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안에 유리 안에 조약돌 안에 모래 안에 선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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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653
상자 안에 조약돌을 넣어두면
달그락거리고 무거워지겠지
상자 안에 조약돌을 조금만 채우면 소리가 많이 나겠지
나는 유리의 마음 위에 왼손을 올리고 십 초를 세었어
옳은 손 올은 손 오른손
오른손이 아닌 왼손의 손금을 세고 싶었지
그러는 동안 유리는 내 오른손에서 손금을 읽었어
조약돌을 반 박자 늦게 던지는 사람처럼 걷는다
유리의 투명하고 매끄러운 손에서는 아무 예언도 읽히지 않았다
생명선이 손목까지 뻗으면 오래 산대.
유리의 투명한 마음이 두근거리는 속도
내 손목이 따라가는 속도
나는 말을 주워 담으려는 사람처럼 조약돌을 줍는다
이전의 조약돌과는 아주 다르지만 유리로 된 상자 안에서
구겨진 바지를 열심히 다리다 보면 가끔씩 조약돌도 나오고
털어놓을 비밀 하나도 남지 않은 사람처럼
유리 앞에 마주 앉은 내가 유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유리의 마음에 손도 한 번 올려본다
상자는 영원히 닫힌 상자
그러나 어떤 선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그래도 조약돌을 계속 밟다 보면 모래가 되는 것처럼
젖은 양말목
헌옷 수거함의 주름들은 얼마나 긴 생명이 남은 걸까
짭짤한 맛이 나는 손바닥을 훔치면서
나는 모래가 된 유리의 선을 읽기 위해 바다에 간다
선 위에 조약돌은 둥그렇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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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백 님. 고선경입니다. 올려주신 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제목처럼 상자, 유리, 조약돌, 모래, 선 등 이미지가 차곡차곡 중첩되며 감정과 사유의 층위를 쌓아가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만 이미지의 연쇄가 지나치게 느슨하게 흘러서, 시적 긴장감이나 서사의 응축력이 약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일부 문장은 제목에 충실하기 위해 끼워 넣은 것처럼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미지 간의 유기성을 더 확보하거나 감정의 축을 명확히 드러내면 더 좋은 시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선경 멘토님 좋은 멘토링 감사합니다! ㅎㅎ 시적 긴장감이 늘어지는 감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빠르게 말하지 않고도 조금씩 흘러가는 마음을 담담히 써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연습을 해야겠네요. 또 사실 저는 시를 다 쓰고 난 다음에 제목을 지어서 제목이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시 안의 문장이 어색한 부분이 더 컸나 봐요ㅎㅎ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드러냈을만한 장치가 있었으면 시의 내용이 더 진솔하게 와닿지 않을까 생각은 해봤지만 여기서 더 선명한 표현은 심적으로 아직 어려웠어요. ㅎㅎ 가까운 사람이 떠나갔을 때 감정을 마주하는 일이 제일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슬프고 조약돌을 훔친 것 같은 그런 마음인데, 왠지 눈물은 나지 않는 시간을(그런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스스로에 대한 괴로운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보내주고 싶어요. 아 그렇다고 해도 절대 멘토님께서 멘토링해주시는 시의 부족한 부분과는 전혀 다른 그런 영역입니다! ㅎㅎ 아무튼 이번에도 정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시를 써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티시나요? 저는 글틴 덕분에, 글을 쓰면서 제 버티는 시간들을 쓰다듬어줄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