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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리라는 이름의 사랑을 한다(초본)

  • 작성자 Neveah
  • 작성일 2026-10-03
  • 조회수 65

[살리에리라는 이름의 사랑을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면 안되는 626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너가 너기 때문이야.


(제1장)


나는 굳이 내 어린시절을 하나하나 돌아본 적이 없다. 돌아봐서 좋을 거 없었기도 하지만, 그럴 겨를 없이 치열하게 살았다는 게 더 합당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와서 돌아본 이유는, 또 너다. 

원인과 결과가 전부 너라 진절머리가 난다.


(제2장)


내가 처음으로 콩쿨을 나갔을 때, 그 대회는 너와 같은 대회였을 것였다. 그렇다고해서 그때부터 우리가 아는 사이였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그를 몰랐고, 그도 나를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와 같은 대회였음을 알게되었는지는 글을 읽다보면 이해할 것이다. 나는 내가 그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어린시절의 이야기며, 치열했다해도 아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만큼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내 인생의 첫 우수상이기 때문이다. 우수상이 너무 기뻐서? 감격스러워서? 아니다. 나는 그게 더러운 시발점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태생부터 알량한 자존심에 처음 나간 콩쿨의 상이 최우수상이 아니여서 용서하지 않았지만 그땐 그리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언제든지 5센티 남짓한 내 옆칸에 오를 거라고, 오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니 우수상을 높게 들어올리며 웃었다.


너는 분명 그 시각에 나보다 그 5cm 높은 곳에 있었을것이다. 최우수상자의 이름을 지금은 아니까. 아아, 너의 첫 대회의 첫 대상을 받았을 때의 표정을 꼭 봤어야했다. 내 입꼬리보다 5cm 높게 너의 입꼬리 올라갔을테니.

나는 그 뒤로 전보다 열심히 대회 준비에 임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그 다음 역시 우수상이였지만.




(제4장)


드디어 내가 그와 본격적으로 얽히게 된 날로 돌아간다.

그 날이 바로 내가 살리에리에 걸린 날이 될 것이다.


달달하고 설렘가득한 문장을 쓰기엔 우리의 만남은 더러웠기에 어려울 것 같다. 

분홍빛이 아닌, 자주빛. 그게 우리였다. 

그리고 그게 내 살리에리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봄, 너는 학생대표로 단상에 서있었다. 난 그저 지루한 선언을 들으며 머리속으론 계속 내가 그 자리에 서있는 상상을 했다. 너가 아직 누군지 모름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웃기게도 이미 내 머리에선 내가 그 자리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뺏겼다는 감정이 들었다. 내가 공부를 겁나 못하고 양아치에다가 관심도 없는데 그런 철 없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니다. 초등학교땐 영재원 시험도 봐봤었고 -눈치챘겠지만, 떨어졌다- 중학교도 예중을 넣었다- 뽑혀지지 않았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고작 두달동안 2번의 실패로 난 가장 오기 싫었던 동네 일반 중학교에 떨어지게 되었다. 늘 나에겐 가능성이란 게 빛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늘 빛나던 나의 가능성이, 너를 보자 무너짐을 느꼈다. 우수상을 받을 때도, 2번의 불합격에도, 6개의 은색 트로피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 무력감과 파괴가, 너를 보자 느껴졌다. 너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드는 봄이었다.



다행히도 중학교 3년 내내 너와 같은 반이 되진 않았지만, 우린 같은 동아리에 속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였고 당연히 나는 피아노로 지원했다. 그 아이도 마찬가지로 피아노로 동아리에 들어왔다. 중학교 동아리 무대에서 서있는 피아노는 단 한대, 우리 중 누가 더 많이 무대에 올랐을까 한다면, 당연히 그 아이다. 왜 하필 너와 같은 시기에 같은 악기로 같은 동아리에 들어와서는 내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기도 전에 사라지게 하는 걸까. 

동아리 쉬는 시간에 너가 다른 애와 이야기 하는 걸 엿들은 적이 있다. 너는 피아노를 7살때 처음 시작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너보다 무려 3년일찍 난 피아노 앞에 앉았고, 건반을 눌러보았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3년을, 너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단숨에 무시했다. 의도였든 아니든 넌 그렇게 내 프리즘을 가렸을 뿐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까지 부정하게 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나를 아프게 하는 건. 너가 아직도 날 모른다는 것이다. 난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제껏 만났던 그 누구보다 증오하고 있다. 처음엔 내가 분명 너의 앞에 있는 줄 알았는데, 왜 또 마지막에 내가 보는 건 너의 등일까. 늘 남들 앞에 있었다고 자부할 수는 삶을 살았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내가 안일하여 중간에 낮잠을 잔게 아니다. 이렇게 철저히 매번, 따라잡힐 줄알았으면 토끼처럼 좀 잤을 텐데. 그럼 좀 덜억울하고 덜비참할텐데.  오히려 너무 노력해서 불쌍하고 안타까울정도로 너무 열심히였어서 억울해미칠지경이다. 왜일까 성적을 올려도 올려도, 오히려 너의 등이 넓어지는 것은. 그만큼 너와 가까워졌다는 뜻일까? 그럼 뭐해 이젠 완전히 너 뒤에 붙어 주변이 보이질 않는데. 아무리해도 너한테 질 거, 왜 그리도 치열하게 살았을까 라는 원통이 물씬 밀려올 때쯤이면, 난 또 체념을 하고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봤다. 늘 위를 올려다봐서 그런가. 내 목이 아래로 굽을 일은 없었다. 


 내가  졸업을 할 때까지 그 애와 말을 섞을 일은 크게 없었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다.


(5장)


나는 예고에 떨어져서 또 다시 원치 않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심지어 그것도 1지망 떨어져서 ‘2’지망에 붙었다. 그렇게 17살의 나이에 나는 4번의 불합격을 봤으며, 7년동안 나간 대회의 결과는 여섯개의 우수상, 6개의 은색 트로피. 진부한 내용인 것을 아는데도 신은 뭐가 그리 재미져 이런 짓을 벌이는가. 물론 각각의 결과를 얻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은 전부 칭찬이었다. ‘대단하다’ ‘우수상이라니 정말 멋져’ 하지만 이 모든 걸 모아서 보여주니 그들은 또 다른 칭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렇게 내가 심연 속에서 고등학교 입학식에 갔을 때, 또 너를 봤다. 나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또다시 단상 위에서 선 너를 올려다보고 있더라. 이 장면 분명, 3년전 중학교 입학식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난 너는 왜 나랑 같은 일반고에 진학했을까. 피아노를 하지 않기로 한건가? 하긴, 넌 공부마저 잘했으니 무언들 걱정할까. 너가 피아노를 치든, 공부를 하든, 하물며 운동을 하든, 넌 내 위에 있을 것이고, 내 앞에 있을 것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하늘은 일인자와 이인자의 차이를 얼마나 더 재고 싶은 지 우리를 같은 반으로 묶어버렸다. 



“안녕, 너 나랑 같이 중학교 동아리했던 하윤이 맞지?”

“응, 너도 같은 동아리, 피아노 했었지?”

“맞아. 혹시 내 이름 몰라?”

어떻게 모르겠어, 신우야. 빌어먹을, 잘난, 윤신우야.

“알지. 고등학교 잘지내보자.”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떴다. 너와 얘기하는 게 왜이리도 거북한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 내가 너에대한 증오를 억누를 때쯤, 또다시 나는 시험에 빠졌다.

내가 부회장이 되었고, 이젠 모두가 알듯, 윤신우는 회장이되었다. 이젠 5센티보다 더 차이나는 차이의너를 나는 또 바로 옆에서 올려다보고있었다. 


나는 중간고사에 나를 갈아넣었다. 피아노까지 쉬어가면서. 이번에도 져버리면 정말, 정말 전부가 부정당할 것 같았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내가 반 2등, 윤신우가 반 1등을 했다. 이정도면 너무 뻔한 인생일 것이다, 우리 둘다. 예상된 결과, 지나가던 누가도 맞출 수 있는 미래. 그 미래를 걸어가는 우리 둘은 남들이 보기에 밝을 것이고 우리 서로가 보기엔 과연 어떨까. 내가 보는 너는 너무나도 밝아서 잘보이지 않아. 그리고 너무나도 멀지. 실은 우리의 차이가 고작 5cm가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아참, 난 아직까지 그가 피아노를 정말 더 이상 치지 않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뭐, 애초에 질문을 하지 않긴 했지만말이다.


신우는 당연히도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물론 나도 많았지만, 신우만큼은 아니였다는 소리다. 흠잡을 곳 없는 신우는 정말 진정한 1등다웠다. 너가 이기지 못할 세상이 있기야 할까 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다가도 그저 묻었다. 생각할 수록 나에 대한 연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너도나도 놀러갈 때 나는 반에 남아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신우보다 못본 과목은 딱 두개, 수학과 과학이었다. 어차피 피아노르 전공한다해도 그에게 진 게 나를 움직이게 했다. 배고픔도 잊고, 슬픔도 뭣도 잊은 채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누가 내 책상을 두드렸다. 그였다.

“와 중간고사 끝났는데도 공부해?”

지금 너의 그 감탄이 얼마나 나를 더 끌어내리는지 모르는 듯 보였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다가도 잔잔한 너를 보니 다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듯 돌아갔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너는 왜 아직도 학교에 있는데?”

고요한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걷히며 이리저리 변한다.

“아니, 아 그게. 그냥. 어쩌다보니. 아니지 어디갔다가. 아 그게 아니라.”

너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근데 오히려 내가 더 몇배는 당황스러웠다.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왜그래? 뭐 하면 안될 짓이라도 하다가 온 거야?”

내가 그리 묻자 그는 더 당황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귀까지 빨개지더라.

“아니야! 그런 짓 하지 않아.. 그냥”

“너가 나쁜 짓 안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그냥 장난친 거야.”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안도로 돌아온다. 

“집에 몇시쯤 갈 거야? 같이 갈래?”

불편하다. 싫었다. 그럼에도 거절할 수 없었다. 너는 늘 빛나기에 내가 너와 같이 있으면 같이 밝아질 거라 생각해서 였을까. 나도 한 번쯤은 빛나보고 싶었다. 그렇게 같이 하교하는 내내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가 갑자기 수상한 말을 한다.

“앞으로도 종종 같이 하교해줄래?”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종종’? 자주가 아닌 종종,, ‘~해줄래?’라는 청유형,, 보통의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그의 어법에 잠시 혼이 나갔다.

“아.. 어 그래 그러자.”

가장 볼품없고 멍청해보이는 대답을 내놓고 집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답하면 안됐는데, 너와 가까워지면 절대 안됐는데.


그렇게 그와 단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생기고 나는 드디어 물어볼 수 있었다.

“너 혹시 이제 피아노 안쳐?”

질문을 하는데도 많은 심장박동과 떨림을 할애했지만, 막상 내뱉고 다니 그의 배가 따라온다.

“아니? 피아노는 계속 치고 있지. 하지만 피아노로 대학을 가야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피아노 전공은 너처럼 피아노를 사랑하는 애를이 해야지, 안그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피아노를 계속 치고있었다. 치면서도 나를 가뿐히 이겼던 것이다. 근데 그뒤의 말들도 내 정신을 놓게하는데에 동조했다. 피아노를 사랑한다고? 내가? 그게 무슨소리야 신우야. 너를 만난 후로 내가 피아노를 사랑해서 친 적은 단 한번도 없어. 



그날은 그 애의 답변에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도망쳐 갔다. 

더 이상 그애와 대화하는 것은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모두에게 친절하며 성격, 공부, 재능까지 다 갖춘 아이가 뭐가 더 허전하고 심심해서 나를 죽이는데 앞장설까 라는 기이한 물음이 터져나왔지만 꾹 눌렀다.


그러던 어느날, 너와 단 둘이 피아노실 청소를 하게 되었을 때, 내가 충동적으로 속으로만 담아뒀던 질문을 뱉어버린다. 정말 말을 내뱉으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피아노를 닦는 너의 모습이 너무 뭐랄까 고요해보여서. 피아노를 다룰 때 그 어떤 잡감정도 들지 않아보여서. 나는 이젠 피아노를 보기만해도 어디선가, 무언가가 울컥 나와버리는데. 아마 그 질문에는 네 고요함을 향한 질투가 조금 묻어 있었을 것이다.


“너 우수상 받아본 적있어? 은색 트로피는?”

그 아이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곤 대답했다 조금 부끄러워하며

“아니,, 한 번도 없어. 볼품없지.”

그 아이의 겸손이, 순수함이 내 마음 속 이미 커져버린 악한 마음을 터뜨렸다. 빈정대는 말이 튀어나갔다. 

“볼품은 무슨. 우수상 10개를 준대도 나는 최우수상 1개 가질거야. 그러니까 그런 겸손 떨지마.”

“하윤아. 나는 그저-”

“너 그거 동정이고 연민이야. 너가 떠는 겸손인지 가식인지 뭔지가 네 아래, 뒤에 있는 모든 사람들 싸잡아서 무시하는 거라고, 알아?”

그 애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숙였다. 나는 피아노실을 박차고 나갔다. 

다음날 그 아이가 간식에 쪽지를 더해 사과를 하며 그 날의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여전히 내 마음은 납처럼 무거웠지만.


(기만)


그와 단둘이 하교하는 날이 늘어날 수록 내 기분은 불쾌해져만 갔다. 그가 나를 희롱했나? 만졌나? 절대 아니다. 우리 바르고 옳으신 윤신우님께서는 절대 그러실 분이아니다.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그를 높게사고 칭찬할 때마다 그의 눈이 슬퍼보였기 때문이다. 대체 왜? 누군 그걸 평생토록 못잡아봐서 죽는데 평생토록 그것만 잡아온 너가 왜 그런 눈을 만드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결국 나는 그와 다툰다.

그가 그날 기분이 안좋은지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좀 버거워, 하윤아. 늘 이 자리를 지켜야 하기도 하고, 막 다들 주변에서 나는 실수 하나 없을거라고 하니까,, 한 번만 해도 정말 큰 일이 되어버리잖아.”

그의 말을 듣자 며칠동안 묵혀뒀던 모든 불쾌감과 당최 몇년 쌓였을지 모르는 분노와 억울함이 터져나왔다.

“야 누군가는 그거 하나 못가져봐서 죽어가, 알아? 누군가는 그 니 잘난 빛에 가려져서 빛 한 번 받아보고 제대로 못큰다고! 네가 뭘 알아? 원래 가진 애들은 자기들이 제일 불행하다 그래. 자기들이 제일 힘들대!”

내 몇년, 어쩌면 평생이 담긴 분노를 들은 그의 표정은 심오했다. 상처도 보였고, 억울함, 슬픔, 조금의 화. 하지만 그런 걸 다 헤아리기에는 내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생각을 대체 언제부터 했는지 몰라도 나는 평생이다. 나를 이길 수 있는 건 없으리라. 이리도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다시 입을 열어버렸다.

“너 아래, 너 뒤에 있는 사람들은 영원히 너만 봐.” 사랑고백같아서 더 잔인한 그 말이 그를 찌르든 말든, “너 밖에 못봐. 그리고 세상 사람들도 너 밖에 못봐. 네 아래, 뒤에는 안보이거든. 너가 거대해서든지, 너무 밝아서든지.” “뭐?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버거워? 그럼 2등은! 그 자리를 ‘지키’는 거냐…? 못가는 게 아니라 거기가 너무 좋아서 지키고 있겠냐고!”

“..너 이거.. 시혜야...”

내가 숨을 고를 때, 신우는 상처받은 얼굴을 내리며 가리곤

“너한테도 내가 그저 ‘빛’이야?”

그 질문은 나의 예상에 없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답도 생각해놓지 않았다. ‘그저 빛’?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이 질문이 너를 싫어하는 626개의 이유 중 하나였으리라.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신우는 다시 말을 꺼낸다.

“내 빛은 그럼 무슨 색이야?”

또 다시 어려운 질문을 한다. 답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답은 내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를 비추는 빛은 자주색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 해동안 그와 다신 하교를 하지 않았다.


너는 알까, 내 이름의 ‘하’는 下가 아니야. 賀(하례할 하)야. 하례할 하에, 적실 윤. 그게 내 이름이야.

세상의 축복 속에 태어나 남을 빛내고 적셔주는 고귀한 존재.라는 뜻이지. 그런 아름다운 이름이 그저 니 옆에선 下야. 




(626가지 이유 중 마지막 이유)


그리고 얼마안가 치룬 기말고사에서 나는 처참히 무너졌다. 그간 평생동안 지켜온 2등의 자리도 기꺼이 내어준채로. 2등도 아니니 이젠 그냥 시체라도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정도로 2등은 나였다. 왜냐하면 기말고사를 치룬 다음 날 열렸던 콩쿠르에서 내가 장려상을 받았기에, 그리고 그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너를 보았기에. 이젠 너의 옆자리도 아니였다. ‘장려상’이 마음이 아프다가도 이상하게 후련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와 나 이정도로 미쳤었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 후련함조차 얼마가지 않았다.  후련함은 얼마안가 그저 큰 아픔으로 변했다. 후련함을 느꼈다는 것도 아픔이었고, 후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슬픈 서사도 아픔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정신못차렸다. 주변에서 그 어떤 어른들이 나를 붙잡고 무어라 말하든 들리지 않았다. 속으론 계속 ‘당신들 같으면 다시 할 힘이 나겠어요?’라고 따져 묻고싶지만 이것또한 부질 없으리라. 내가 그토록 무시하던 2등에도 들지못한 자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은 없을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오기 전까지 나는 수업도 듣지 않았고 학원도 가지 않은채로 이냥저냥 살았다. 주위에서 뭐라고 욕을하고 걱정하든 내 알바가 더이상 아니였다. 마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방학식날, 윤신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밖에 안보인다며. 그럼 따라와야지 왜 멀어져? 이게 너가 말하는 자주빛이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몇날며칠동안 멍한 세계에 살아서 그런가 똑똑하고 현명한 그가 간단명료히 말해주는 몇개의 짧은 문장들을 이해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재촉했다.

“내가 강한 빛을 막아서 너한텐 온기만 가게 할게. 내가 앞에서 빛이든 바람이든 다 맞을게. 그러니까 뒤에서 잡고 와주면 안돼?”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너를 미워하는 이유가 벌써 626가지나 된다는 것을.
 

나는 아마도 평생 너의 뒤를 쫓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너를 잡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너를 따라간 적이 없다.

그저 내가 가는 길에
 네가 늘 먼저 서 있었을 뿐이다.

그게 626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근데도 우리의 미래는, 관계는 아직도 연주되고 있다


(작가의 말)


여러분은 살리에리를 아시나요? 영화 <아마데우스>(원제: Amadeus)에서 천재를 향한 질투와 이인자의 고통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인물입니다. 여기서 유래한 ‘살리에리 증후군’은 우리 삶의 많은 면을 시사하죠. 실존 인물의 비하인드와 영화의 줄거리가 매우 깊이 있으니, 작품을 읽기 전후에 꼭 한 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모차르트의, 마지막, 미완성곡 이 세개의 단어가 만드는 제 의도를 파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윤의 이름의 한자 뜻을 밝혔으니, 신우도 밝히는 게 좋겠죠?

신우는 믿을 신에 우주 우 입니다. 온 우주가 믿는 아이라는 뜻이죠


Nev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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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veah
  • 202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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