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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새해 인사

  • 작성자 손님
  • 작성일 2026-02-04
  • 조회수 81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올해 저는 신년을 맞아 계획을 세우지도, 지키지도 않았답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떡국은 맛있었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엄마의 말에는 싫다고 답했어요. 나아지는 게 없는 삶에 헛된 기대를 걸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언제부턴가 싫어지기도 했고요. 엄마는 아무리 실없는 소리여도 새해부터 그런 말 하면 복 떨어진다고 나무랐고, 저는 그런 건 없다고, 근대 과학주의자처럼 말했죠.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다음날부턴가 목이 칼칼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더니, 새해부터 일주일간 지독한 독감을 앓았답니다.

 시간 맞춰 약을 삼키고 삼시세끼 죽 내지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건 생각보다 성가셨어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밀려왔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죠. 그렇게 하루 이틀,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 보니 조금 두려워졌어요. 이 지독하고 성가신 병이 가시고 나면, 저는 꼼짝없이 학생이 요구받는 대로 학업에 열중해야 했으니까요. 아프다는 것을 구실로 종일 받아먹고 잠이나 자는 일과는, 불안하면서도 묘한 안정감을 주었어요. 차라리 독감이 아니라 적당히 큰 병이어서, 여생을 이렇게 요양하며 보내고 싶단 생각마저 들었죠.

 재채기를 할 때면 칼날을 삼키는 듯 아프던 목은 어느새 가려워지다 점차 무뎌졌고, 이미 방학의 사분의 일이 지나간 후였어요. 오랜 지병처럼 가지고 있던 불안과 권태는 몸의 병이 사라지자, 더욱 거세게 밀려들었어요.

 시간이 멈춘 것 같다가도 가만 보면 며칠이 흘러 있었고, 저는 살면서 가장 억센 충동을 느꼈어요. 전에도 죽고 싶다는, 이제 죽어도 될 것 같다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죽음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거나 예찬하는 마음은 거의 없었고, 죽는 것이 진정으로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머리를 스쳤어요. 방학이라 집은 보통 저 혼자뿐이었고, 오전에 실행한다면 발견될 즈음엔 이미 이 세상을 떠나 있겠다며 안심할 수 있었어요. 또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보던, 비교적 편안하고 쉬운 데다 빠른 방법이 있었죠. 더는 살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잠시의 고통으로 안식을 찾고 싶었어요. 머릿속이 온통 죽음으로 가득 찼어요. 동시에 희망이 연기처럼 올라왔어요. 저는 결국, 시도했답니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지만, 눈앞이 하얗게 변한다거나 정신을 잃지는 않았어요. 귀에서는 풀벌레 소리를 닮은 이명이 들렸죠. 몸의 욱신거림은 편안한 맥박 소리 같았어요. 저는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죽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요. 우린 마음대로 태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것도요. 아프기만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저는 스스로 묶은 줄을 스스로 풀고 일어섰어요.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무섭다고 늘 되뇌었는데, 막상 이대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죽음이 무척 막연하고 섬뜩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을 가진 블랙홀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또 제가 방 안에 누워 죽어있는 모습을 처음 발견할 엄마가 떠올랐어요. 남겨진 사람을 생각해 죽지 못한다는 게, 참 미련해 보였는데도요. 죽음 앞에 헐벗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연민을 가진 걸까요.

 우선 침대에 좀 누웠어요. 가만히 눈을 감으니 편안했어요. 잠든 것처럼 누워 있는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편안하게만 죽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요. 배는 또 고파서 음식을 시켜 먹었어요. 배달 음식이 늘 그렇듯 다 못 먹고 버렸지만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쉽지 않구나.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구나. 이만큼 가슴 깊숙이 느낀 것도 처음이었을 거예요.

 떡국을 먹고 독감에 걸리고 자살을 시도한 1월이었어요. 시와 소설을 몇 편 썼고, 연극을 보러 가기도 했어요. 학원 수업을 들었고요. 노래도 많이 들었어요. 언제나 그랬듯,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늘 슬프고 무기력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너머로 미끄러지고 싶었어요. 죽음이 조금은 떨떠름해졌지만, 사는 게 나아지지는 않았고요. 이만하면 살아볼 만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지만 역시 거북했어요.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요. 이 모든 건, 아무래도 새해 인사를 거절한 탓은 아닌 것 같아요.

 변덕을 부리는 저의 머릿속 탓이겠죠. 늦게라도 새해 인사를 드릴게요. 내일 눈을 뜨거나, 뜨지 않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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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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