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환희
- 작성자 a1
- 작성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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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60살 할아버지와 20살 친손자의 몸이 바뀌어 버린다
라는 설정의 극적 스토리를 구성해보시오
올해로 스무 살이 된 김성현은 병실에 힘 없이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육십이라는, 어쩌면 아직은 창창할지도 모르는 나이의 김 노인은 거동은커녕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다. 목에 구멍을 뚫고 그 안으로 영양분만 간신히 넣어주는 상황이었다.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행태였다. 폐암 말기였다. 김 노인이 즐겨피던 담배가 문제였다. 제대로된 건강 검진 따위는 필요 없다던 자기 과신도 한몫했다.
“할아버지…….”
김성현은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김성현은 김 노인이 홀로 키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김 노인의 딸이 고등학생 때 성현을 출산하고, 그대로 도망쳐버렸기 때문이었다. 김 노인은 일용직 현장 노동을 하며 김성현을 먹여 키웠다. 스무 살 때까지,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 시킬 만큼 잘 키워냈다.
김성현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 노인은 그만큼이나 각별한 존재였다.
그리고 김 노인은…….
살고 싶었다. 산소 호흡기가 없으면 당장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편하게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동공만을 움직여 침대 앞의 김성현을 바라보았다. 스무 살 답게 건강한 신체였다. 돈이 없어도 밥을 굶긴 적은 없기에 덩치도 컸다.
김 노인이 느낀 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김성현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는 게 부러웠다. 자신이 저렇게 젊은 신체를 지녔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 노인은 눈을 돌려 병원 천장을 바라보았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마음 편하게 숨을 들이쉬고 싶었다. 빌어먹을 산소 호흡기는 저리 치워버리고. 건강하게 두 발로 이 병실을 나가고 싶었다. 죽기 싫다. 그런 생각이 혼란스럽게 머리를 가득 채웠다.
김 노인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신체 대부분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오직 두 눈 만큼은 아니었다. 동공을 돌린다거나 깜빡이는 정도의 움직임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였다.
김 노인은 자신이 두 발로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건조한 볼에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병실 한 켠에 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자글자글한 주름은 사라지고 없었다. 스무 살 다운 구김살 없는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울에 비친 이는 김성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김 노인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커다래진 두 눈으로 김 노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김 노인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기에 누워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손자 김성현이었다.
털썩. 김 노인이 침대 옆 의자에 주저 앉았다. 자신은 죽음을 앞에 두고 짧게나마 손자의 신체를 부러워 했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뒤바뀌었다. 즉 김 노인은.
“성현아……!”
자신이 키운 손자를 사지로 내몬 것이었다.
침대 위에 누운 김성현이 눈을 감았다. 김 노인이 여태까지 버텨 온 게 기적인 건지, 몸이 바뀐 김성현은 병든 신체에 적응하지 못 했다.
삐—!
심정지를 알리는 기계음이 크게 울리고, 주위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몰려들었다.
“……김진명 환자, 17시 30분 사망하셨습니다.”
의사의 사망진단이 내려지고, 김 노인은 바닥에 주저 앉아 오열했다. 주변인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는 손자로만 생각했지만, 김 노인이 느끼고 있는 건 죄책감과, 젊은 신체에 대한 작은 환희를 가지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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