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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너

  • 작성자 온백
  • 작성일 2025-04-15
  • 조회수 150

지난 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는 잘 안 듣게 된다. 노랫말, 멜로디에 그 시절 그 때의 기억이 묻어있어서 마치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듯, 묻은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게 꽁꽁 감추어 두게 된다. 그런 노래들을 들으면 그냥 그 노래를 들으며 걸었던 골목길 내음부터 노래를 배경음 삼아 읽었던 책과 그 때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져서 과거를 향안 미련한 항수병이 도질 것만 같다.

 오늘은 우연히 네가 묻은 노래를 들었다. 무심히 꽂혀 있던 이어폰이 내게 너와에 추억을 건네주었다. 우리의 날로부터 꽤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선명히 드리우는 화질을 느끼면서 난 노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네 흔적이 더럽혀질까봐서 제 것을 꼭 쥔 아이처럼 손 안으로 감춰버렸다. 그러나 꺼진 노래 넘어로도 이미 들어온 너는 한동안 또 나를 괴롭히겠지. 그래, 그 때는 유난히 포근한 봄이었다. 우리의 첫만남은. 내가 적당히 올려다 봐야 했던 너는, 그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나름 새벽까지 통화도 하고 허구한 날이면 꽃 사진, 시덥잖은 사진을 보내오던 너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그저 가는 길이 자주 겹치길래 같이 다닌게 하루,이틀, 일주일이 넘어 언젠가부터 일상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냥 놀고 싶다길래 가끔 나간게 다였다. 네게 가끔 알 수 없는 바램과 체념에 시선이 늘어가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네게 그때 봄의 날씨처럼 미적지근히 끌었다. 그렇게 봄이 지고 초여름 열대야가 찾아올 때 쯤, 이젠 체념이 눈에 서린 너와 함께 달빛 아래를 걷던 날이었다. 알았다. 이상했던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너는 알까? 아마 그 때쯤 부터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내 심장이 거꾸로 돌았던 것을, 차분히 빗어넘긴 머리가 비쭉 치솟고 내 발이 물리법칙을 벗어나 3센티 정도 붕 뜨는 바람에 주저앉을 뻔했다는 것을 아마 너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네가 내 안에 멋대로 들어와 있던 나날에는, 나도 네 안에 들어가 있으리라하는 무책임한 운명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빗나간 시선은 우연이라던가, 우리는 그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여느 날과 같던 네 가벼운 호의에도 너를 이미 다 가진 것 같아서 같이 가로수길을 걸으면 나무들은 수채화 그림처럼 맑고 선명해 보였으며 환히 비추던 여름 햇빛은 내 피부를 그을리던 말던 그렇게 따스하게 느껴졌었다. 어느덧 시간은 녹아내려서 쨍한 가을이 되었었다. 도저히 폐로 넘어가지 않던 끈적한 공기가 나름 쾌청해지고 적당히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와 대비되게 그 때 내 마음은 그리도 축축했었다. 분명 같은 길에 서있다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았던 장마가 한순간에 그쳐버리고 가을이 온 것 처럼 너 또한 그렇게 그쳐버렸나 보다. 너는 가을의 온도처럼 미지근했다. 그게 네가 내게 그은 선이기도 했다는 걸 그때 나는 왜 몰랐을까. 너도 보았을까. 내가 네 눈에서 보았던 것을.

 우리는 항상 이렇게나 엇갈렸다. 마지막까지도. 우리 이야기에 끝자락에 매달리던 쯤, 결말을 끊어내듯 나는 이사를 갔고, 그 이후로 난 널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몇 번 던지듯 연락을 보내봤지만 곧 의미없는 짓이란 걸 깨달고는 지워버리곤 했었다. 여튼 이런 너 때문에 못 듣게 된 노래가 몇 곡인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몇 계절이 지날 때까지도 네가 묻은 노래를 들으면 나도 흐를 것만 같아서 너와 내가 한순간에 엇갈려 끊어졌던 것처럼, 끊어 꺼버렸던 것 같다. 이제 와선 시간이 널 미화해버린 건지 널 왜곡시키기 싫어, 아직도, 네가 묻은 노래를 들을 수가 없다.

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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