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나 대신 불린 너 대신 말한 나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9-11
  • 조회수 446

식탁에 앉아, 혼자 식사를 할 때. 내 이름이 적힌 문자가, 네가 자퇴한 학교에서 왔다


당신은 오늘, 발견되었습니다. 조금은 낡은 모습으로

당신의 자리는 오늘도 바람에 바래졌습니다

휴대폰 상단에 적힌 문자들이 주방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 분 바람은 일 년 전 바람과 같은 길로 가고, 집 전등을 두드렸다

상 위 공기도, 책상 위 발린 공기도 조금씩 시들어갔다

조명이 깜빡 거린다


우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숟가락 안에 들어간 너를 본다. 내가 버린 흔적들이, 움푹 파인 모습으로. 네가 나를 바라본다. 나도 네 얼굴을 마주한다 언젠가부터 네가 내 몸에 붙은 것 같아. 등굣길에 걸어 놓은 발자국 사이로, 밟혀, 시든 것들이 세어 밀려온다. 문자와 함께, 숨 죽은 된장 속 양파를 떠먹었다. 너를 몸속에 심으며


음식이 다 비어질 때쯤, 창문 너머로 바람이 세어 나갔다

나와 너를 문자로 실으며 하교한 골목에 세워 놓았다

흐릿해지는 이름 사이로 사라지고 살아가는 너를 

바람이 두드린다


학교를 나올 때처럼 다시 돌아갈 때도

그날의 공기가 누르고 간 햇빛은 오늘도 따끔한 한 방울을 분산시키겠지

너는 오늘도 파인 부분으로 그 방울을 맞았다

걷어 네지 않고 조금씩 눌리며 숨을 참았다

널리 뻗은 맥을 하나씩 벗긴다 

충분히 울어나기 전에

혀를 말았다

얼굴 한 쪽에 들인 네가


문자로 이야기할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숟가락에서 멍을 보였다. 내 바람은 아직 바래지지 않았는데

손금 사이로 전등이 시들어간다


내가

라는 답보다

네가 라는 

말을 적으려다가

다시 내 가로

저물어가는 껍질의 한 쪽을 정리한다


들어마신 숨을 놓아주고 하굣길에 둔 너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가까이 온 학교를 뒤로 걷었다


나는 빛 번진 얼굴에서

지는 껍질을 걷어냈다 

반. 대. 방. 향. 으로

추천 콘텐츠

회복

숨 내쉬기 위해서 나는 구체적인 존재를 필요로 했다,숲을 담은 창문을 바라보다 잠들고다양한 빛깔의 이명을 내게 스며들게 할 때구체적인 공기를 내세우며 스며오는 새벽나는 목소리를 낮춰흘러가는 풍경을 품다가 미끄러졌다 누군가 밤새 흘린 눈물에 걸려풍경은 미세한 틈을 만들었다구체적인 존재들은 틈을 통해 밖으로 나가 버리는데 숲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들이밤새 흩어진 강물처럼 다시 내게 흐른다나였던 것들이 부푼 눈앞에 모여어둠 속에서 선을 이룰 때 오래 누워 있던 자리에 자국이 남는다 눈앞이 핑핑 돈다삶이 쏟아져 내려오고온갖 흰 것들이 내 주변을 감돌며한 방울씩 떨어지는물방울구급차와 함께 새벽을 질주하는 흰빛 이명들 햇빛이 나를 감쌀 때마다 선명해지는 숲의 먼지들모두 호흡하고 망가지는 몸과 망쳐지는 빛깔이 모여이루어진 점이 만든 선금빛으로 물들고틈 사이로 들어오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손길 나로 불렸던 것들이 빙빙 돌며 숲에 목소리를 떨군다천천히 말라가며 내쉬는 한 방울의 호흡 오래전부터 숲이었던 것처럼감긴 눈에서 소리가 부풀어 오른다

  • 송희찬
  • 2026-10-07
봄의 미아

감은 눈 속에서 세상이 부풀어 오른다말라 타버린 나무는 어둠 속에서 어둠과 떨어지지 못하고우리는 끝없이 그 길을 걸었다. 서로에게 휘청거리며사람으로 이루어진 숲을 헤맸다 꿈속에서 정신만 차리면 살아나갈 수 있대꿈을 비추며 가르치던 선생님은조용히 모든 불을 꺼버리고교실 문이 닫히는데 숲을 떠돌던 반딧불이들숲이 펼쳐진 밤의 복도에서 아침을 더듬거리며풀이 다시 돋아나는 거리를 떠돌았다흘렁이는 바람, 흩어지는 냄새숲이 울렁거리고 재개발 예정 거리에 휘날리는 반대 현수막“매립지가 주민까지 매립시킬 수 없다”무덤가 주변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반주햇빛이 닫힌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기억투성이로 이루어진 상처투성이 방 꿈이 꺼진 채로 꿈을 꾸었다 숲이 묻어진 거리를 걷는 아이들의 웃음소리학교 종이 울리며 서서히 녹아가는 눈에 스며든 나날밤의 자국이 아직도 눈꺼풀 사이에 모두 껴있고 개똥벌레의 죽은 이름을눈 떠진 세상 속에서 찾아본다,세수 먼저 하고 부푼 마음을 모두 펼쳐 보이며 거리에는 인형들이 밤사이 빌라촌에 남겨져 있다 아무 삶도 분리되지 못해새살과 함께 사는 우리 방 나는 혼잣말을 비추며감은 눈의 세상을 담아 본다밤이 다시 오기 전에

  • 송희찬
  • 2026-09-14
강으로 부르는 노래

강은 강을 모조리 비우기 위해 계속 흐른다강으로 소리치며 흐르는 물방울묘비 속 이름들을 물속에서 건져무덤 근처에 지은 집에 함께 두고 살았다 창가에서 빛만 맞았던 책상에서 모든 빛을 닦아 본다머금었던 빛들이 빚으로 빚어져 바래지기 시작한 밤에 별들을 향해 귀뚜라미들은 꿈속에서 뛰어놀았고튀어 오른 만큼어둠 속에서 검은 결로 사라지는데강하게 울음들이 휘몰아치는데 오른쪽 귀가 들은 일을 왼쪽 귀가 모두 쏟아버릴 수 있게끔밤마다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들고 내가 나를 비우다가 내가 나로 채워지는 노래를음악 시간처럼 책상에 앉아 꿈속에서 부를 때면 꿈이다 알아 버리고 깨져버린다 날을 나로만 채우다가 귓바퀴에 막혀나가지 못한 지난 소리들이 깨진 채로 흩어졌다 모두 쏟아냈던 물결들이다시 모여이루어진계속 쏟아내고 있는강 강으로부터 울어오는 바람에서 시작되는 아침한 걸음 앞으로 걸을 때면 머리가 시려온다 찬 바람이 강물 위에 묻혀바래졌던 이름들이 빛을 두고 깨어진다 무덤을 이루는 숲이 푸릇푸릇 울렁거리며숲을 메우는 물방울의 이름들 찬 바람이 울어오며터져간다날 모두 쏟아내기 전까지

  • 송희찬
  • 2026-09-09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