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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자신 마주하기

  • 작성자 yerbi
  • 작성일 2026-08-23
  • 조회수 152

#1. 시란 무엇인가?

여러 단어를 모아 자신만의 개성과 리듬을 창조한 활자의 모음집. 소설, 수필과 다르게 정해진 형식이 따로 있지 않다. 그저 자신의 느낌대로 마음껏 써내려갈 수 있고, 미리 쓰고 싶은 장면을 계획해서 나타낼 수도 있는 매력적인 문학 표현 방식이다. 굳이 나누자면, 산문 시와 운문 시의 형태가 있을 것이다. 후자가 보통 우리가 시를 쓰거나 즐기는 방식이고, 산문 시는 요즘 많이 보이는 방식이다. 운문 시보다 호흡도 길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운문 시는 이미지나 장면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시는 짤막한 단어나 수식어구로 남을 법한 것들을 잘 묶어내서 한편의 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2. 시쓰기에 대하여 

8/7 박상수 시인의 <생활력> 북토크에서

시란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자신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시를 끝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잃어버려야만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시를 쓸 때 수미상관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시의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좋은 시로부터 멀어지기 쉽다. 처음 말하고자 하는 것에서 멀리 나아가야만, 비로소 자신이 바라던 시의 형태를 갖춰질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운문 과외 선생님도 비슷한 말을 하셨다. 생각하던 것과 완전 다른 내용이 나와도 괜찮으니, 할 수 있는 끝까지 가보라는 말.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시의 끝장을 내보자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 어떤 이야기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시의 매력이 아닐까?

#3. 시의 형식에 대하여 

보통 모의고사나 국어 문제집에 수록된 작품을 통해 시를 처음 접하게 된다. 주로 윤동주, 나희덕, 신경림과 같이 옛 시인들을 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표현한 시의 형식이 우리가 시를 쓰거나 감상할 때 하나의 정답처럼 느껴지곤 한다. ‘시는 이렇게 써야 해.’ ‘이렇게 나타내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 소설 같아.‘ 실제로 주변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 중 일부다. 문학에도 정답이 있는 걸까. 시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기, 정해진 선을 침범하면 틀린 수학 문제처럼 다시 고치라는 누군가의 고함이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듯했다. 

#4. 현대시를 처음 접했을 때

본격적으로 문창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문창과 입시생의 블로그를 자주 보았다. 그 과정에서 현대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바로 박상수 시인의 후르츠 캔디 버스에 수록된 <18세>. 해당 시의 일부분만 있었지만, 엄청난 충격(P)을 받았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는 건 당연하고, 시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놀랐다. 이렇게도 시를 쓸 수 있고 이런 방식도 시가 될 수 있구나란 생각. 시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을 깨부수게 해줬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18세>가 시의 형태에 대해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5. 앞으로도 시를 쓸 것인가?

내가 계속 쓰려면 같은 목표나 행위를 하는 이들과 속해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환경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 질문 타임에, 몇몇 분께서 현재 시를 전공하고 /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부러웠다. 내가 그토록 바라는 공간과 환경에 섞여든 사람이니까. 또한, 시인님이 싸인을 해주시면서, 현재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물으셨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전공을 공부하는데, 기쁘게 말할 수 있을까. 서점 근처 대학에 다닌다고 대충 둘러댔다. 북토크 끝난 후, 버스를 기다리면서 왠지 울적해졌다. 나는 왜 원하는 바에 도달하지 못한 걸까. 나와 시는 대척점에 위치한 관계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이 있듯이, 가끔은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를 직접 창작하는 행위보다는, 누군가의 창작물(시)를 감상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한, 문창과를 지망하거나 문학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보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느껴졌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하려고 한다. 그래도 쓸 때 행복한 순간이 있고, 가끔은 생각하는 것보다 아쉬운 작품이 써질 때 슬퍼지는 것. 진심이 아니라면 이런 감정을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마다 애정의 농도가 다른 법이니까. 어쨌거나 나도 좋아하는 시인과 시집이 있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심장에서 계속 떠다니니까.

#6. 잠시 뒤돌아 자신 마주하기

습작생과 후배를 위한 조언 ( 정확한 출처는 떠오르지 않지만, 아마 어느 문학상 수상자의 인터뷰일 것이다.) 

“시류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되,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 여전히 시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기자의 말에 대해…)

“느껴지는데 만질 수 없는, 그런 게 시라고 생각해요. 햇빛처럼요.”

시에 대한 인터뷰 중 가장 좋아하는 내용이다. 나는 시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손을 뻗다보면, 근처 지점에는 분명히 닿을 거라 믿으니까. 어느 순간에는 나란히 할 것이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시와 맞닿은 삶을 살겠지. 그때까지 시를 사랑하면 좋겠다. 내가 시를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시도 계속 존재하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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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rbi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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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틴지기

    안녕하세요, yerbi 님! 글틴지기입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8월 말경에 하는 졸업을 '코스모스 졸업'이라고 불러요. 글틴의 코스모스 졸업을 축하합니다! 글틴에서의 활동은 여기까지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어요. 글틴에서 활동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erbi 님의 미래를 응원해요!

    • 2026-08-24 15:31:46
    글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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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rbi

    오늘이 지나면 저는 졸업을 합니다.. ^.^ 여름에도 졸업을 할 수 있다니 신비롭고 좋은 일이네요! 아무래도 여름은 성장과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계절이라 그런가봐요 글틴에서 자주 활동하진 않았지만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건강 유의하시고요 자신과 손에 있는 열쇠를 쥐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 며칠전에는 태풍 클럽을 봤어요 가끔은 너무 날것처럼 느껴졌고… 조금 불편한 장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좋았어요 다들 보시길! ps. 마지막 글은 제가 생각하는 시에 대해 적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글을 쓴 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를 쓰고 있어요 -.-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과 의문이 생길 때 다시 이 글을 볼게요 ㅋㅋㅋ 그때도 위로를 받고 다시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그런 감정을 느끼시길! Feel No Way - P.J. & Cool Runnings >> 이거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 2026-08-23 23:35:53
    yer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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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포대교

      @yerbi 그러고보니 여름에 졸업한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생각도 못 해 봤는데...아무렴 축하, 축하해요!

      • 2026-08-23 23:42:51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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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백

      @yerbi 언니, 졸업 축하해!! 언니가 생각하는 시에 대한 이야기 정말 좋아. 글틴에서 언니 비평을 읽고, 항상 이런 사람이 쓰는 시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글틴캠프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나 곁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좋구, 이 인연이 너무 고마워. 수필도 잘 읽었어 앞으로도 시를, 글을 계속 쓰길! 어른이 된 걸 축하합니다 ㅎㅎ

      • 2026-08-24 00:56:38
      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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