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 작성자 이도화
- 작성일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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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71
아직은 붉은빛이
우리 감싸 옥죄어
파란빛 기다리는
우리 발 굳어 있다
스치듯 도로 활보하는
자동차만이 무서워서일까
알록달록 저 아이들도
얌전히 숨죽일 때,
회색 새우등 노인 하나
붉은빛 뚫으려
터벅터벅
느릿한 발걸음 내던진다
아이들 숨 죽은 눈빛일 때
앞만 보는 노인
그저 터벅터벅
장밋빛 도화지
들쑥날쑥 찢어가
마침내 건너편 도로에 갔다
우리 서로 부끄러운 눈
크게 뜨고 속삭인다
아마 새파란 운이
노인 손 끌고
붉은색 걷어줬다
아직도 붉은빛이
불쑥 앞에 가로막아
우리 다시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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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줄기 들이붓는 샤워기 밑에하얀 연기가 자욱한 저 뿌연 거울은한 남자의 검은색만 흐릿하게 비추고다채롭던 색깔은 연기 속에 덥힌다졸졸 흐르는 물이 정수리에 닿고서물소리 듣던 귀로살며시 뜨던 눈으로살살 숨 쉬던 코로줄줄 흘러 들어가고머릿속 꽁꽁 얼었던 생각들을물로 가득히 메워 녹인다마침내 물을 끄고 거울 속에다시 선명한 내가 다가오면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이내 까마득히 잊고서일상으로 돌아간다
- 이도화
- 2025-10-03
일렬로 줄지은 건물들이 뭐 기다리는지 위에 저무는 노을빛들이 차례대로 비슷한 건물 사이에 제 짝에게 간다 아직 닿아본 적이 없는 입술들처럼 곧 저물 햇빛들이 건물 옥상 끄트머리에 뒷목 슬그머니 손으로 감싸 받쳐 입 맞춘다 강하게 부드럽게 맞닿아있는 그들의 조화가 처음의 것일 수가 없다 왜일까 건물 위 저 햇빛들이 무엇 하나 다짐한 듯 무심해 보여도 절대 건물을 놓아주지 않았다 서로 처음 마주 보던 그때 한번 떠올리던 건물들의 다음 아침엔 볼 수 있을 거라며 이제 그만 놓아주는 작별키스다
- 이도화
- 2025-09-28
잡초가 운다힘껏 글썽이고더 울 힘도 없다나 갓난 풀 일 때 서러움 몰라하루하루 푸르게 웃었다웃다가 어린 시절 가고웃음도 가버렸다잡초가 운다이 쓸모없는 풀한테왜 선물해 주었을까앗아갈 것만 주는 걸왜 이제야 알게 했을까나 다 잃은 줄 알았는데잃을 나 남아있어이슬 울음이 맺힌다잡초가 묻는다나 씨앗일 때햇빛이나 빗줄기 없었다면나 얼마나 슬펐을까
- 이도화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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