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억 보존법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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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658
어릴 때부터 자주 다니던 문구점이 있다. 가게 이름은 '선물 백화점'. 간판에 써진 상호처럼 나에게는 선물 같은 장소였다. 그곳에 가면 장난감부터 해서, 학용품, 각종 불량 식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 이곳을 좋아했었다. 문구점 이모님은 갈 때마다 인사를 하는 나를 보며, 예뻐해 주셨고, 동생이 태어난 시점부터, 가끔 나에게 사탕을 챙겨주셨다. 물론 그 사탕은 많이 딱딱하고 부셔 먹기 힘들었지만. 이모님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여, 사탕을 아작 깨물어 먹었다.
2018년도.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해이자, 동생이 태어난 해다. 그래서인지, 2017년도부터 엄마는 산부인과에 들락날락하셔야 했다. 그때 내 나이 초등학교 3학년. 10살. 10대로 들어가는 나이지만, 아직은 어리숙 한 게 많았다. 무엇인가 스스로 챙기는 나이야 하지만, 미숙한 게 많았다. 이를 엄마가 걱정했을까? 내가 학교 준비물을 깜빡하고, 본인도 까먹고 챙기지 않을까 봐. 그녀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선물 백화점 이모님께 부탁했다. "만약, 희찬이가 준비물을 급하게 사야 할 일 있으면, 먼저 주세요. 제가 애 아빠든, 제가 오든 해서 돈 드릴게요."라고.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급하게 준비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매번 며칠 전에 먼저 문구점을 가서 물건을 샀었다.
아무튼, 동생이 태어나고, 우리는 안양으로 이사를 했지만, 2년 만에 옛날 살던 동네로 이사를 다시 오게 되었다. 하지만, 문구점이랑은 옛날 집보다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주변에도 문방구가 하나 있었고. 하지만, 우리는 집 주변에 있는 문방구에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선물 백화점'보다 더 비싸고, 사장님들이 불친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선물 백화점'을 가게 됐다. 다행히도, 이모님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잘 지내셨다. 변한 것이라고는, 그 당시 나와 동생. 그리고 옛날에 다녔던 초등학교, 그리고 엄마의 직업 정도겠지. 하지만, 이모님은 우리가 어떻게 변하든 그대로 우리를 대해 주셨다. 그녀는 엄마가 더 이상 어린이집 교사가 아닌데도, "선생님"이라고 불러줬고, 나와 동생에게는 "00 이와 형아"라고 불러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으로 내려가는 일이 생기면, 우리 가족은 '선물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동네에서 뵈면 인사를 했다.
그렇게, 몇 년간. 우리는 그 동네에서 살았다. 그냥, 평소처럼. 하지만 지난 6월. 나에게 약 11년간의 추억이 잠긴 동네를 떠나야 했다. 이유라고는, 아빠 직장이 바뀌었고, 내 건강이 더 빨리 좋아지기 위해서이기도 하는.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래서 지난 5월부터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5톤 트럭에 짐이 모두 들어갈 수 있게끔. 그렇기에 동생이 어린이집 다녔을 때 봤던, 책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을 버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 많은 짐들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돈이 아까울 뿐 더러, 쓰레기가 많아지면 좋을 것은 없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우리 가족은 이 짐들을 동생이 다녔던 어린이집과 최근 손주가 태어난 '선물 백화점' 이모님께 드리기로 했다.
나와 동생은 물건을 이틀에 걸쳐 드렸다. 첫날은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장난감, 둘째 날은 유아용 도서. 그렇게 가져다드렸다. 아이니까, 재밌게 놀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모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주셨다. 바로 금일봉. 작은 편지봉투 안에 손 편지와 50000원 두 장. "아, 이모님. 안 주셔도 돼요. " 나는 괜찮다며, 이모님의 손을 막아 보았지만,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이사 가서 00이랑 함께 맛있는 거 사 먹어. 이모 마음." 그러고는 나와 동생을 꽉 안아 주셨다. "이사 가도, 이모 잊지 마요."라고 말씀하시며.
우리는 그렇게 '선물 백화점'에서 받은 몇 년이라는 시간을 몇 분의 인사와 함께 작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끝은 아니겠지. 나는 시장 안 문방구와 이모님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를 조금 더 나아가게 했고, 이 동네의 기억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변해도, 마을이 바뀌어도 그곳만큼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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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네요. 읽는 내내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엔 우울한 글을 더 많이 읽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다정한 글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유일 님 안녕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변화하는 것처럼,글도 시간에 따라 본인의 온도에 따라 좋아하는 글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