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인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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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329
은근히 껌냄새가 났어
옆을 돌아보고 알았지
네가 껌을 씹고 있었다는 거
위아래로 껌을 씹는 너의 턱은 주기 운동을 한다
너는 그 안에서 혀로 껌을 굴리지
나는 말을 걸고 싶다
우리 이 장면을 몇 번 반복했지?
슬슬 이 장면도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기도가 시작한다
다들 기도에 열중하는데
나만 눈을 감지 않았다
교회 안에 아이들 마저 고요하다
그대로 멈추는 것이 있다
나는 너가 익숙하다
어딘지 익숙함이 배어있다
냄새 때문일까
우리는 몇 번이나 이 장면을 반복했을까
전생을 믿는 나는 생각한다
다시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기도를 한다
나도 눈을 감았다
기도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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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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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행과 12행이 참 좋네요.ㅎㅎ 형규님의 시는 결미가 늘 아름다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