부분에서 스페이스바를 누르기 전에 왠지 모를 충동에 손가락을 자신의 코에 갖다대어 냄새를 맡았다. 아마 자신도 그 점에 의문이 들었는지 이를 서술한다.그는 잠시 머리라도 비우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하나씩 점검한다.모든 것이 표상화 될 때마다 울리는 키보드의 타자 소리.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문 너머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어머니의 이가는 소리. 그 모든 소리들을 되새김질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짓거리와 그 모든 소리를 비교해본다.'좆같네'그는 생각했다.귀결됐다. 그의 창작 행위가 곧 모든 소리에―자신의 타자 소리마저― 격하되어 환멸감에 지배되었음에 굴복했다. 따라서 그는 이 모든 행위를 그만두자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하지만 막상 그 행위를 그만두려니 그럴싸한 끝맺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자신의 표상에게 하던 짓을 마지막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를 껐다. 마치 방안을 가득 채우던 인파가 순식간의 없어지고, 정적만이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난 그 감각에 익숙해지려 애쓰면서 선풍기를 침대쪽으로 옮겨 이윽고 내가 누웠을 때 얼굴 쪽으로 바람이 오도록 각도를 맞췄다.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원래라면 폰이라도 좀 보다가 잠에 들었겠지만 왠지 오늘 밤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 dls
- 2026-09-06
"왜 저를 죽이려는 겁니까?"아무도 없는 평원, 이 단말마만이 바람같이 스쳐지나가며, 이윽고 멎는다."탕!"평원의 얕디 얕은 녹음이 반전되며, 새파란 하늘이 새빨개졌을 때, 죽은 이는 말했다."왜 저를 죽인 겁니까?"북적이는 평원, 이 한마디만이 늪을 지나는 악어처럼 눅눅하게 걸어가며, 이윽고 달리기 시작한다.다시금, 평원의 얕디 얕은 녹음이 반전되며, 새빨간 하늘이 새파래졌을 때 산 이는 말했다."모든 것을 제때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오."그렇다, 그는 그 무엇도 제때에 끝내지 못했다.생애 마지막 순간도, 생애 첫 순간도, 당장 어제의 서류 제출마저도.따라서 그는 죽었다.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하지만 죽인 이는 어떨까? 그는 과연 모든 일을 제때에 맞춰서 기계와도 같이 완벽히 끝냈을까?총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한 손에 들고, 그는 혼란에 빠져있었다.자신이 5초 전에 한 말조차도 혼란을 가중시켰으니. 이윽고 그는 권총을 집어던졌다.'난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이 무의식 속 단말마의 독백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이상 사고라는 것을 이어가지 못했다.그저 직관이 이끄는 대로 권총을 다시금 손에 들고, 팔을 들고, 손목을 꺾고, 자신의 관자놀이를 조준한다.그리고 울리는 권총의 단말마의 비명."탕!"그리고 그 무엇도 없었다.모든 것은 제때 끝나지 못했기에. 아무도 없는 평원도, 북적이는 평원도, 새파란 하늘도, 새빨간 하늘도.그 무엇도 없었다.왜냐하면, 아, 이 다음에 이어질 말은 방금 자살한 이, 'T'가 말하도록 하겠다."난 모든 것을 제때 끝내버렸기에, 운명의 말로에 서지 못한 채 주관의 잣대의 끝에 서서 착각에 빠져있었소."이 한마디로 실은 마른 평원이었던, 녹음 따윈 일절 없던 어느 장소에서의 폭정이 끝을 맺었다.
- dls
- 2026-08-30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