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없습니다 시는 있는데 말이죠 Op.71
- 작성자 기능사
- 작성일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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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내리려는듯이 구름이 쌓여가는 하늘에
호수 넘어 구름을 찌르는 날카로운 산들에
나의 시는 제목을 끌어내려 사살하였다
제목의 머리를 보라(감기지 않은 그 부리부리한 눈깔을...)-
로잔으로의, 그리고 로잔으로부터의 기차여행...
여자애들의 웃음소리가 은은한 기차의 소음이 섞여 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앉아 들으며
죽어가던 나르시시스트의 책의 첫 장을
썩어서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은 조소어린 첫장을 펼치었다
벌써 150년이나 지나버린 그들의 망상, 그들의 산장과 호수와 낮게 자란 잔디, 그 때와 똑같은 척하는 완전히 달라진 구름들과,
그 150년전에 이 호수를 내려다 보았을 어느 퇴역한 대위를 그려본다
제목이 두려워진 것은 그뿐만은 아닐것이다
달걀을 깨고
나와 푸르디 푸른 하늘과 노을과 은하수-...
제목만 남은 시들이 싫다
제목을 내 시에 묻지 않을 거다
어느 어린 광인은 이렇게 절망하여 몇자를 남긴다
제목은 전생에 어떻게 별들을 욕보였길래 그들 아래에 엎드려 죽어야 한단 것인가-...
제목이란 것은 애초에 내가 죽이지 못했는지도-
그는 이미 저 코스믹 호라이즌 너머로
나의 사랑하는 제목이여, 그 아름다움이여, 그래 네흘류도프의 뚱뚱한 아들이여-...
로잔으로의, 그리고 로잔으로부터의 기차여행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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