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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비행 연습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11-23
  • 조회수 318

죽고 싶을 때면 나는 전생을 떠올려

혼자 말이 없어지면서 말이야

나는 알아 우리가 왜 우울한지에 대해, 책상 밑에 숨어서 보았던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나의 침전은 깊어지는 것이 아닌 가벼워지는 것이어서 농담이 그 무게를 잃을 때 까지 깊이 침전했다. 무게를 완전히 잃은 나는 다시 날 수 있겠지. 날기 전에 나는 죽음에 대한 농담을 실컷 던지며 놀았고 너는 그런 내 농담을 좋아하고 그럴 때면 나는 자꾸만 무거워져 날아가지 못하게. 너는 다음 생에는 우리가 키가 더 클 거라고 말했다. 

날자 날기 위해 연습하자 충분히 가벼워지지 못한 이유일까 나는 이제 침전 아닌 추락을 하고 키가 큰 우리는 다음 생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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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기억

너는 잠에서 깬다 누군가를 느낀다누군가는 옆에 없다 대신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누군가가 앉아있다꿈속에서 너는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원래 꿈이 그렇지 꿈속에서 누군가는 신이 되기도 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알콜이 기억을 적셔 떠올리려해도종이 처럼 눅눅해진 기억들 자기전에 부모님 몰래 마셨던 스카치의 텁텁함이 입안에 남아있다후, 너는 한숨을 쉰다너는 눅눅해진 기억을 책상 모서리에 모아두었다그러고는 창 밖을 본다너의 책상은 창가 바로 옆자리밖에는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하루 종일 눈이 내렸으므로 하교는 하지 않았다 밤의 학교는 어둡고 조용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너는 다시 잠을 자기로 한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으므로 너는 다시 잠에 든다 선풍기 바람이 잠든 너의 목덜미를 스친다 너는 다시 잠에서 깬다 시큼한 땀냄새와 밝아진 교실얼굴이 없는 아이들이 수십명 앉아 얼굴없는 교사의 수업을 듣고있었다 너는 그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그러나 이름이 떠올르지 않고 너는 그들이 떠오르지 않고 교실의 벽이 너를 향해서 좁아진다 너는 두려움을 느낀다 좁아진 교실은 방이 된다 너는 방 안에 있다 그건 전부 과거의 기억이었으므로 너는 그들의 얼굴조차 잊어버리고그들은 자꾸만 너를 알아보고 너는 교실이 무서워진다 그렇기에 너는 멀리 떠나기로한다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너는 떠나기로한다

  • 이형규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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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규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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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이형규 님의 <나의 첫 비행 연습> 잘 읽었습니다. 청소년기를 통과하며 겪는 우울과 타인들의 몰이해에 대한 감정과 감각이 잘 느껴지는 시였어요. 전생에 대한 고민으로 시의 시간성을 넓혀주는 측면도 좋습니다. 다만 지금은 시가 다소 단순하니, 말하고자 하는 바와 거리를 갖고 묘사하고 진술하는 연습을 해보아도 좋겠어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 2024-12-18 16:41:1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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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이번 시 너무 좋은데요.^^ 주제는 무겁지만 약간의 가벼운 농담이 스며든 문장들과 어조로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은 것 같아요. 오늘 시는 형규님이 보시는 세상을 더 알 수 있어서 독자로서 반가운 시였어용^^ 좋은 시 감사합니다.^^

    • 2024-11-23 17:51:46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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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규

      @송희찬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4-11-23 18:07:25
      이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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