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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dls
  • 작성일 2026-09-28
  • 조회수 105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곧 지각이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있던 와중, 내 곁을 지나던 행인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 마디를 던졌다.

"허, 방금 지나간 얘 봤어? 위험하게시리 오토바이를 타고 있잖아. 그것도 인도에서. 와중에 지는 살겠다고 헬멧까지 쓴 것 좀 봐!"

아니 그런 사람이 있다고?

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오토바이를 탄 채, 위험하게 인도를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인도에 오토바이가 있다.

그 자체는 딱히 문제 없지 않나? 그게 인도 위에서 질주하면 문제지.

근데 왜 이렇게 시야가 좀 뿌옇지? 아닌가? 뿌옇다기보단 어딘가 빛이 필터링되어 들어오는 느낌인데...

마치 선글라스라도 쓴 것처럼.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안 그래도 이번 달 최저치를 채우지 못했는데, 괜히 더 추궁이나 받게 된다.

난 걸음을 서둘렀지만 왠지 내 생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더 심하다.

마치 펭귄처럼, 뒤뚱뒤뚱 거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음?

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연식이 오래된 것 같은 스쿠터. 혹은 유사 오토바이가 가랑이 사이로 펼쳐져있었다.

음.

이상하다.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 상태에 관해 생각할 틈도 없이 또 다른 행인이 날 쳐다보곤 말했다.

"무슨.... 저 사람은 저 상태가 당연하기라도 하나? 뻔뻔하게 뒤뚱거리고는."

허, 확실히.

스로틀을 당겨 저속이라도 사람들이 위험하다.

'내가 스로틀을 당기긴 했던가?'

기억이 안나지만 연거푸 말한다.

난 진짜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면허 질주를 할 수도 없는 노릇.

난 당장이라도 전력질주를 하려 일단 이 스쿠터에서 나오기 위해 한 쪽 다리를 들었다.

그저 한 쪽 다리가 들릴 뿐이었다.

음.

이번엔 허리를 90도 정도 돌려 스쿠터의 앞 쪽과 뒷 쪽을 양 손으로 지탱하고 윗 쪽으로 힘껏 밀었다.

내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일심동체인 것 같군.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그 망할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는 것 뿐이다.

그렇게 걷는 와중, 회사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난 너무나 반갑기에 평소처럼 조금은 큰 소리로 장황하게 말을 건넸다.

"아! 드디어! 안녕하십니까? 간밤은 평안하셨는지요? 혹시, 제 등 좀 밀어주실 수 있습니까? 제 상태가 이래서... 그, 도저히 제시간에 맞춰 회사에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군요."

"어제는, 허, 참. 다사다난 했던 제 간밤은 제쳐두고, 당신, 왜 그렇게 횡설수설하십니까? 평소엔 그렇게 침착하고, 과묵했던 사람이 말야? 무슨 일 있습니까?"

"참, 아뇨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만...."

"아니, 당신 원래 말이 잘 없는 편이지 않았소?"

"예? 아뇨. 아, 아니, 그쵸. 예, 그랬지요. 근데 정말이지, 지금 상황이, 아니 상태가, 아니, 이것 참 뻔뻔스러운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제 등 좀 밀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것 참 이래서는 제시간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아니...당신.."

왜 방금까지만 해도 잘만 말하던 이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는지, 의아해진다.

하지만 그 의아함은 더욱더 커진 채, 날 반겼다.

잠시 대화에 한눈이 팔린 사이 주변인들이 말하는 소리를 망각하고 있었다.

주변인들은 무슨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날 쳐다보았다."

"허! 저 사람, 평소엔 그렇게 과묵하면서 저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것 좀 보쇼. 이게 맞습니까?"

"저로썬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저 사람 평소엔 얌전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

"분명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그 일로 미쳐버린 거라고"

내가 잠시 주변에 한눈이 팔려 마치 경매의 장에 놓인 듯 가운데 날 놓고 많은 말이 오가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망치를 들고 있던, 아니, 망치 따윈 어찌돼도 좋고, 내 앞에서 멍하니 날 쳐다보던 회사사람이 갑자기 신경쓰여 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크게 표정을 찡그리곤, 얼굴이 빨개진 채, 내게 외쳤다.

"당신! 정말 적당히 하시오! 내가 최저치도 못 찍은 당신 상대로 언제까지나 이렇게 귀를 열고, 말을 들어주어야만 하는거요? 당신, 내가 만만한거요? 어딜 그 평소답지 않은 입을 뻔뻔하게 놀리나!"

"아...예. 그, 죄송합니다. 일단 가시죠."

"하...예 좋습니다. 어찌되었든 저흰 일련탁생해야하니. 다툼을 벌여봤자 무의미합니다."

약 30분이 걸렸다.

회사 앞까지 도착하기까지.

난 한 숨을 내쉬며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일 것이다.

비록 좀 추궁받긴 해도 그 이후론 평범한 업무가 이어지고, 어쩌면 오늘 운이 좋으면 최저치를 찍어 이번 달은 사장에게 큰 소리 안들어도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회사 정문을 넘어 누군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저, 기억하시나요? 그 왜, 어제 다방에서 같이 얘길 나눴던."

그러자, 회사 사람이 대답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뵙다니, 정말로 반갑습니다. 자, 얘기는 저 안 쪽에서 하시죠."

로비.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로비다.

하지만 결국은 사랑해야할 로비다.

로비에서 난 스쿠터위에 얹힌 채, 어제 만났던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는 곧 말을 이어갔다.

"참, 어제는 정말로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정말이지, 당신 말재간이 뛰어나더군요."

칭찬을 받은 내 회사 사람은 몸을 어디 둘 데가 없다는 듯 곧 뒤로 넘어갈 머리를 잡으려 뒤통수를 다듬으며 말했다.

"거참,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이윽고 미팅 상대였던 이는 말했다.

"근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어제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기억이 흐릿하네요."

약간 서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난 말했다.

"아, 참. 전 누구입니다."

"예? 누구라뇨? 당신을 묻고 있는 겁니다."

"전 누구라니...어..그니까, 당신은 대체 누구지요?"

여기는 대체 어딜까?

이렇게 넓은 것을 보아하니 대합실 같은데 난 무언갈 기다리고 있는 걸까?

옆에 있던 이가 물었다.

"야, 뭐해. 네 이름을 물으시잖아. 실례되게 뭐하는 거야?"

"아, 저는 그니까, 어, 누구라니까요.....요?"

난 당연히 누구지.

따라서 난 누구지?

아?

난 왜 스쿠터를 타고 있는 거지? 그것도 대합실에서.

다른 이들도 다 타고 있으면 납득이라도 하겠는데...

다들 두 발로 제대로 서있다.

나만 가랑이 사이에 스쿠터가 끼워져있다.

말이 들려온다.

"저 사람, 갑자기 왜저래?"

"글쎄다. 평소엔 오토바이도 잘만 타고 다니면서."

"음, 저러니 저 사람 답구만 말도 없고."

난, 그니까 난, 그래. 그래 여긴 회사일지도 몰라. 내 직급을 말하자.

"난....."

그니까.... 회사 이름이라도..

"난....."

아.

난 누구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른 이들은 누구인건가?

아!

"여긴, 여긴 잘못됐어! 내가, 내가 잘못된거야? ...아니! 아니야! 결코 내가 잘못됐을리가 없어! 여긴 뭔가, 그래. 뭔가가 단단히 잘못된거야...그러지 않고선.."

잠깐의 정적.

"저 사람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아, 이러다간 나도 지각하겠구만, 자네 일은 내가 알아서 전해놓겠네. 최저치를 못 찍은 주제에 태평하기까지 하다고. 그럼 안녕히. 잘 일을 끝내고 오시게."

모두들 떠나갔다.

내 외침의 여운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주변은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니 누가?

난 주저 앉았다.

자신의 규명이라는 전제도 없는,  그럼에도 생겨나는 생각의 고리를 끊임없이 형성하며.

그저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난, 난, 속은거야! 어떤 신천지같은 거에 속아서 여기 와있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난 그저 앉아 있었다.

외침은 허공에 흩뿌려졌다가 이윽고 사라졌다.

난 그저 바라보았다.

ps. 누구로부터 벗어난 이가 말하길.

      그는 그 회광반조조차 없는 멸(滅)의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고 한다.

d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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