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멍 나무(퇴고)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9-16
  • 조회수 415

병원 버드나무 밑에서 하늘이 떨어진다


​ 기다란 나무의 수액이 혈관을 따라 내 몸으로 들어오기 전

나는 자랐지만, 키는 그대로

한 방울씩 녹아가는 하늘이 내 몸을 채워간다

바람으로 넘어지며


​ 내가 나무를 타고 하늘이 되어 갈 때

옆자리 침대에 어린 내가 실려 왔다. 기침이 계속 나오고, 우리는 조금씩 하루를 갉았다 ​


갈비뼈는 갈수록 아이의 몸을 조여왔고, 밤잠을 기침으로 잘랐다 얕게 뻗은 비말로, 오늘을 조각내고 ​


링거가 흔들린다 ​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하루의 반은 밤으로 녹았다 ​


침에 조인 다크서클로 아이를 바라볼 때면. 사람들이 아이를 향해 다가온다. 하늘을 가르면서. 내 링거를 조절하는 의사가 우리의 시간을 다르게 쪼갰다 ​


버드나무의 나뭇가지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하나씩 잘리는 버드나무. 가까워진 하늘이 하나씩 터져간다 ​


사람들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나는 사람 걸음을 바람으로 듣다가

병원 커튼으로 소리를 가렸다


​ 바. 람. 은. 출. 입. 금. 지.입니다 ​


실려 온 자리에 남은 침대 바큇자국

우리는 조금 아팠고, 링거 줄은 혈관을 계속 누르는데 ​


아이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조금씩 자신을 말한다 갈비뼈를 고장 내고. 나는 잠에 구멍이 난 아이의 비말을 맞는다 ​


말이 아닌 말로


아이의 커튼 속에서 

멍 자국을 비벼 안았다


​ 멍 안에서 내가 아이로 또 자랐다

추천 콘텐츠

봄의 미아

감은 눈 속에서 세상이 부풀어 오른다말라 타버린 나무는 어둠 속에서 어둠과 떨어지지 못하고우리는 끝없이 그 길을 걸었다. 서로에게 휘청거리며사람으로 이루어진 숲을 헤맸다 꿈속에서 정신만 차리면 살아나갈 수 있대꿈을 비추며 가르치던 선생님은조용히 모든 불을 꺼버리고교실 문이 닫히는데 숲을 떠돌던 반딧불이들숲이 펼쳐진 밤의 복도에서 아침을 더듬거리며풀이 다시 돋아나는 거리를 떠돌았다흘렁이는 바람, 흩어지는 냄새숲이 울렁거리고 재개발 예정 거리에 휘날리는 반대 현수막“매립지가 주민까지 매립시킬 수 없다”무덤가 주변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반주햇빛이 닫힌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기억투성이로 이루어진 상처투성이 방 꿈이 꺼진 채로 꿈을 꾸었다 숲이 묻어진 거리를 걷는 아이들의 웃음소리학교 종이 울리며 서서히 녹아가는 눈에 스며든 나날밤의 자국이 아직도 눈꺼풀 사이에 모두 껴있고 개똥벌레의 죽은 이름을눈 떠진 세상 속에서 찾아본다,세수 먼저 하고 부푼 마음을 모두 펼쳐 보이며 거리에는 인형들이 밤사이 빌라촌에 남겨져 있다 아무 삶도 분리되지 못해새살과 함께 사는 우리 방 나는 혼잣말을 비추며감은 눈의 세상을 담아 본다밤이 다시 오기 전에

  • 송희찬
  • 2026-09-14
강으로 부르는 노래

강은 강을 모조리 비우기 위해 계속 흐른다강으로 소리치며 흐르는 물방울묘비 속 이름들을 물속에서 건져무덤 근처에 지은 집에 함께 두고 살았다 창가에서 빛만 맞았던 책상에서 모든 빛을 닦아 본다머금었던 빛들이 빚으로 빚어져 바래지기 시작한 밤에 별들을 향해 귀뚜라미들은 꿈속에서 뛰어놀았고튀어 오른 만큼어둠 속에서 검은 결로 사라지는데강하게 울음들이 휘몰아치는데 오른쪽 귀가 들은 일을 왼쪽 귀가 모두 쏟아버릴 수 있게끔밤마다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들고 내가 나를 비우다가 내가 나로 채워지는 노래를음악 시간처럼 책상에 앉아 꿈속에서 부를 때면 꿈이다 알아 버리고 깨져버린다 날을 나로만 채우다가 귓바퀴에 막혀나가지 못한 지난 소리들이 깨진 채로 흩어졌다 모두 쏟아냈던 물결들이다시 모여이루어진계속 쏟아내고 있는강 강으로부터 울어오는 바람에서 시작되는 아침한 걸음 앞으로 걸을 때면 머리가 시려온다 찬 바람이 강물 위에 묻혀바래졌던 이름들이 빛을 두고 깨어진다 무덤을 이루는 숲이 푸릇푸릇 울렁거리며숲을 메우는 물방울의 이름들 찬 바람이 울어오며터져간다날 모두 쏟아내기 전까지

  • 송희찬
  • 2026-09-09
구름침대

새벽에 리무진을 타고 온 종이를 밟았다. 몸 위로 상처를 걸친 상태로. 우린 우리가 직접 짜준 비슷한 옷을 입은 채로. 땅바닥에 걸쳐 하늘에 눕는다 몸으로 구름을 누를 때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지막을 위해 심어둔 꽃들이. 하늘이 무너져 내리면서 쏟아져 내리고. 여러 송이의 꽃들이 마른 채로. 우리의 길가에 흩뿌려져 있을 때 피아노 위에 두 손을 올리고어둠과 빛을 더듬으며 선율을 켰다구름을 접는다어떤 모습의 구름이라도 모두 빨아버리고다시 문양을 만들어 소리를 낸다 강아지, 고양이, 버드나무, 엄마, 아빠, 친구들 병원 앞 버드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누우면 모두 이어질 것 같아한 방울 한 방울 링거로 떨어지는 답신을 기다리고가기 전 우리가 어른거려서 음악에 이끌려온사람들의 얼굴을. 하늘에 두고 그려본다걸은 거리마다 걸음을 옮기며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바스락거린다꽃길은 만개하지 못하고축축한 음악이 오늘을 이루고비는 내리지만. 우린 젖었지만. 지속되는 가뭄 운동장에서 서로의 공을 차기 위해 넘어지는 친구들과 사람들새벽에 고속도로를 넘나드는 우리의 어둠 속 상상력손금이 더 깊어지고 갈라지고침상 유리창에 비친 오늘의 실금들 꽃이 지기 전 부서지는 지화 피아노 운율 사이로. 봉분이 만들어진다. 침상 위에 눈을 감았지만. 졸업사진만큼은 빈 얼굴을 가지지 않기로 했는데. 항상 똑같지만, 다른 결을 품은 수의를 끌어안았는데굳고, 뛰고, 흩날리는, 온기 가득한 이름들 사이에서어른거리며 지어진 채로 말라버린 길을 뚫고온몸을 다해 새벽을 걷는다우린 차가운 미소를 온기 가득한 입가에 품으며피아노를 품으며끌고 간다*구름침대:장례지도사들이 쓰는 언어로, 고인의 몸 주변에 한지를 꽃잎처럼 접어 풍성하게 깔아놓은 관을 부를 때 쓰는 말로, 지역과 지도사마다 다른 언어로 불리지만, 대체로 구름침대와 꽃침대로도 사용된다.

  • 송희찬
  • 2026-09-06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송희찬

    지난 달에 쓴 시 퇴고 입니다

    • 2025-09-16 21:24:51
    송희찬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