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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열아홉에게

  • 작성자 이해
  • 작성일 2026-05-29
  • 조회수 91

 고백하자면 이런 비스무리한 주제를 두어 번 정도 잡다 던져버린 전적이 있습니다만, 세 번에서는 그리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항시 수필로 잡으면 영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이번에도…… 노력하겠습니다.


 딱히 친근히 지내는 후배가 없습니다. 고로 전 댁들을 마음 품을 후배로 생각합니다. 손해 볼 내용은 없으리라 백 번 천 번 장담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할 것이 대학 입시에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따져봐야지 됩니다. 11년 정도 대한민국 교육 현실 겪어오셨으니 참 잘 알겠지만 우리 교육은 극한 경쟁 체제로 기껏해야 열몇 살 되는 학생들을 극한까지 쥐어 짜내서 괄목할 성과를 뽑아내는 제도입니다. 석유도 안 나는 나라에 그나마가 사람인데 것도 날마다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죠. 그 경쟁 체제의 클라이맥스가 대학 입시라는 건 또 더 말 붙일 게 없습니다. 취업이나, 창업이나, 하여간 대학 입시가 아닌 다른 방향을 보고 계신다면 구태여 이런 글까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련히 잘 하시지 않겠습니까? 비꼬는 게 아니고 진심입니다. 분명 저보다 생각이 더 깊으시리라 믿습니다.


고로 제가 뵐 대학 입시를 준비하시는 이 나라의 열아홉들은 모두 정신병 하나 들고 산다는 게 유구한 역사입니다. 아마 옆에 수능특강이라던가, 이런저런 학습 도구들이 많을 건데요. 6월 모의고사가 며칠 안 남았으니…… 오늘부터 토요일, 일요일 해서 적어도 사흘 간은 그 모든 걸 던져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6월은 뭐랄까, 체감 자체가 다릅니다. 처음으로 교육청이 아닌 평가원 종이를 받아보고, 성적표도 수능 형식으로 뽑히고, 애초에 그닥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N수생이 들어오고, 등급이랄 것도 대다수 본인 생각보다 안 나올 겁니다. 6월이 이러면 9월은, 수시 원서 쓸 때는, 수능은 얼마나 지옥이게요. 자만하란 소리는 아니지만 이거저거 보면 사흘 공부 안 한다고 성적 떨어지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애초에 3월부터, 혹은 6월부터라고 가정해도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니면 수능까지 기세 끌기가 버거운데 우리 열아홉들은 이미 경쟁 과노출 상태라 정신력이 전부 녹아버리지 않았습니까. 쉴 때는 진득하게 쉬는 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더 좋습니다. 주 5일제 지키시고, 주 4일제도 좋고…… 꼭 쉰다고 구태여 복잡한 거 하실 필요도 없고 원한다면 몇 시간이고 뒹굴거리며 쇼츠 릴스 등등으로 도파민 터트려도 됩니다.


 너무 자만하지 마시고, 수시로 가실 계획이라면 보통 학교에서 안정 한 장은 넣으라고 할 텐데요. 본인이 수능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어서 나는 누가 푸룬주스를 줘도 안 망칠 수 있다, 또는 나는 특정 대학 아니면 아예 안 가는 게 낫다 하실 정도면 그냥 무시하시고요. 가능하면 한 장 정도는 안정으로 쓰시는데 나머지 다섯 장은 본인 의지가 아니더라도 그 한 장은 본인이 입학처 홈페이지 주변 지인 혹은 어른들 조언 인터넷 검색 심지어는 직접 학교 방문해서 주변 분위기 시설까지 확인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끌어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6지망으로 표현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6지망으로 갈 가능성이 제일 높으니까, 괜히 대충 생각했다가 6지망만 가게 되는데 결과가 아쉬워서 정도가 아니라 진짜 못 살겠어서 한 번 더 시도하는 건 너무 큰 낭비 아닙니까. 그 6지망은 무조건 본인 의지로 선택하세요.


 크게 보면 두 개 정도 말했나요? 아직 둘이 더 남았는데, 본인이 굉장히 잘 되실 수도 있습니다. 진짜 꿈만 꾸던 대학교에 덜컥 붙는다거나, 수능에서 상상 이상의 성적을 받아 어디든 갈 수 있게 된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6지망은 아닌, 무난한 3지망, 4지망 정도 붙어서 이 정도면 잘했다,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에 굉장히 알리고 싶어지실 겁니다. 가급적 크리스마스까지, 그게 힘들면 수능 성적표 나올 때까지는 참아주시면 좋겠습니다. 6지망만 붙으시더라도 혹여 다 떨어진 경우도 있으니 역시나 앞서 말한 때까지는 참아주시는 게 좋고요. 것 뿐만 아니고 수시 원서 작성 이후부터는 가급적 복잡한 신세 한탄이니 입시 얘기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리 나오면 또 제 얘기를 않을 수가 없죠. 제 가장 친근하던 친구가 서울의 H 대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그 친구가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 수능도 잘 봐서 수시 면접 보기 싫다느니 얘기를 많이 하던데, 속된 말로 다 긁혔습니다. 결국 표면적으로 싸운 건 아니지만 지금은 달에 한두 번 연락할까, 말까, 그럽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안 하고, 안 받는 겁니다. 자칫하시면 굉장히 조용히 친구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위에서는 잘 되었을 경우인데, 6지망만 붙는다거나, 다 떨어진다거나…… 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입시가 끝나면 다음 해 2월까지 시간이 쭉 비기 때문에 아마 굉장히 우울하실 겁니다. 가급적 바깥으로 많이 나도시길 바랍니다. 친구도 만나고, 아르바이트도 해보면 좋고, 졸업도 했으니 한 번 다 모여서 밤새가며 술이라도 마시고, 운전면허? 그런 거 나중에 따셔도 됩니다. 하고 싶다면 역시 따셔야겠지만, 최선을 다하여 즐기시면 또 그 과정에서 얻는 게 있을 겁니다. 아무렴 생각이 많아져서, 저도 그리 생각만 하다가 보니 기자라는 꿈이 생겨버린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읽으셨으니 하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 다 필요 없고 그냥 본인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는 게 후회가 가장 안 남습니다. 대학 붙은 거 얼마나 자랑하고 싶겠나요, 되려 안정 카드 하나 없이 모두 상향으로 써서 하나 붙어버릴 수도 있고, 사람 일 모르는 법이니 말입니다…… 이제 스물이 뭐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웃기고요. 이름 모를 후배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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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

    다행히 8월 안에 하나 더 썼습니다. 저번 글보단 나름 생산적으로 보여서 맘에 드네요... 소설이나 비평도 올려보고 싶지만 시간이 따라줄지 모르겠습니다.

    • 2026-05-29 05:27:25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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