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 작성자 김희수
  • 작성일 2024-02-21
  • 조회수 980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옥상에 올라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학교 안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이 창을 열고 햇빛의 광선이 옥상에 작렬하던 날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옥상 난간에 올라앉아 있었다먼저 시선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흰 다리였다여름의 햇살에 반짝이던 그녀의 흰 피부는 오히려 겨울 같았다너무 희어서 혈관이 보일 듯 투명한 두 다리가 난간을 타고 내려와 흰 꽃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상반신이었다흰색 하복 셔츠에 큰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상반신도 다리와 마찬가지로 희어서무엇이든 반사해내어서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그런 흰 피부가 검은 후드티와 대비되며 빛났다고운 어깨선을 타고 올라 나는 마침내 인형처럼 작은 이목구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그런데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섬광이었다.

강렬한 햇빛이 그녀의 이목구비를 감싸고 돌며 흰 서리꽃을 떨어뜨렸다섬광이 스치는 듯 그녀의 얼굴이 내 눈을 스쳤다.

세상이 내려앉은 듯 감은 눈가에선 어떤 애잔함과 담담함이 느껴졌다눈가를 스치는 바람에 깊은 애상이 담긴 것 같이그녀의 눈은 서정적이었다.

태양빛을 가를 듯 높은 콧대와 붉은 입술도 아름다웠지만특히 시선을 잡아끄는 건 그녀의 눈매였다그것은 어느 누구의 눈과도 달랐다.

그때그녀가 눈을 떴다.

폭발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이내 지나치는 여느 눈들과는 달랐다그녀의 푸른 눈은 세상을 담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하늘을 보고 있는데도 자신의 눈 그 자체로그저 보는’ 것 같았다다른 말로 그녀의 눈은 채워질 필요 없이 스스로 온전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그리고 턱선을 타고 올라간 귀에서 작은 피어싱을 발견했다작은 별 모양 귀걸이였다나는 그 귀걸이가 그녀의 이목구비에 더해지며 어떤 폭력적인 힘을 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작은 별이 그녀가 되어 어느새 그녀는 혜성처럼 휘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 별은 별똥별의 꼬리를 달고 내 시야를그리고 옥상 위의 하늘을 질주했다.

나는 그 순간에 깨달았다저 소녀는 별()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순간에 이미 말을 걸고 있었다.

..안녕이름이 뭐야?”

나는 스스로도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소녀는 잠시 듣지 못한 듯 시선을 내리깐 채 사유하는 듯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입을 열었다.

최 별이야.”

그 말을 듣자 내 뇌리에 다시금 혜성의 심상이 내려앉았다그녀는 분명히 태양 아래서도 빛나는 별이었다.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은 오랜만에 봐서 말 걸어봤어그냥 궁금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부끄러운 변명을 해대며 어떻게든 더 말을 이어 가려고 했다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아무거나 끄집어내 문장을 완성시켰다.

내 이름은 김하늘이야..잘 부탁..?”

아무렇게나 이어가려다 보니 어색한 인사치례가 나왔다상대도 그걸 아는 양 작게 웃음을 터드렸다.

쿡쿡그래나는 옥상 온 거 처음인데너는 많이 와봤어?”

별의 말에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나는 거의 매일 여기 왔어그냥..하늘 보려고너는 여기 왜 왔어?”

다행이다자연스럽게 넘겼다하늘은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대답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소녀가 고개를 들고는 하늘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 뒤에야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별 보려고.”

 

 

별에 대해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그녀를 아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들려오는 말은 완전 예쁘다는 말 정도그러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걔 부모님이 둘 다 자살했대유언장에 별 보러 간다고 써놓고서뉴스에 나왔더라.”

그 뉴스를 찾아보았다사업에 실패한 부부가 딸 하나를 남겨놓고 밤에 산에서 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유언장에 써 놓은 내용 탓에 뉴스에 나온 것이었다.

별을 보러별을 두고 갑니다.’

부부가 남겨놓은 아이의 이름은 별이었다.

 

나는 그녀와 매일 옥상에서 만났다만나자고 약속을 잡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점심시간이 되어 옥상에 가 보면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별은 언제나 낮에 별을 보겠다며 옥상에 올랐다나는 그런 그녀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런 점이 좋았다별 없는 낮에 별을 찾는다는 건좀 멋있는 것 같았다.

옥상에서 우리는 하늘과 별 이야기를 했다옥상 아래에서의 일은 모두 속세의 것일 뿐이라는 듯이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답적인 얘기를 꺼냈다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다.

너는 파란 하늘에도 별이 있다고 생각해?”

별의 대답은 이랬다.

글쎄..하늘 안에는 별이 있겠지만 낮은 밝으니까 별의 빛을 덮어버리겠지하지만 오히려 별은 그래서 더 빛날 수도 있어나는 낮에도 별은 변함없이 빛난다고 생각해.”

별은 언제나 제 이름처럼 별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그것도 주로 낮에 빛나는 별에 대해낮에 빛나는 별은 태양뿐이었지만그래도 별들은 언제나 빛나고 있노라고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그건 내 앞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분명한 별이면서도 태양빛을 받아 더 선연하게 빛났다.

그렇지만 나는 밤의 그녀가 보고 싶었다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빛나는 그녀가 보고 싶었다그녀의 오롯함을그녀의 아름다움을 오로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밤에 만나자고 할 수는 없었다우리는 이제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깊은 이야기를 은유하듯 나눴지만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별이를 좋아할지도 몰랐다아니나는 별이를 좋아했다나는 처음 별이를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렸다우리는 비록 친구였지만 친구와는 별개로 묘한 접점이 있었다별과 하늘나는 그녀를 품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가 담을 수 없는 별이었다너무나도 황홀하게 빛나하늘 안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오롯한 별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더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먼저 다가와준 건 별이었다.

하늘아며칠 있다 불꽃 축제 한다는데 우리 같이 볼래?”

나는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같이 보자어디서 한대?”

별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학교 근처인데우리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볼까날짜는 토요일이야.”

나는 대답했다.

토요일그럼 학교 문이 닫혀 있을 텐데?”

몰래 들어가자그게 재밌는 거지.”

그렇게 축제 당일이 되었다어두운 밤 10우리는 학교 앞에서 만났다.

별이 먼저 담벼락을 기어올랐다그녀는 이럴 걸을 알았는지 편한 옷차림으로 와 있었다나름 꾸며 본 나로서는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둘이 모두 담을 넘은 뒤우리는 학교에 있을 당직 선생님을 피해 천천히 움직였다학교의 가운데에 있는 정원으로 들어가 열려 있는 문에 들어갔다.

학교 안에 달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직사각형의 창문들이 각각 장막 같은 빛을 토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 옥상 문을 열었다마친 불꽃 축제가 시작되려는 듯하늘을 향해 폭죽 하나가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불의 꽃이 피어났다하늘을 향해 물감을 뿌리듯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우리는 폭죽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용기를 내어 별에게 조금 다가갔다.

그때 별이 입을 열었다.

나는 폭죽이 좋아밤 하늘의 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거든너도 네 하늘을 예쁘게 수놓는 폭죽이 좋지?”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나도 폭죽이 좋아.”

나는 다시금 용기를 냈다내 왼손을 천천히 뻗었다.

별의 오른손이 지척이었다별의 희고 작은 손은 폭죽 아래에서 다채로운 색을 반사했다그래서 그녀의 손은 마치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보였다계속해서 색깔이 바뀌지만그 본연의 형태는 잃지 않았다그러자 그것은 예술이 되었다.

나는 조용히 그 손 위에 나의 손등을 얹었다손을 잡자는 듯손을 살짝 부딪혔다.

별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이내 손을 조금 움직였다손을 웅크리는가 싶더니나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맞추는 것이었다손가락이 서로를 파고들고잠시 깍지를 끼었다.

하지만 이내 별은 손을 놓았다손을 잡을 때와는 달리 한순간이었다.

미안나는… 하늘 안에 있을 수 없거든.”

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어째선지 슬퍼 보여서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의 일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우리의 나날은 이어졌다밝은 낮의 하늘에서 별을 찾았고 별과 하늘에 대해 토론했다우리는 모두 별하늘을 사랑했다.

나의 별에 대한 감정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하지만 동시에 더욱 커지지도 않았다나의 마음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숨죽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 뉴스에서 봤는데.. 너 부모님…”

아차 싶었다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별은 신경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 사건맞아그거 내 얘기야지금은 삼촌이 보호자 역할 해주고 있어근데 같이 살지는 않아.”

그렇구나미안해괜히 얘기 꺼내서.”

아냐괜찮아너무 어릴 때라 기억나지도 않는걸그리고나 할 얘기 있어.”

뭔데?”

… 사실 전학 가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

얘기 안해서 미안해너가 너무 실망할 거 같아서미안.”

그리고 별은 그대로 일어나 옥상에서 내려갔다.

별은 그녀의 말 그대로 다음 날부터 옥상에 보이지 않았다나는 그저 옥상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1년이 지나나는 불꽃축제가 있던 그 날에 다시 학교에 왔다나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불꽃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동이 텄다그때하늘로 솟아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혜성이었다.

통이 터 오는 태양보다도 밝은 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뛰어오르듯이 일어났다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별아별아!”

나는 별을 향해 외쳤다그것은 별()이었고 또 별이었다별은 언제보다도 강렬한 태양빛속에서도 빛났다세상을 찬란하게 물들이며별은 그렇게 빛나고 또 빛났다.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박서련

    김희수님, 2월에 정말 열작하셨네요…! (그전에 쓰신 것들을 몰아서 올리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풋풋하고 동화적인 사랑 이야기네요. 두 사람만의 세계가 있지만 그리 심각하지만은 않습니다. 진짜 별(星)을 보고 별아! 별아! 하고 부르는 장면이 낭만적이었어요. 중간에 시점 혼동의 흔적이 있습니다. “하늘은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이번 달에 김희수님이 올려주신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사가 많은데, 대사 대부분이 머뭇거리는 톤으로 쓰인 것이 조금 걸리기도 합니다. (캐릭터성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경제적으로’ 머뭇거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봐 주신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 2024-03-15 10:52:30
    박서련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