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오른손
- 작성자 사계마로
- 작성일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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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39
헤집어 다닌다
어딜 헤집어 다니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또 중요하지도 않았다
나무들은 하늘을 가리려 안간힘을 썼었고
흔적이 남은 자리에는 피톤치드의 향이 짙게 깔린다
바스락 거리며 죽은 어제의 이파리 떼를 너머
오늘을 살아가는 잡초가 슬리퍼 사이 발가락에 스친다
젖살보다 걸음을 먼저 떼었을
기억도 안나는 추억을 더듬어, 더듬어
다시금 발에 스치는 생화 몇 송이와 따듯해진 오른손
하나의 손으로 한명의 손가락을 겨우 잡던 시절
거칠던 손길이 별 볼 일 없었음에 허우적대는
그날을 다시 부르는 손짓
파릇한 나뭇잎과 발 사이 스치는 그 옛날 꽃줄기
없는 그 검지손가락 하나는 추억의 신기루
풀잎이 주홍빛으로 물이 들때야
이제야 외로운 곳에 벌초하러 옵니다
걷는 길의 외로움은 남은 곳의 고독보다 옅음을 잘 알아서
무르익은 황혼을 위해 과거를 바라보며
아리따운 환송을 한번 해주었습니다
오늘보다 따듯했던 당신과 나의 어제들에
이곳보다 평안할 당신의 저곳에
다시금 풀꽃이 발끝에 닿으면
비어진 오른손의 따스함에 눈을 감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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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길 복판에서 파스라져있다창틀에 짓눌려 갈라진 유리이내 파편은 바닥에 박혀 눈을 쌓았다달은 눈 위로부터 내 눈 위에 앉았다손으로 눈을 퍼올린다하얀 눈이라 한들 유리조각이지만굴절된 빛은 달의 옆자리를 지나갔다달이 앉은 곳에 바닷물이 호수를 메운다손가락으로 넘쳐난 빗물을 받았다빗물에서 받은 소금은 눈인가 파편인가유리의 편린으로 몸을 씻어육지에 갇힌 바닷물에 모래를 보냈다해수는 모래를 담아볼을 타고 방울지게 흘렀다두손으로 바닷물을 담았다눈과 바닷물을 뭉친 눈덩이빨갛게 부르익은 손 안에 파편이 앉았다눈덩이는 녹아버렸고 연못을 채운다밑바닥은 붉고 비는 오지 않았다연못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마른 연못 앞에 무릎꿇고 흙더미를 바라봤다손에 맺힌 유리는 붉은 손가락을 비췄다눈덩이를 마신 꽃 한송이가 연못 바닥에서 피었다나는 아직 붉은 꽃의 이름을 모른다
- 사계마로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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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마로
- 2025-11-01
무거운 쇠문짝 두개는 걸어잠겨진다자물쇠로 잠긴 문은 닭를 가둔채 추락한다새였다면 바람을 밟을 수 있었겠지닭은 더 처절한 날갯짓을 한다횃대 위를 촐랑이고 파도 위를 걷듯 공기에 잠겼다부리로 창살을 쪼아댄다모이만 먹던 부리는 창살을 부술 수 없다횃대가 작은 종 안에서 타종을 하면새장 안에서 연주되는 쇳소리 이중주에 새는 없었다자물쇠를 들어 열쇳구멍에 입술을 맞댄다열쇠 없이 자물쇠를 열지 못한 발자국의 목적지깊이 들어가지 못한 부릿조각에 지저귐을 뿌렸다닭과 부릿조각은 그자리에 멈춘다횃대의 종소리가 멎으면 모든 지휘가 끝난다가벼운 철창 하나는 걸어잠겨진적 없었다자물쇠 없이 열쇠로 잠긴 문 너머에는평상복 차림을 한 백조떼가 서있었다
- 사계마로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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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선경입니다. 올려 주신 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먼저 이미지 과잉과 응집력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짚고 싶습니다. 다양한 이미지가 나열되고 있지만 그것이 시적 주제를 관통하게끔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상투적인 어휘와 진술이 시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외로운 곳에 벌초하러 옵니다", "아리따운 환송", "평안할 당신의 저곳" 같은 표현이 오히려 감정의 힘을 희석합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시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오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