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탄산 소다 소녀 쏘다!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06-22
  • 조회수 759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운동장 모래알에. 걸린 여름은 첨예하게 번쩍였고 유리를 깨트리면 쏟아지는 게 아니라 더 부서지는 빛 무더기 다리에 힘을 주고 물집이 잡힌 손바닥으로 철봉을 꽉 잡았지 허공에서 팔을 쭉 펴고 잠깐의 체공시간만 견디면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어 맞은

뺨이 화끈거린다. 시원한 탄산음료를 가져다 댄다. 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친년이라 욕을 한다. 그만해 괜찮아 어깨가 찢어진 하복 셔츠도 짜증나고 땀에 절어 허벅지에 들러붙는 얇은 치마도 

짜증나 여름에는

그늘도 없고 바람도 없고. 미지근한 음료수를 먹고 토하면 락스 냄새와 침에서 단맛이 났어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서 짜증나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서 짜증나 이제 못생긴 얼굴들은 질색이야. 친구는 등을 두드린다 짜증나 우웩.


복도에서 손들고 서 있어 네 선생님. 불량학생처럼 손을 번쩍 들면 교복은 딱 맞춰 사는 게 가장 예쁘다고 말하던 수선집 아줌마가 생각나는 것 같아. 라인이 들어간 짧은 셔츠 아래로 배가 살짝 보인다 야 너 손 내려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니? 헐렁한 하복을 펄럭이고 걸어가던 기묘한 눈동자 이마를 부여잡는 선생님 얼굴 사이로 너는 정물화처럼 기댄 표정을 하고 있었지 헐렁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 아 보기 좋은 모습이었지. 나는 텔레비전과 키스하며 금방 구역질이 난다


유리를 깨트리면 쏟아지는 게 아니라 더 부서지는 빛 무더기 엄마가 당부했던 대로 오늘은 일찍일찍 (읍읍). 철봉 타고 다녀라 네 엄마. 정육점에서 산 A+ 한우 친구는 터벅터벅 걸어온다. 열대야에

상한 고기를 양손에 들고 광고판을 들여다보면서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눈을 끔뻑인다

 

가로등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몸을 친절하게 베어주지

그 자리에 공들여 재단한 한우를 붙여준다 그 옆을

못생긴 얼굴이 지나간다 우리는 길바닥에 모여 앉아 정물화처럼 예쁜

표정을 하고 있겠지 욱. 우욱. 근데 있잖아...



눈을


번쩍 뜨면 잘못 떨어진 오른쪽 뺨. 맞은 것처럼 화끈거렸어. 기울어진 친구가 멀리서부터 달려온다. 시원한 탄산음료를 가져다 댄다. 어지러워. 그만해. 괜찮아. 우리는 번쩍이는 빛 무더기에 앉아서 엉엉 울고 엉엉 토하고 술집 테이블에 앉아 탄산 음료를 나눠 마셨지. 야유하는 사람들. 날카로운 여름 속에서 탄산 음료를 나눠 먹고 토를 하면 맞은 것처럼 뺨이 화끈거렸다 빛


속에서 학교는 사라지고


우리는 술집을 탈출한 사람처럼 치마를 붙잡는다. 물집 잡힌 손바닥을 비비고 다리를 들어 몸을 기대고 악을 쓰고 육즙으로 물드는 철봉 위로 올라가면서

여름과 함께 탄산소다를


힘껏 던진다





*영화. 1999년 ‧ 액션/SF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꿈에서 깨어난 자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역사 좋앙

    매번 방백님의 글을 읽으면 제가 생각지도 못하는 다양한 시각들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뭔가 다시 한번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정말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방백님 글 기대할게요!!!!

    • 2025-06-23 20:35:31
    역사 좋앙
    0 /1500
    • 0 /1500
  • 기능사
    최고에요

    쓰려던 비평을 당겨와야겠군요...

    • 2025-06-23 05:01:52
    기능사 최고에요
    0 /1500
    • 0 /1500
  • 손님

    방백님은 종종 페미니즘적 요소를 문학 속에 아릿하게 녹여내시는 것 같아요.너무 좋아요. ㅠㅠ 이 시는 두고두고 읽을 것 같아요. 소다를 던진다는 표현이나, "선생님도 아줌마도 엄마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깨어나 보면 너무 슬픈 삶을 사는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는 설명도 인상깊었어요...

    • 2025-06-22 23:33:19
    손님
    0 /1500
    • 방백

      @손님 제 글을 정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 2025-06-23 19:38:41
      방백
      0 /1500
    • 0 /1500
  • 방백

    탄산 소다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다는 걸 알아요. 저도 정물화에서 나올 수 없는 비겁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미지근한 음료수를 마시고 토를 하면서 이상한 세상에 소다를 던지는 여자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런 강인한 여자를 쓰고 싶었어요. 옷도, 머리카락도, 외모 강박도 어떤 시선도 막을 수 없는 자유롭고 완전한 인간의 모습. 시에서 어떻게 그려졌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도 아줌마도 엄마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깨어나 보면 너무 슬픈 삶을 사는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답이 없는 상징과 의미가 아주 많은 시에요. 충분히 생각하고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 2025-06-22 18:30:43
    방백
    0 /1500
    • 0 /1500
  • 밎장굴친 바람에
    최고에요

    글인데 읽으면서 어지러워져요

    • 2025-06-22 14:09:53
    밎장굴친 바람에 최고에요
    0 /1500
    • 방백

      @밎장굴친 바람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페미니즘적인 시선으로 다시 읽어주시면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거에요.ㅎㅎ

      • 2025-06-22 14:11:25
      방백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