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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 작성자 드시코
  • 작성일 2026-05-31
  • 조회수 51

 선풍기 소리 아주 천천히 돈다 가만히 도는 소리

동그란 모양의 머리 내 유일한 친구

꼿꼿하게 서서 바람을 불고 있는 선풍기

버튼 일곱 개를 달고 있는 선풍기

내가 잠에 들어도 가만히 서서

 내가 눈을 감고 이불을 덮고 누워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에서

천장을 가늠할 수 없고 모든 불이 꺼진

창문으로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조용히 내 숨소리를 세어 주렴

눈가에 난 자국들을 안쓰럽게 여겨 주렴

미안하다고 말할게 선풍기 선풍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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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부숴 버리고 포도나무가 열린 안방에는 자유의 포스트잇이 수두룩했다길가메시는 서울대에 갔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신음했다 그러나 나는 아침에는 수능완성을 할당된 양 풀고 공복에 걸었다 initial은 초기의 라는 뜻이었다 그 길에는 버스가 나를 쳐 버리지 않았다 그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침이 얼어붙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선생님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 선생님은 웃어야 했다 마저 웃지 않는다면 모두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야만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었다의자에 꿇고 앉은 아이들은 간지러운 앞머리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교실 바닥이흥건해지도록 시냇물 흐른다 부연 창문 너머 햇빛 머금은 나뭇가지는 무성 영화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까치 소리가시끄러워서 반장이 창문을 닫았다 아이들은 그런 나뭇가지의 유희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이제 웃지 않는 선생님을 보았다 나는 꽉 쥐어 핸드폰을 부쉈다 유리 가루가 반짝거렸다 핸드폰이 너무 뜨거워서 난 울고 싶어졌다저녁에는 국어 수행평가를 위해 프린트기 앞에서 멍하니 철컥철컥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새 밤은 깊어갔다 나라는 가죽은 전구 스탠드에 걸린 옷감과 같았다 철컥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반짝거렸다 스러졌다 했다 지문은 일방적으로 협박했고 나는 그의 눈썹 개수를 외고 있었다 눈물이 계속 흘러 내렸다나는 코로만 숨을 쉬었다 나는 되도 않는 조물주를 운운하며 수능완성에 인쇄된이미지들을 가만히 응시하며 나의 가죽은 허물일 뿐 안에 옹송그린 모터는 세상의 모터와 공명해 태엽 바퀴 줄줄 굴렀다 내일 아침 나는 내 가죽을 방에 두고 올까 생각했다 흐물거리는 자신은 아늑한 방에서 영원히 철선으로 옭아 겨우 선 내게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었다

  • 드시코
  •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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