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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축제는 끝나지 않고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5-03-06
  • 조회수 579

너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물방울이 갈라질 때마다 조각나듯이 피어나는 꽃들

그것을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눈 속에서


잎사귀는 시들고 있다

발등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가끔 발목을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마음이 무엇으로 바뀌어야 네가 나를 심고 기를지 알 수 없었다


정원 끝에 놓인 너의 집과 창가는 어두웠고

망가진 스피커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내일의 일기예보를 중얼거리고 있는데


- 여행을 가고 싶어.


시야를 감싸는 장미의 노란 색감이 지겹다는 듯

너는 웃었다

될 수 있다면 멀리

아주 멀리 닿게끔


이 곳을 떠나고 싶은 모든 마음은 외면에 가까운 걸까

그런 게 사실이라면 나는 조금 슬플 것 같아


입을 가리고 울 것만 같았다

머리가 어지러워, 나는 너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내일의 날씨처럼 반복되고


- 잘 있어.


안개처럼 뒤덮힌 장미가 머리를 감싼다

너는 가시를 밟지 않고


*


나는 아직도 여기서만 숨을 쉴 수 있는데


*


익숙한 스피커에서는


망가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필터가 갈라질 때까지 숨을 들이마시던 네가

웃으며


연기를 뱉어내고

짧아지는 폭죽은 화약을


끊어가며


발작하며


끊어가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부서지는 빛 속이었지만


어지럽고 무서워, 발등 위로 떨어지는 것이 폭죽이 아닌 잎사귀였다는 사실을

잊고만 살아가서


사라진 너의 발자국을 쫓는다

그곳에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에서는 여전히

폭죽이


하얀 재를 휘날리며 꽃밭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 잘 있어.


축제는 끝나지 않을 거야, 너는 아직도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눈금실린더
눈금실린더

수,과학을 좋아하는 문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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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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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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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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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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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06 14:43:35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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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그리고 혹시라도… 시 속 ‘어지럽고 무서워‘라는 표현의 기시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ㅠ) 댓글 부탁드립니다…………….

      • 2025-03-06 14:50:37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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