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늦는 사람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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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49
아주 일부의 슬픔과
시작은 항상 1과 0
우리가 할 수 있는 농담이라고는
고작 너의 죽음에 관한 것들
어떤 방법이 시작하기에 가장 적당할까
가장 보편적인 단어들로 생각했다
아주 조용한 슬픔으로 너는
가장 작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한박자 늦게 대답하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우리는 0과 1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유한한 것들을 잊지 않는 법을 떠올렸다
작은 방 안에는 유한한 것들이 가득하다
너는 아프다
곧 도착지가 없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겠지
나는 그렇게 믿었다
나는 곧 너와 사랑에 빠진다
유통기한이 없는 게 이 세상에 있을까?
중경삼림을 보며 빠진 대사들을 떠올리고
.
너는 떠났다
나는 또 한박자 늦는다
.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오면 이 시를 꺼내 써야지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지나간 것을 사랑하지 않는 법에 대해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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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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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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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 2024-11-23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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