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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너

  • 작성자 온백
  • 작성일 2025-04-15
  • 조회수 524

지난 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는 잘 안 듣게 된다. 노랫말, 멜로디에 그 시절 그 때의 기억이 묻어있어서 마치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듯, 묻은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게 꽁꽁 감추어 두게 된다. 그런 노래들을 들으면 그냥 그 노래를 들으며 걸었던 골목길 내음부터 노래를 배경음 삼아 읽었던 책과 그 때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져서 과거를 향안 미련한 항수병이 도질 것만 같다.

 오늘은 우연히 네가 묻은 노래를 들었다. 무심히 꽂혀 있던 이어폰이 내게 너와에 추억을 건네주었다. 우리의 날로부터 꽤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선명히 드리우는 화질을 느끼면서 난 노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네 흔적이 더럽혀질까봐서 제 것을 꼭 쥔 아이처럼 손 안으로 감춰버렸다. 그러나 꺼진 노래 넘어로도 이미 들어온 너는 한동안 또 나를 괴롭히겠지. 그래, 그 때는 유난히 포근한 봄이었다. 우리의 첫만남은. 내가 적당히 올려다 봐야 했던 너는, 그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나름 새벽까지 통화도 하고 허구한 날이면 꽃 사진, 시덥잖은 사진을 보내오던 너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그저 가는 길이 자주 겹치길래 같이 다닌게 하루,이틀, 일주일이 넘어 언젠가부터 일상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냥 놀고 싶다길래 가끔 나간게 다였다. 네게 가끔 알 수 없는 바램과 체념에 시선이 늘어가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네게 그때 봄의 날씨처럼 미적지근히 끌었다. 그렇게 봄이 지고 초여름 열대야가 찾아올 때 쯤, 이젠 체념이 눈에 서린 너와 함께 달빛 아래를 걷던 날이었다. 알았다. 이상했던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너는 알까? 아마 그 때쯤 부터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내 심장이 거꾸로 돌았던 것을, 차분히 빗어넘긴 머리가 비쭉 치솟고 내 발이 물리법칙을 벗어나 3센티 정도 붕 뜨는 바람에 주저앉을 뻔했다는 것을 아마 너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네가 내 안에 멋대로 들어와 있던 나날에는, 나도 네 안에 들어가 있으리라하는 무책임한 운명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빗나간 시선은 우연이라던가, 우리는 그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여느 날과 같던 네 가벼운 호의에도 너를 이미 다 가진 것 같아서 같이 가로수길을 걸으면 나무들은 수채화 그림처럼 맑고 선명해 보였으며 환히 비추던 여름 햇빛은 내 피부를 그을리던 말던 그렇게 따스하게 느껴졌었다. 어느덧 시간은 녹아내려서 쨍한 가을이 되었었다. 도저히 폐로 넘어가지 않던 끈적한 공기가 나름 쾌청해지고 적당히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와 대비되게 그 때 내 마음은 그리도 축축했었다. 분명 같은 길에 서있다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았던 장마가 한순간에 그쳐버리고 가을이 온 것 처럼 너 또한 그렇게 그쳐버렸나 보다. 너는 가을의 온도처럼 미지근했다. 그게 네가 내게 그은 선이기도 했다는 걸 그때 나는 왜 몰랐을까. 너도 보았을까. 내가 네 눈에서 보았던 것을.

 우리는 항상 이렇게나 엇갈렸다. 마지막까지도. 우리 이야기에 끝자락에 매달리던 쯤, 결말을 끊어내듯 나는 이사를 갔고, 그 이후로 난 널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몇 번 던지듯 연락을 보내봤지만 곧 의미없는 짓이란 걸 깨달고는 지워버리곤 했었다. 여튼 이런 너 때문에 못 듣게 된 노래가 몇 곡인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몇 계절이 지날 때까지도 네가 묻은 노래를 들으면 나도 흐를 것만 같아서 너와 내가 한순간에 엇갈려 끊어졌던 것처럼, 끊어 꺼버렸던 것 같다. 이제 와선 시간이 널 미화해버린 건지 널 왜곡시키기 싫어, 아직도, 네가 묻은 노래를 들을 수가 없다.

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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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어폰(노래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너)

오늘은 우연히 네가 묻은 노래를 들었다. 무심히 꽂혀 있던 줄이어폰이 내게 너와에 추억을 건네주었다. 우리의 날로부터 꽤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선명히 드리우는 화질을 느끼면서 난 노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네 흔적이 더럽혀질까봐서 제 것을 꼭 쥔 아이처럼 손 안으로 감춰버렸다. 그러나 꺼진 노래 넘어로도 이미 들어온 너는 한동안 또 나를 괴롭히겠지. 그래, 우린 참 많이도 함께 들었다. 그 때는 유난히 포근한 봄이었다. 우리의 첫만남은. 한창 들쩍지근한 발라드가 들려오던, 그런 날이었다. 내가 적당히 올려다 봐야 했던 너는, 줄이어폰 너머 네 취향대로 된 노래를 네게 멋대로 꽂아주었던 넌. 그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나름 새벽까지 통화도 하고 클래식부터 락까지 틈만나면 줄이어폰의 한쪽 편을 건네던 너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그저 가는 길이 자주 겹치길래 같이 다닌게, 내 플레이리스트가 늘어가던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 언젠가부터 너의 말소리가, 노래가 배경음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냥 놀고 싶다길래 가끔 나간게 다였다. 네게 가끔 알 수 없는 바램과 체념에 시선이 늘어가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네게 그때 봄의 날씨처럼 미적지근히 끌었다. 그렇게 봄이 지고 초여름 풀벌레 찌르르- 울 때 쯤, 이젠 체념이 눈에 서린 너와 함께 달빛 아래를 걷던 날이었다. 알았다. 이상했던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너는 알까? 아마 그 때 네가 내게 어딘가 쓸쓸한 팝송을 들려주었을 때 기다란 선 너머로 눈이 마주치곤 내 심장이 거꾸로 돌았던 것을, 차분히 빗어넘긴 머리가 비쭉 치솟고 내 발이 물리법칙을 벗어나 3센티 정도 붕 뜨는 바람에 주저앉을 뻔했다는 것을 아마 너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네가 내 안에 멋대로 들어와 있던 나날에는, 나도 네 안에 들어가 있으리라하는 무책임한 운명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빗나간 시선은 우연이라던가, 우리는 그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여느 날과 같던 네 가벼운 호의에도 너를 이미 다 가진 것 같아서 같이 가로수길을 걸으면 나무들은 수채화 그림처럼 맑고 선명해 보였으며 환히 비추던 여름 햇빛은 내 피부를 그을리던 말던 그렇게 따스하게 느껴졌었다. 같이 듣던 노래가 어느샌가부터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곤 어느덧 시간은 녹아내려서 쨍한 가을이 되었었다. 도저히 폐로 넘어가지 않던 끈적한 공기가 나름 쾌청해지고 적당히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와 대비되게 그 때 내 마음은 그리도 축축했었다. 분명 같은 길에 서있다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았던 장마가 한순간에 그쳐버리고 가을이 온 것 처럼 너 또한 그렇게 그쳐버렸나 보다. 너는 가을의 온도처럼 미지근했다. 이젠 네 귀에 들어가지 않는 줄이어폰을, 그게 네가 내게 그은 선이기도 했다는 걸 그때 나는 왜 몰랐을까. 너도 보았을까. 내가 네 눈에서 보았던 것을. 우리는 항상 이렇게나 엇갈렸다. 마지막까지도. 우리 이야기에 끝자락에 매달리던 쯤, 결말을 끊어내듯 나는 이사를 갔고, 그 이후로 난 널 볼 수 없었다.

  • 온백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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