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밤 그렇게 겨울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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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94
언어는 세계라고 합니다
쉽게 써버리면 그 마음이 몽땅 사라질 것 같아서
오늘도 내 마음을 꽁꽁 싸매고 풀어놓기를 거부합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너무 많이 변해버렸거든요
자기를 돌보지 않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그런데 조금은 뻔뻔해졌습니다
죄책감을 덜어내는 것에 익숙해져서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감사하기를 덜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나는 영원히 나일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생각하기를 멈췄습니다
피곤하기 때문에
사랑하기를 멈췄습니다
피곤했기 때문에
고마워하기를 멈췄습니다
마음을 쓰고 싶지 않아서
저는 이렇게 변해갑니다
내가 싫어했던 어른의 모습을 점점 닮아갑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던 사람의 말투를 닮고
생각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사랑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고마워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너무 많은 게 변해 있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건 너무 아픈 일입니다
저의 밤은 조금 씁쓸한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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