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문득
- 작성자 연꽃담비
- 작성일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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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너무 많이 껴서 온통 하얀색인 거야. 비가 올 것처럼 공기도 습했고. 파랑이 조금 보이는 틈새가 있길래 거기로 뛰었지. 근데 이게 뭐야. 다 와보니 제자리였어. 언제나 머리 위에서 날 지켜보는 하늘이지만, 내가 쫓아가기에는 생각한 만큼 가깝지 않았던 거지.
난 뭘 할 수 있었을까? 일단 걷는 걸 멈추진 않았어. 돌아가는 길도 나아가는 길도 결국엔 걸으라고 있는 거잖아. 걸음을 멈춘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는 시간 안에 가야 하는 목적지가 있었거든. 내가 생각한 최선의 선택은 비 오기 전까지 서둘러 실내로 들어가 피하는 거였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다시 보게 되더라. 결국 뛰는 게 나았던 거잖아. 덕분에 내 땀, 내 머리, 내 체력에 영향은 좀 있었지만 밖에 오래 있으면 그 기분이 더 지속될 거고. 실내에 들어가면 그것도 어느 정도 회복되니까. 아, 내가 우산을 들고 갔다면 이런 생각도 안 했으려나.
자, 다 왔어. 내가 회백색 구름을 피해 서둘러 걸어온 약속 장소는 학원이었어. 확실히 에어컨이며 의자며 편하고 좋아. 금방 또 목적지가 바뀔 거라 오래 있진 않겠지만, 뭐 괜찮아. 번거롭게, 또는 힘들게 도달한 그 ‘목적지'들이 딱히 의미 없어 보여도 난 개인적으로 허무하지 않아. 아까도 뛰며 한번 봤는데 연속적인 틈새 어딘가에 푸름이 존재 하더라고. 멀고 좁지만 그 작은 변주가 구름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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