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의 서커스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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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65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밤 산책을 좋아한다
무감각 환각 파티
우리는 기분이 좋다
사람을 담은 유리 구슬을 구경하고
사람이 없는 인도를 걷고
사람이 떠다니는 바다를 구경한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서 웃고
팝콘은 너무 무거워
콜라를 나눠 마셔야지
우리는 밤 거리를 걷는다
그곳에는 늘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있다
길을 걷던 사람이있고
길을 걷고
길을 걷다가
나한테 다가온다
푹신한 옷을 삐집고 나온 피가 흥건하고
여름의 서커스는 이렇게 끝이 나고
푹신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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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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