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며 걷기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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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542
비행기가 바람에 날아다니는 꿈을 꿨고
나는 잠자리에서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잠 속에서 한 여행을 끝내고
내 방에서 눈을 떴다
이번 밤에는 남극을 갔다 왔나 봐
어쩌면, 얼음을 꺼내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했나?
침대는 젖어 있었고
어제, 에어컨을 켜고 잤고
학생 때 입었던 수면 바지와 함께 지구를 돌았다
아침 여덟 시
태풍도 아닌데, 창문 밖은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인도는 작아졌고
이동하는 사람도 녹은 걸까?
도로에는 어제 뭉쳤던 구름이 쏟아져
차도에는 물만 고여있다
언제까지 잘 거야? 대야에 물 받고 세수라도 하고 책이라도 보렴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등교 없는 아이의 시간은 이런 소리만 가득했고
구멍에 물이 넘쳐
내가 구멍 속에 있을 공간은 물과 함께 빠져 나온다
어디라도, 불러주면, 날아가는 비행기
모두 모이지 않아도, 잡히지 않아 날아가는 비행기
침대 앞에는 착륙한 종이비행기와 벽 속을 나는 비행기가
벽에 그려져 있고, 내 손에 구겨져 있다
이동하는 비행기를 뒤로 하고
넘친 물로 세수하고
잘 맞지 않는 수면 바지라도 입고
딱딱한 복숭아라도 사러
심부름 나간다
밖으로 나간다
마을버스는 만석이라고
서서 가자
걸어가자
수면 바지를 입고
학교 옆 슈퍼라도
작은 인도 사이와 시간이 땀으로 젖은 학생들 사이를
피부만 말랑한 내가 날렸듯
사람들 사이에 껴서 걸어간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피부는 질척이지만
나는 말랑하고
물은 버스와 만나 소리를 낸다
"딱복 한 다발 주세요"
딱딱한 복숭아를 살려고 나를 날렸다
사람 소리가 가득 찬 도로로
아직 잠자는 딱복을 담으며
덜 익은 복숭아의 단단함을 안으며
사람들 사이 부는 바람에서
한 번 더 구름을 만들며 날아간다
도로에 뭉친 물소리를 들으며
좁은 도로를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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