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아이스크림에는 껍질이 들어가지 않는다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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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75
이따금 겉이 푸석해진 과일을
바닥에 굴리며 말했다
비가 오지 않는 동네에 사는 네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다고
나츠, 하고 부르면 젖어드는 양말 끝자락과
배차 간격이 긴 버스 노선도
쏟아버린 슈크림 라떼나
건조가 다 된 빨래, 꺼내는 걸 까먹었어!
그런 얘기를 할 때면 네가 작게 웃곤 했는데
사실 이런 모습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
채도 높은 인디 음악을 들을 때처럼
마음 한 켠이 간질거렸다, 왜 산성비 알러지는 없는 걸까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걷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늘색 분홍색 어떤 색이어도 좋아
푸석푸석한 과일도 한 군데 갈아 넣으면 꼭 같은 맛이 났다
그게 우리만 알고 있던 사실이 맞지? 다시금 물으면
튜브 대신 하드형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나츠
네가 말 대신 다 먹은 나무 막대 끝을 보여준다
잘 닦고 잘 말려서 밀봉해갈 것
때로는 하나 더, 라는 문구보다 한 입 베어 물은 표면이
모든 걸 먼저 말해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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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했다물방울이 갈라질 때마다 조각나듯이 피어나는 꽃들그것을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눈 속에서잎사귀는 시들고 있다발등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가끔 발목을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이런 마음이 무엇으로 바뀌어야 네가 나를 심고 기를지 알 수 없었다정원 끝에 놓인 너의 집과 창가는 어두웠고망가진 스피커에서는익숙한 목소리가 내일의 일기예보를 중얼거리고 있는데- 여행을 가고 싶어.시야를 감싸는 장미의 노란 색감이 지겹다는 듯너는 웃었다될 수 있다면 멀리아주 멀리 닿게끔이 곳을 떠나고 싶은 모든 마음은 외면에 가까운 걸까그런 게 사실이라면 나는 조금 슬플 것 같아입을 가리고 울 것만 같았다머리가 어지러워, 나는 너랑 조금이라도 더같이 있고 싶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내일의 날씨처럼 반복되고- 잘 있어.안개처럼 뒤덮힌 장미가 머리를 감싼다너는 가시를 밟지 않고*나는 아직도 여기서만 숨을 쉴 수 있는데*익숙한 스피커에서는망가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필터가 갈라질 때까지 숨을 들이마시던 네가웃으며연기를 뱉어내고짧아지는 폭죽은 화약을끊어가며발작하며끊어가며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부서지는 빛 속이었지만어지럽고 무서워, 발등 위로 떨어지는 것이 폭죽이 아닌 잎사귀였다는 사실을잊고만 살아가서사라진 너의 발자국을 쫓는다그곳에는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끝에서는 여전히폭죽이하얀 재를 휘날리며 꽃밭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잘 있어.축제는 끝나지 않을 거야, 너는 아직도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 눈금실린더
- 2025-03-06
마음의 거리를 재는 일들에 익숙해지고 싶다왈츠를 출 때 발 밑을 쳐다보지 않듯이혼자 추는 춤, 어쩌면 단순히 거리를 거닐더라도보폭을 생각하면서기울어진 평형계나바닥이 닳아버린 토슈즈 같은 것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밤 중에 악몽을 꾼 것처럼 일어나 버렸어이런 마음이 이상해서울어버리고 말았어추워발목을 감쌌어그런 게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면어떻게 하는 게 정답이었지동그라미눈송이눈눈물벙어리 장갑을 볼 때마다 털모자를 생각한다직조된 것들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스웨터를 볼 때도 토슈즈를 생각하면조금 더 쉬워질 수 있을틴데미끄러지는빙판꿈을 깨면 새가 지저귀고창 밖은 새하얗다
- 눈금실린더
- 2025-03-04
나는 혹이 하나밖에 없어서 숨을 내쉬는 속도도 느렸다내가 들이마신 것들이 적어서내뱉을 수도 없었다머리 위의 달을 보면 바다를 상상할 수 없었다발 아래의모래를 봐도사하라가 사실은 사막이라는 뜻을되뇔 수 없는 하루눈 앞이 가려진 것만 같아바람이 불어와도 눈이 시리지는 않았다고개를 들었을 땐 두 개의 바다두 개의 달이눈 밑으로,뚝뚝떨어졌지만
- 눈금실린더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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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두근대는 마음으로 당초 계획했던 '샤워젤과 소다수' 느낌의 시를... 차려왔습니다(소다수온앤온)... 사실 어제오늘 많이 바빴던 관계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퇴고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아요 (-.ㅠ) 그렇지만 평소 써보지 못했던 요소들을 써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댓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은 벌써 12시 52분이고 제 생일이 되었네요! 와! 웃을지 울을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정말 성인이 되었으므로 기쁘지만 졸업은 슬퍼요! (그렇다고 물론 진짜 울진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씩씩해지고 싶습니다) 동요 속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회춘했네요. 젊은 마음으로 오늘의 마지막 시도 열심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