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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외계인이 되거나 말거나

  • 작성자 기능사
  • 작성일 2025-11-29
  • 조회수 608

어, 아하... 학생, 또 써왔네요...
그게, 음... 내가 내일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다 읽어 볼게요. 할 거 먼저 해요. 

시 하나가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열정적인 선생에게서 이토록이나 곤란한 얼굴이 나타남은 대단히 근본적인 문제를 암시하는 듯했다. 그가 점심시간을 언급했기 때문에 새삼 다시 자각했던 부분이지만 그 즈음하여 사람들은 허기를 때우기 위해 수업을 비워놓았다. 물론 공복한 정오즈음이 그라고 노곤하지 않을 리 없었다. 

선생의 답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는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이나, 대충 성실한 이미지로 때우는 편이다.

여기 '그때는 우리가' 라고 적혀 있잖아, 우리가 누구를 가르키는지도 조 명확히 해야할 것 같구, 맥락을 다 전해주지도 않은 채로 우리가 앞을 못본다? 그건 좀 독자로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파 같은 느낌도 나. 거기다가 눈 두 개 달린 이들의 말을 따라 걸어간다는 것도 굳이 시적으로 필요한 비유인지도 모르겠고. 게다가 화자의 자기표현이 굉장히 모호한데다 진부하고 서정적인 단어를 왕창,...

그의 말은 단단히 각오한 바가 있는 것인지 잔잔했으나 그의 눈은 이미 소크라테스가 말한 산파술같이 그를 깨우치겠다는 듯 아주 뜻깊은 표정이었다. 그는 의미가 조금도 흐트러져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손까지 빙빙 돌려가며 설명했다.

... 걸어갔지만, 나아갔지만...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뭘 위한 반복이야? 나아갔다고 강조하는 데 큰 의미가 있어? 물론 시인 맘이야, 선생님은 뭐 더 할 말은 없어. 그리고 이제 나라니, 도대체 모르겠는데? 이게 뭐야? 화자한테 감정을 이입할 때도 굉장히 자기조절이 중요해. 알잖아. 장면의 구상이 아예 안 되고 그냥 독자보고 알아서 그려서 상상하라고 던져 주는 거잖아. 선생님이 독자였으면 조금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그리고 아래 봐. 눈이 두 개 세 개 네 개... 상징을 쓰든 비유를 하든 좋아. 선생님도 그런 사조를 많이 봤어. 소통을 미학적으로 차단하며 자기 세계를 드러내는 시 작법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구. 하지만 시가 네께 아니라 타인과 공유되는 무엇이 되기 위해선 적절한 전달력이 꼭 뒷받침되야해... 알겠니? 아니, 그럼 독자들이 이 눈에 대해서 무슨 뜻이 있는지 네 일기장이라도 뒤져서 찾아내리? 그리고 네가 뭘 열심히 살다 흉해져 흉해지긴, 야, 뭐 시 쓰는 건 아주 피에르 르 뒥이야. 나 참. 

그는 어미 몇 개와 어투 변화의 이질성 같은 걸 한두 가지 더 짚다가 스스로 기를 죽이곤 그가 뾰루퉁히 멍해 있을 때 서둘러 그의 시야를 빠져나왔다. 그 선생이 말하는 그 자아 도취적인 구조에 그는 놀랍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가 자기 선생을 어떻게 설득할까 궁리하다 그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즈음에선 그의 굳은 고집(굳었단 말은 단지 유연하지 않음 때문이다)에조차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특별히 우울하거나 기분을 잡치거나 하는 표면적인 행동 같은 것은 하지 않았으나(대체로 어릴 적 오은영의 방송을 보며 생긴 병신에 대한 개인적인 혐오 때문이다), 단지 조금, 아주 조금 조울증이 심해졌달까, 그냥 그 후에 그런 분위기가 눈에 띄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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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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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16
눈 먼 민주에게도 새벽은 오나

때 이르게 갈황히 죽은 상록은 이젠 차마 지지도 못한다밤이 온다켔나맹인 하나가 지팡이를 놓치고 자빠진다미련한 건지 의연한 건지 그는 당당히 무릎 쓸린 폴리에스터 바지를 흔들며다만 도시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이만 신문팔이 소년이 튀어들어 온다그래서 아부지의 혁명은?그는 김이 나는 비니를 조심히 접어 두 손으로 모아 잡고,상기한 볼은 말랑히 풀어졌으나 상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출렁거리지 않았다민주를 구애하던 횃불은 그 재도 거리에 냄새 하나 남기지 못하고사학자 어깨 너머로 침잠하는데무표하고 무정한 민주들의 손은 한량히 술과 색을 더듬이며이젠 깔깔거릴 뿐이고다만 최루탄은 술안주가 아니었는지아비란 것들의 막돼먹은 뱃살아부지에게 말랑한 것은 그것밖엔 없고신문팔이 소년은 글을 읽지 못한다그는 그럴 줄 알면서도 “동지”를 뇌꺼리다 배신감에 여러 날을 새버리고방금 들어온 신문팔이 소년이 잔뜩 열이 올라 들어온 그 공방은 작업대 하나 딸린 두 평 남짓한 작은 방. 의자가 하나 있으나 미리 들어와 있던 두 명은 화학 용제 냄새를 실컷 들이키며 갓 사 온 호빵을 뜯어 먹는다. 위에는 전등이 하나 나 있으나 고장 나 이젠 작업대에 딸린 램프 하나가 전부인 어둡고 지하 특유의 침습된, 그리고 침습하는 텁텁함이 가득 찬 방에, 신문팔이 소년은 열이 오른 스스로를 느끼고는 서둘러 찢어져 털이 빠지는 패딩을 벗어 걸고는 따져 물었다. 그가 답을 요구하는 그 두 명은 각자 겨드랑이에 신문을 한 부씩 끼고 호떡에서 흘러넘치는 뜨끈한 당물을 홀짝였는데, 응당 그 신문팔이 소년이 기다려야 한다고 꼽을 주는 눈치였다. 하나는 급작스레 뒤섞이는 덥고 찬 냄새에 그제야 소년의 이름을 발음했다. 다른 하나도 곧 소년의 이름을, 그러나 완전히 다른 형태로 뭉개며 발음했다. 소년들은 차가운 손으로 서로를 만지고 더듬는다. 신문팔이 소년이 발음하는 그들의 이름엔 당황이 섞이다가 이만 불쾌하리만치 커진 채 영문도 없이 각자 자기 말을 조심스레, 다만 여전히 교정될 기색은 커녕 더욱 퇴화하는 발음으로 전개하는 그들에게 화를 버럭 낸다. 그들은 NPC 마냥 발화를 유지한다. 그들은 이젠 필요가 없음에도 멋대로 안와를 구르는 의안을 눈꺼풀로 열심히 닦아내고, 귀엔 거즈를 겸하는 테이프가 잔뜩 붙어 있다. 맹아그가 도망쳐 나온 집엔 아버지가 너무 작은 스툴에 앉아 계셨다아버지의 눈은 멀쩡하다아버지는 이젠 울음을 삼키지도 목젖 아래에 눌러 담지도 않았으나 아버지는 소리를 지른다아버지의 손은 운전대에 못으로 박혀있다아버지는 운다 아버지도 마침내 운다아버지의 눈은 멀쩡하다. 충혈도, 붓기도 아무것도 없다. 신문팔이 소년은 죽기 직전까지 아버지를 두들겨 패고 집을 나섰다.밤하늘을 암청빛이라 봄은 청천을 기억함 때문이다눈먼 아이는 시계를 주머니에 깊숙이 넣어 쥐고 어느새 뛰기 시작하더니 겨울바람에 뒤뚱하며 자빠진다가로등 꺼진 도로엔 멀찍이 청계산 소쩍새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건조히 귀를 스친다지나가던 신문팔이 소년은 문득 그런 아이가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날이 추운지 늘상 넓은 어깨에 좋은 옷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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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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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멘헤라 기질이 엿보이는군

    • 2025-11-29 14:55:43
    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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