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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연습*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12-03
  • 조회수 785

언젠가 완벽한 진검승부를 벌이자.


그런 순간은 없다는 것처럼

꾹 눌러 말하면서 친구는 운다.


강가를 걷는다


운동장을 한 발짝

벗어난다


강의 표면은 툭툭


빛이 흘리고 간 알갱이처럼


쉽게 반사하고 흔들 수 있는 것


언제든지 우리가

떠났다가 되돌아올 수 있는 것


물가에 손을 비추면

강에는 여러 동물의 발이 함께 비쳤다


강을 거쳐간 동물들


작은 물새의 발부터

들개의 발,

길 잃은 사람의 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발까지


이대로 손을 넣어 건져올리고 싶은

꿈속의 뒤섞인 발들


친구는 아직

저녁이 바람처럼 들어오는

석식 시간 빈 교실에 남아 있다


누군가 구멍도 내고 낙서도 한 책상 위에 뺨을 대면


듬성듬성 엮인 마음으로


무언가 잡는 꿈을 꾼다고

횡설수설하던 친구


강가를 걷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좀 더 빠르게 지나치는 방법은 없을까


물어봤을 뿐인데 수를 쓴다는 양

우리를 아프게 지나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그래도 만약 이대로 화면의 속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면


손을 강물에 비추고

오거나 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뒤섞인 하나의 풍경을 타고

달콤한 잠을 자는 꿈을 꿨어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구


1시간에 2만원이라는 검정 포스터를 그냥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지


검 없이도 검을 맞대는 것처럼 싸울 수 있을까


우리가 빈 교실에 남아

세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인 것처럼


많은 잠을 잔다 손등에 그린 의미 없는 낙서를

귓가에 베고 잠을 잔다


책의 모든 페이지를 접는다

종이를 접을 때 과거와 미래가


한 번에 겹쳐지는 곳에서

마치 모든 길을 동시에


걷는 것처럼




ㅡ

*놓는 연습-모모코(글틴)

추천 콘텐츠

아침잠

자도 자도 부족한 아침잠처럼 여름 이불을 덮고 엄마를 안았다 말랑말랑한 엄마의 팔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 올 한 올 불어오는 샴푸 향에 기대고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이는 겨울바람처럼 납작한 조약돌이 가지런한 해변처럼 아침잠은 아침을 배웅하기 위한 꿈의 손짓일까 부고 소식과 내려가는 기차 안 자고 싶지 않은데 꾸벅이는 건 창밖 풍경이 눈꺼풀을 쓸고 가는 건 가벼운 여름 이불에 눌려 샴푸 향 맡는 꿈을 한 번 더 꾸고 싶어서야 기차보다 빠르게, 영혼의 마음으로 산발이 된 빛 속 실루엣을 끌어안기 위해서야 아침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는 일어날 수 없지 이미 정오를 지나가는 시간

  • 방백
  • 2026-10-08
영혼은 완벽한

영혼은 완벽한 비닐류, 얇고 투명한 양파 껍질처럼 우리가 죽어 시신 되어 분리수거를 연습하면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고 빠져나와 풍경과 하나가 되고 있지 소나무 뒤에서 등이 터진 모래주머니, 색이 날아간 현수막을 다림질 하는 바람, 등산봉을 휘저으며 산책하는 할아버지의 손금까지 빼곡히 채우는 빛 반질거리는 흙길에 눌린 자국도 남기지 않고 커튼을 치는 영혼이 있어 남은 보지 못하도록 나에게만 살짝 면도날을 쥐어주지 창에 실금을 그으라고 속삭이지 하얀 양파 껍질 진물이 날 때 나의 마지막 육체까지 벗어던지고 풍경 속에서 시를 쓰는 내가 있어

  • 방백
  • 2026-09-09
그림자 놀이

눈보라가 오랫동안 연장되었다 지붕들은 녹아야 한다는 듯 윤곽이 사라지고 빛 속에서 정말 맑고 깨끗하다 가방 속 카세트 테이프가 트랙을 뛰어넘을 때 녹지 않고 더 녹아가는 거리의 유령들 음악도 아닌 말을 녹음했던 사람의 풍경을 가늠하느라 우리, 하얗게 늙어 버렸네 어둠이 맨손에 엉키는 길고 긴 복도에서 너를 흰 벽 앞에 세워두고 싶다 손전등을 비추고 싶다 빛과 그림자가 한 몸이라면, 발끝으로 헐레벌떡 따라붙는 중이라면 조용해지는 소리를 들어볼래? 손전등을 허공으로 치켜들래? 눈은 중요하지 않은 순간을 뒤덮는다 벽난로 앞에서 수프를 끓이는 그 뒤에서 죽어가는 개를 쓰다듬는 일 같은 찾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나처럼 느껴질 때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따라가는 법칙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흩어지는 눈송이는 어떤 뒷모습을 가졌을까 늙어있는 시간 속으로 하얗게 뒤덮이는 내가 있었다

  • 방백
  • 2026-09-08
헨젤에게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계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승강장을 밟아라. 너를 앞지른 유령들이 막 꺼낸 빨래처럼 말라가는구나 빨래를 꺼내는 두 손이 투명해지는 것처럼 노래를 불러라. 너는 풍선을 삼켰구나 영원히 배부를 수 없는 터널처럼 긴 호흡처럼 저기 지하철이 지나가는구나 너의 몸은 앞과 뒤가 뻥 뚫려서 어느 올라탄 사람도 담을 수가 없구나 처음 보는 부메랑처럼 거세게 던져라. 동생과 앉아 있던 아이가 앞지르고 뒤처지며 한 방향으로 뛰어가는구나 아이는 익숙하게 겪었던 계절처럼 눈부신 수풀 속을 지나치는구나 수풀들이 찢어놓은 바람 틈새에서 그 아이가 듣고 있던 이어폰을 너의 귀에도 꽃아 보너라. 저 먹구름 팽팽히 당긴 빗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구나 그럴 때 등 너머 사과나무는 우수수 영혼을 놓치는구나 한 알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처럼 지하도 계단을 올라가라. 고향을 도망쳐 나온 배신자처럼 눅눅한 웃옷의 얼룩이 마르는구나 그 얼룩에서 악문 턱에 뚫린 구멍으로 치아처럼 하얀 노래가 훌훌 떨어지는구나

  • 방백
  • 2026-09-05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악몽의 집

상을 쓸어내리며 화를 낸다. 열 권씩 쌓인 소설책과 스무 권씩 쌓인 시집이 멋대로 쏟아지고 커피가 마른 커피컵과 똑같은 색의 볼펜 수십 자루, 지우개, 몽당연필, 이면지, 노트북 같은 것들이 바닥으로 침몰한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는 아무 쓸모가 없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두려움을 모르는 것처럼, 허공을 배회하는 영혼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 느리게 걷듯이, 영혼을 느끼는 사람조차 몸뚱이가 걷는 속도 벗어날 수 없듯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키보드 앞에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옷을 벗은 유령들이 나체로 거리를 떠도는데 나는 그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얼굴이 부서진 동생 옆에서 어머니가 한숨을 쉬고 집을 부수고, 집을 무너뜨리고, 집을 나가서 집처럼 사라진 아버지가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죽어버리는데. 건물의 전개도를 가위로 잘라서 단 하나의 현관문에 붙여도 현관문은 마주본 거울처럼 복사되고 복사되고 겹쳐지고 자작나무 숲의 메아리처럼 겹쳐진 초인종을 열며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 시베리아의 한 줄기 바람을 온 몸에 휘두른 채 피로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데. 뉴스 속 투신하는 집채만 한 물줄기, 지구 속에서 나는 뭘 하고 있는가, 사면이 닫힌 장식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슬픔만 이해하는 천사의 마음으로 시를 하고 있는가 지구를 쓸어내리며 집 안에서 여자의 몸과 남자의 몸을 벗는다. 개를 향해 플래시를 터트리고 사진기를 두려워하는 개를 못 본 척 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벗는다. 나는 잠시 부랑자가 된다. 음악이 없어도 고통받는 시간이 있다. 내가 떨어트린 몸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작고 까슬하고 금방 부러질 것 같은 노를 쥔 채 무수한 몸들이 종이 위를 밀어낸다. 손바닥을 쥔 노는 매끄럽고 노를 감싼 종이는 미끄럽다, 흘러내린다, 나를 향해 씨발, 내뱉는 목청 나는 소말리아의 앙상한 아이가 된 것 같은데요...... 뼈에 뼈가 배겨서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주렁주렁 걸린 목걸이가 무거운 케냐 소녀가 된 것 같은데요...... 깍, 우는 까치 소리 순식간에 창가의 나로 빨려들어온다. 내가 내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겠지 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천사의 낮잠처럼 미끄럽게 흘러내렸겠지. 나는 왜 나 안에 갇혀 있는가, 너는 왜 너 안에 갇혀 있고 천사는 왜 천국에 갇혀 있는가. 우리는 서로가 될 수 없는가. 지구의 악몽 속에서, 총알과 보석을 흩뿌리며 노는 지구 옆에서 꿈 속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말을 건다.

  • 방백
  • 2026-09-04
비행운

소음의 파편들이 날리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절대 늙지 않는 기억 속에서 아버지, 쪼그라들어 호두가 되고 있네요. 아버지를 제 주머니에 넣어 어디라도 걸어야겠습니다. 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배수구에 모래 넣지 마시오, 문구를 읽었다 빈 공간을 보면 주먹 쥐고 채워 넣고 싶어지는 마음, 단단한 껍질보다 덜 자란 씨앗을 어금니에 올려 깨문다면 이 길은 저의 외로움과 꼭 맞네요. 여기 비린내가 빠지지 않는 뒷골목에서 담배 연기로 지붕을 세탁하는 아버지가 보입니다. 구름은 얼굴을 쓰다듬고 눈앞이 희뿌예지네요. 시를 모르기에 시인이 된다면 집을 모르기에 건축가가 되고 가족을 모르기에 가족이 된다면 엄마를 모르기에 아빠가 되고 싶은 내가 아닌 나와 엄마의 엄마가 되고 있는 나를 모르는 내가 집을 몰라서 집이 된 거실 속 침묵에 주먹을 던지고 있다. 아버지, 저 이제 아버지가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엄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냄새가 심한 자동차 뒤에 숨어 어금니엔 하얀 구름을 질겅질겅 씹고 있습니다. 이 연기는 저의 영혼과 꼭 맞네요. 아버지, 아버지의 쪼그라든 손가락이 허공을 가리킵니다. 비행기를 보면서 원근법을 의심하면 건물은 패이고 머리카락은 날린다고 목을 길게 뺀 채 울고 있는 엄마를 의심하면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쏟고 있는 누군가 보인다고 주머니를 무시한 채 속삭이네요.

  • 방백
  • 2026-09-03
하얀 빛은 모든 윤곽을 투명하게 쓰다듬는다

가슴부터 깊게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만이 산허리를 빙 돌아 사라지고 있었다 뾰족하게 자라난 측백나무 꼭대기 허공을 선명하게 가르는 전깃줄 몇 마리의 새들이 발톱을 오므리고 있는 장면을 눈 감고도 움켜쥘 수 있었다 오해와 오해가, 오해의 오해의 오해가 마주 볼 때 견딜 수 없어져 내가 나를 모르고, 나를 모르는 걸 모르는 두 사람이 같은 창문을 여는 것처럼 커튼의 팽팽한 그림자 천천히 발라내는 처음 하는 작업처럼 마룻바닥에 정성 들여 새기는 눈 시린 오후 아래서 몸서리치는 바람 같은 것 더듬는다 캄캄하고 눈부신 음악과 지문이 닳은 손끝으로만 네가 나에게 말을 건다 혼자 오셨어요. 아니오. 같이 왔어요. 춥진 않으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벗어 주고 왔는데요. 옷을 드릴까요? 그 사람과 나는 이미 한 몸인걸요. 우리를 관통하는 빛 속 사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이 어긋남이 끝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음식이 올라오지 않는 식탁에 앉으면 참 익숙하게 너는 질문한다 창문 속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네요 속삭인다 홀로 앉은 의자 위 환하게

  • 방백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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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빛은 모든 윤곽을 투명하게 쓰다듬는다 사물은 형태가 표백되며 잠겨버리고 가슴부터 깊게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만이 산 너머를 빙 돌아 사라지고 있다 뾰족하게 자라난 측백나무 허공을 선명하게 가르는 전깃줄 몇 마리의 새들이 공허한 소리를 내는 걸 웅크려 앉은 자세로도 잡아낼 수 있다 오해와 오해가 마주 볼 때 견딜 수 없어져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두 사람이 같은 창문을 여는 것처럼 커튼의 팽팽한 그림자를 천천히 발라내는 처음 하는 작업처럼 마룻바닥에 정성 들여 새기는 눈 시린 오후 아래서 버석한 맨몸으로 몸서리치는 바람 같은 것 캄캄하고 눈부신 음악과 지문이 닳은 손끝으로만 너를 더듬을 때 네가 나에게 말을 건다 혼자 오셨어요. 아니오. 같이 왔어요. 춥진 않으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벗어 주고 왔는데요. 옷을 드릴까요? 그 사람과 나는 이미 한 몸인걸요. 우리를 관통하는 빛 속 사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이 어긋남이 끝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음식이 올라오지 않는 식탁에 앉으면 참 익숙하게 너는 질문한다 둥근 도자기를 만지면 감각이 푹 꺼질 것 같죠 어느 부분도 걸리지 않을 때 동시에 없어지는 것처럼 대답이 필요 없는 듯이 아직 캄캄한 어둠 늘어난 테이프처럼 지연되는 시간 이제 옷을 입으세요. 당신을 존재하게 하는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입도 없는 나에게 말이 있는 것처럼 말해주는 당신 더워지는 손으로 나를 끌어안으며 윤곽들이 죽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당신 각질이 떨어지듯 조용하게 속삭인다 창밖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네요. 홀로 앉은 의자 위 환하게 시선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방백
  • 2026-08-31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시

시의 음율은 음이 없는 연주 같았다 오래된 방에서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그 옆에서 기억나지 않는 음으로 눌리는 흰 건반과 검은 건반 따라 친다면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나는 앞의 몇 마디도 금세 헷갈려버리는 느낌 잠에서 깨어나 오랫동안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조금은 바랜 누런 빛으로 단단하게 짜인 의자 덮개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다시 건반의 뚜껑을 덮고 긴 잠에 빠져든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살던 방의 맨 아래 책장에서 가장 두꺼웠던 책을 펼치면 엄마가 대학 시절 매일 공부했던 의료 사진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지 읽을 수 있는 글자보다 처음 보는 외국의, 그래서 어쩐지 아름답고 부드러운 글자들이 반복되는 활자 속에서 흰 장갑에 흠뻑 피를 적시며 심장을, 간을, 배를 만지고 아기를 받아내는 장면들 그런 장면들이 음율 없는 음악처럼 나를 감쌌다 박동 없는 리듬처럼 눈 안쪽이 환하게 밝아져서 나도 모르게 팔다리를 움직이며 헤엄쳐야 하는 순간처럼 시 속에서 할머니는 악상이 떠올라 냅킨 위에 급하게 오선지를 그은 쪼글쪼글한 손등으로 내 머리를 쓸어내리며 깊은 잠을 재웠다 이 정도로 공부하면 의사가 되어도 됐겠다는 엄마의 중얼거림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미래의 음악을 듣는 듯이 나에게로 적셔져 내렸다 어느 순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식탁을 엎으며 싸우다가 할아버지의 굵은 오선지에서 피가 쏟아지고 그 속에서 음악을 들은 뒤 시를 써 오라는 숙제를 받은 엄마가 박동 없는 박동이 느껴지는 책을 빌리게 되는 순간들이 나의 어린 머릿속에서 폭포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 방백
  • 2026-08-30
최선으로 엇갈리는 물가의 새

모진 나와 모질지 못한 나 사이에서 나에게 상처의 귀퉁이를 물려준 사람을 떠올렸다 더는 슬프고 싶지 않은데 강가를 걸으며 나를 떠난 사람과 나를 무시한 사람의 양면의 손바닥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나무의 축축한 그림자를 바라보고 뿌리 모양을 맞추려는 사람처럼 내가 어디까지 모질어질 수 있을까요? 팔꿈치가 저릿하게 아려오는데 나를 사랑하려 애쓰는 남자와 나를 상처입히려 애쓰는 남자 사이에서 돌아서는 그 사람을 나를 괴물로 보는 그 사람을 꺼내고 싶어서 내 안의 괴물을 들여다 봤다 슬픈 천사가 몸을 웅크리고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모질지 못해서 해가 지기도 전에 내게 돌아오는 천사 나에게 너무 사랑스러운 그의 팔을 붙잡고 뺨을 때려 유기할 순 없었다 발 닿는 곳마다 이끼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 위에서 깃털 나는 팔꿈치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천사를 잡아당겼다 아무리 애를 써도 뜯어낼 수 없는 마음이 있다 물가로 다가가면 발이 푹푹 젖듯이 큰 다리와 가까운 저편에서 흰 새들이 날개를 펼쳤다 내 눈엔 가족처럼 보였다 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고 최선으로 엇갈리는 중이었다

  • 방백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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