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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6-05-31
  • 조회수 136

  • 아빠랑 두산 홈베이스 가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부르기

  • 사직 야구장 가서 아줘라 같이 하기

  • 노란 조명이 켜진 긴 터널을 통과할 때 모든 창을 닫은 자동차 사이에서 반대로 모든 창문을 열고(혹은 트럭 뒤에서) 우리는 열여섯에서 열일곱으로 넘어가는 기분을 모두 잊어버렸지 하지만 소리치면서 가장 신나는 노래 부르기

  • 밤새도록 술마시기

  • 칵테일 바에서 시집읽기

  • 센치한 노래 들으면서 걷기

  • 고등학교 졸업식 날 비눗방울 불기

  • 영공을 넘어가는 비행기에서 이쪽 나라 하늘과 저쪽 나라 하늘 사이의 차이점 설명하기

  • 세계여행하기

  • 알프스 산맥 가보기

  • 이탈리아 자연 보기

  • 오로라 보기

  • 눈싸움하기

  • 눈 굴려서 눈사람 만들기

  • 폭신폭신하게 쌓인 눈 느끼기

  • 부자되기

  •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시집이랑 편지 주기

  • 몽골에서 은하수보기

  •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비바라비다 노래 듣기

  • 아주아주 큰 무대에서 공연하기

  • 태평양 위에서 우연히 고래 마주치기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인 척 하기

  • 영국 세븐 시스터즈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달리기

  •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 빵 먹기

  • 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랑 진심으로 싸워보기(말로 몰아붙이기 아주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 놀이기구 계속 타기 하루종일

  • 폭죽 보면서 고백하기

  • 모르는 사람이랑 메일하기

  • 모르는 사람이랑 지하철 보관함으로 편지 주고받기

  • 메일링서비스하기

  • 전남친이랑 갔던 해변에서 물수제비 뜨는 연습하기

  • 러시아에서 기차여행하기

  • 얼굴에 웃는 표정대로 주름이 생기도록 늙기

  • 대만 여행하면서 기념품 수집하고, 푸르고 환하고 주황빛이 나는 환한 풍경들을 기록하기 

  • 개울에다 손 넣고 물장난 하기

  • 집앞 바닷가에서 혼자 해질녘까지 놀기

  • 야광충으로 빛나는 바다에서 뛰기

  • 야경이 보이는 높은 층의 호텔에서 친구들이랑 불 끄고 잠시 소강상태인 걸스나잇 즐기기

  • 뉴욕에서 숏컷 레게 머리 하고 골목을 걸어다니며 낭만 즐기기

  • 영어로 프리토킹하기

  • 스물다섯 스물하나 터널 지나가면서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 부르기(스물하나일 때 한 번, 스물다섯살일 때 한 번)

  • 길에서 간택당한 고양이 키우기

  • 소중한 사람 되기

  • 던킨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 바삭하게 구워 먹기

  • 평범한 오후에 끝내주고 환상적인 샌드위치와 함께 피크닉하기

  • 수능 끝나면 수능 끝나고 해봐야 할 일 검색해서 하나씩 해치우기

  • 사람을 사랑하기 계속계속

  • 사람을 위로하기 마음을 다해

  • 엄마랑 아빠랑 같이 해외여행 가기

  • 엄마랑 인생에서 한 번쯤은 봐야 할 눈물이 날 것 같은 곳으로 여행 가기

  • 가족 여행 다녀온 날의 캄캄한 밤, 엄마랑 아빠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로등이 점점이 켜진 달이 보이는 국도를 동생과 교대하며 운전하기 어린 시절의 반대된 순간처럼

  • 스위스 작은 오두막에서 동화처럼 살기

  • 아무데서도 내리지 않고 지하철 마지막 역까지 좌석에 앉아 시집 읽기 마지막 역에서 내릴 때 남아 있는 사람 중 한 명에게 그 시집 주기

  • 기부하기

  • 비오는 날 더 아름다운 일본의 공원에서 투명한 우산을 쓰고 걷기

  • 중국에서 가장 경이로운 산 등산하기

  • 기타쿠슈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들으면서 혼자 놀기

  • 우유니사막에서 영원이 들어가는 인디 음악 들으면서 노을 보기(영원처럼 안아줘)

  • 바스크 치즈 케이크 만들어 먹기

  • 일하고 와서 엄청 힘든 날 저녁에 마카롱 우유 말먹하기

  • 엄마가 다녔던 대학원, 대학원에 가서 그 연구실 복도 뒤의 수풀을 계속 바라보기

  • 큰고모가 운영했던 복사집에 가서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고, 어릴 때 그곳에서 들었던 노래 들으면서 어릴 때 그곳에서 했던 게임 하기

  • 큰고모에게 주고 싶은 인형 뜨개질하기

  • 열여덟 겨울에 끝까지 걸어가려다가 포기했던 컨테이너 선착 항구의 바다까지 차 타고 가보기 그 항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십대의 평생 동안 위로받고 고민하고 슬퍼했던 크레인 불빛 보기

  • 한국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정 말 멋 있 다!고 소리치기

  • 누군가 나한테 여기서는 마음껏 소리칠 수 있다고 하면 사랑해라고 소리치기

  • 성공해서 합창단 찾아가기

  • 버스킹 공연 하기

  • 영국 여행하면서 매일매일 즐겁게 행복하기

  • 어른이 되면 열아홉의 나를 꼭 기억하면서 잘했다고 칭찬하기

  • 어른이 되면 스스로를 기둥삼지 않을 수 있을까 기댄다는 건 아직 어색하고 무너질 것 같네 그래도 해보기 아직은 이걸로 버티고

  • 포크레인이 깎아내린 산 위를 처음 보는 오빠들이랑 무작정 기어 올라갔던 한 해가 통째로 행복했던 10살을 기억하기

  • 천공의 성 라퓨타 보기

  • 비오고 난 약간 서늘하고 축축한 저녁 일본어 버전 칵테일 사랑 노래 들으면서 그 횡단보도 걷기

  •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프리지아 꽃다발 선물 받기

  • 수능 끝나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에릭 사티 짐노페디 1번 연습하기 학교 체육 시간 강당 커튼 뒤에서, 또 우연히 낡은 피아노를 마주친 골목에선 이걸 연주할 수 있도록

  • 초등학교 1학년 때 떠나온 오태동 골목 기억나는대로 걷기

  • 눈 내리는 날 오태동 어린이집 앞 넓은 공터에서 놀기

  • 아빠 용서하기

  • 추억은 방울방울 애니메이션 보고 그때 생각나는 사람에게 굵은 펜으로 쓴 글자 획 끝에 얇은 동그라미 그려 꾸민 편지 선물하기

  • 열여섯 살 때 스스로에게 썼던 편지 스무살 때 읽어 보기

  • 5년 뒤, 10년 뒤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 엄마랑 정말 맛있는 디저트 가게 가기

  • 이제 별로 밉지 않아 별로 과거에는 미웠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크지 않게 느껴져

  • 그때 힘들었다고 고백하기

  • 그때 그렇게 싸우던 소리는 몸이 저절로 떨려서 귀를 떼어내고 싶었고 힘들었다고, 동생이 크면 동생이랑 엄마한테 고백하기

  • 고백에 마음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지난 일을 탓하는 것 같더라도 그 사실을 전달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니까 버킷리스트에 적은 약속이니까

  • 아 잘 살기

  • 비 온 다음날 바깥에 나와 있는 지렁이 흙 위로 옮겨주기

  • 빨리 달리는 연습 하기

  •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동화책 읽기

  • 잠들기 전에 동화책 읽어 주던, 침대맡 노란 무드등 빛이 반사되던 엄마 얼굴과 목소리 기억하기, 눈물이 날 뻔했지만 꾹 참았던 감정 기억하기

  • 어떨 때는 생각이 깊어지라 하고, 어떨 땐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 난 계속 깊은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어떻게 맘대로 그렇게 껐다 켰다 할 수 있어. 난 그렇게는 못해. 그렇게는 못 살아.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내가 되지 않았을 거야. 만약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동생처럼. 생각이 깊지 않은 게 살기 편하겠지. 답답하면 마음대로 화내면 되고 말야. 그렇지만 난 역시 생각이 깊고 가족을 이해하고, 모든 감정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삶을 사랑하는 내가 좋아. 엄마는 죽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죽기 싫어. 동생이 지긋지긋한데 너무 살고 싶어. ‘아직도 인생의 무한한 나선 계단을 돌아 내려가고 있다니’라는 문장을 읽고 나선 새벽에 가출한 동생을 찾는다고, 졸면서, 온 동네의 아파트 계단을 잡고 돌아 내려가던 순간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기분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인생이 너무 좋아. 창밖을 봤는데 나무가 예뻤고 인생이 꽤나 잘 흘러간다는 걸 깨달았어. 친구랑 전화하고 있었는데, 친구한테 말하니까 진짜? 하며 되물어봤고. 잘 흘러간다기보단 흘러가기를 잘 하는 것 같다고 정정해줬어. 어떡하지. 인생이 너무 좋아서. 창밖으로 펼쳐지던, 바람에 차르르 뒤집히던 연둣빛 나뭇잎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5월 오후 4시의  해를 맞는 세상. 온 세상을 환하게 뒤덮은 빛살들. 어른어른거린다. 인생이 너무 좋다. 인생이 영화라면 여기서 일시정지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더 이상의 슬픔은 안녕. 죽고 싶다는 게 아니고 살기 싫다는 것도 아냐 그냥 더 이상의 슬픔은 안녕. 안녕, 안녕이고 싶어. 난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살 것 같다. 죽은 나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견뎌야 할 슬픔을 생각하면 지긋지긋해져. 슬픔을 내 앞에 딱! 세워두고, 야! 너 잘 들어! 이제 가버려! 그런 다음 돌아가는 애의 등 뒤로 헤어지는 인사를 산뜻하게 보내는 것으로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면.

  • 나는 열네살 때도 슬픔을 느꼈다. 학원을 가는 차 안에서 노을이 쏟아지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바라보면 어떤 내가 거기 서 있고, 어떤 나를 거기에 두고 나는 지나간다고 느꼈다. 우연히 마주친 돌멩이를 차며 산책하다가, 헛발질해 그것을 놓치면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 돌멩이를 또 차려고 뒤돌지 않는다. 헛헛한 마음이 들지만 나는 계속 가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인생은 그런 일인 것 같다. 우연히 만난 돌멩이를 차며 가는 것. 그것을 놓치면 놓고 가는 것. 그리고 잊는 것. 그리고 다음 돌멩이를 만나고, 또 걸어가는 것. 돌멩이는 과거의 어떤 나다.

  • 작년 겨울에는 무작정 컨테이너 부두를 향해 걸었다. 그냥 그곳의 바다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였다. 엄청나게 넓었던 8차선 도로들. 사거리. 종종 보이는 건 반복되는 노란 신호. 즉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대형 화물 차량과 지워진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은 전부 고장났다.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다니라고 생겨난 곳이 아니구나. 가슴이 서늘하고 무서웠는데 겁도 없이 걸었다. 두 시간 동안. 너무 멀리 걸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가는 것보다 돌아가는 게 더 무섭구나, 깨달았다. 아빠도 그런 걸까. 아빠는 돈을 번다고 멀리 갔지만 오지 않는다. 돈을 벌지 못하는가보다. 아빠는 계속 빚만 낸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 아빠를 만나는 상상을 한다. 아빠를 설득한다. 그래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엄마가 이렇게 힘들고, 동생이 이렇게 제멋대로인 것이 가끔 아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컨테이너 부두 가까이의 도로를 걷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는 길은 다 새로워서 심장이 뛰기도 하는데, 돌아가는 길은 지치고 힘들고 손에 남는 것도 없고 익숙한 길일 뿐이니까. ...... 그래도 언젠가는 돌아와야 해. 그래서 나도 돌아왔다. 거긴 작은 기차가 있었어. 내 바로 옆을 화물을 실은 채 지나갔는데, 매연에 기침이 나왔지. 몸을 꼼꼼하게 씻고 싶었고. 집으로 돌아와선 떠나는 동안 묻었던 먼지를 씻어냈다. 

  • 오늘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무슨 내용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옛날 만화인 것으로 아는데. 제목만 들여다 봤을 때는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상한 단어들의 조합. 난해하고 어지러운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만화는 나와 맞지 않는다. 사실 만화를 잘 보지 않지만. 나는 영상물과 맞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피로해진다. 앉아서 한 장짜리 스크린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지루하고, 결국 나의 세계가 아닌데도, 감상하려면 온 감각을 저쪽 세계에 담궈야 한다는 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스크린의 감각을 벗는다. 찝찝하고 기분이 나쁘다. 전생 체험을 한 것처럼 피로해진다. 그러니까 나의 삶은 여기 있는데, 영화는 멋대로 나를 붙잡아 남의 삶에 던져놓으려고 군다. 책은, 활자는 다정하다. 나의 삶을 침투하지 않고, 가둔 채 다른 공간에 넣으려고 하지도 않고, 나의 속도에 맞춰 넘어가고. 그냥 나의 세계 그 자체의 감각은 온전히 둔 채로.

  • 그러니까

  • 글을 계속 쓰고 싶으니까

  • 언젠가는 어른이 되겠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착실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버킷리스트는 내 인생에서 해치워나가고 체크해나가고 싶은 목록 뿐만이 아니라

내 삶의 전반을 내가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겠는지

이뤄질 리 없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적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 하고 끝나는 것만이 아닌

한 번씩 들여다 보면서 또 하고 또 해야만 할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나의 인생에는 이것이 있어야만 하고

이것이 있는 인생을 앞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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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포대교

    이름을 아는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리고 라퓨타는 섬이 아니라 성이야

    • 2026-06-05 21:36:11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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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백

      @구포대교 고마워. 덕분에 요즘 행복해 성은 고쳤어 ㅋㅋ 너도 행복해랏

      • 2026-06-08 05:00:20
      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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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원

    이름 모를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 2026-06-04 16:04:39
    이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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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백

      @이희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요즘 행복해요. 이름 모를 타인의 행복도 빌어줄 수 있는 이희원님도! 늘 행복하세요 ㅎㅎ

      • 2026-06-08 05:03:41
      방백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