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바뀐 것
- 작성자 푸른그
- 작성일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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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83
사람은 역겹고 죄악이라고 믿었다. 모든 여성 동성애자는 다 불쾌했다. 손끝, 옷 끝 스치는 것도 소름이 올라왔다.
졸업식이 끝난 후였다. 꽤 시간이 지났을 방학이었다. 예전 친했던 후배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잘 지내?’라는 문자에 나는 고민을 했다. 그 후배와 나는 한 번 연애했던 경험이 있었다. 같은 여자들에게 자주 고백이 들어오던 시점 방어막으로 가장 아무 감정 없는 애하고 만났었다. 금방 헤어졌지만, 거부감이 생긴 지금으로선 뭐라 말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넌 뭐하고 지내냐고 물었다. 조금씩 짧은 대화가 이어지고 약속까지 잡게 되었다.
최대한 안 꾸민 듯 꾸미고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솔직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식으로 교재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고, 지금 내가 그 애를 어떻게 대할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그 애가 도착했다. 장다겸, 다겸이는 캐주얼한 차림새로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로 향했다. 걷고, 주문하고, 음료를 마시는 순간까지 장다겸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해는 됐다. 헤어진 사람하고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요즘도 그림 그려?”
어색해하는 그녀를 위해 먼저 그녀의 관심사를 꺼냈다. 다겸이는 말을 더듬으며 이었다. 의외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예전의 정과 추억이 꽤 있어서 그런지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수월해졌다. 차를 다 마시고 원래 목적이었던 화장품을 사기 위해 가게로 가 화장품을 골랐다. 내 집으로 돌아와 다겸이는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해달라는 게 화장을 가르쳐 달라는 거였다. 생각해보면 좀 무책임했다고 본다. 얼굴을 가까이 맞대는 행위를 요청한 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그날 이후로 연락 빈도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도서관은 첫 데이트 장소였다. 희곡 공모전 때문에 도서관에 가 그 애는 공부하고 난 글을 썼다. 우리 사이에 있던 노트에는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날이 회상되기도 하면서 어째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연인은 가장 친한 친구 타이틀을 가져가는 사람이니까, 깊은 대화도 많이 나눴고, 연인 같은 행동도 꽤 취했다. 원래 같으면 헛구역질이 나왔을 장면도 이상하게 장다겸은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도착한 장다겸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이 도서관에서의 첫 데이트 이야기가 주를 이뤘었다. 2년이 지난 일이니 우리 둘 다 추억처럼 이야기했다.
“솔직히 너랑 같이 있으면 편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보다도 그냥, 집에 있는 느낌이랄까.”
옛날 이야기하다 문득 본심이 밀려 나왔다.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저 애랑 같이 있으면 편하고 행복했다. 싸우는 날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서로 사과하는 모습도 지나갔다. 그때 장다겸의 표정은 되게 모호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어딘가 측은한 모습이었다. 그때 본심을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방학이 끝나기 전 마지막 주. 우리는 전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내 집에서 하루 자고 출발하는 1박 2일 일정이었다. 솔직히 전주 여행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가장 재밌게 놀았던 날 중 하루로 기억된다. 서로가 좋아하는 걸 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추억용 기념품도 선물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걸까. 개학 후 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연락이 끊겨 반을 찾아가니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나를 거부했다. 그때 느꼈다. 설마 내가 단발과 같은 짓을 하고있는 게 아닐까. 한순간 그런 생각이 드니 내 자신이 역겨워졌다. 아주 잠깐, 한 번이라도 ‘내가 그 단발과 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란 의심은 장다겸의 반에서 물러나게 하기 충분한 사유였다.
솔직히 아직까지 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꾸진 않았다. 하지만 또 완전히 같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도 단발과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젠 모든 여성 동성애자들을 혐오하진 않는다. 내가 매달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자리를 빗대어 말하지만 나는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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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2026년 7월 25일, 독일 베를린의 대규모 성소수자 축제인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현장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규정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테러가 발생하여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성소수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푸른그님 글 잘 읽었어요 어딘가 바뀐 것이라는 제목처럼... 내면의 성장을 이렇게 수필로 쓰신 것 정말 멋있고 대단하세요 늘 응원합니다
전에 수필과 더불어 읽었을 때 성장이 내비쳐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더 단단해지시기를 바라요! :)
그래도 조금은 심리적으로 나아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요즈음 들어 (트럼프 때문에) 동성애/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이 다시 자리잡고 있는 듯 한데, 이런 글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손석호 감사합니다! 사실은 전 수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스토킹을 당해서 동성애자한테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근데 요즘은 불쾌감은 잘 들지 않고 그 친구가 자꾸 생각이 나서 짧은 수필 써봤습니당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