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 작성자 임세헌
- 작성일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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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06
말을 타고 중앙아시아를 누비던 몽골인들은 알았을까
말들이 원형 트랙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을
마권을 구겨진 도박꾼들 앞에서
말의 신비는 박제되었다
마이브리지는 The Horse in Motion에서 말의 움직임을 12개로 해부했다
네 발이 모두 다 땅에서 떨어진다는 전설 같은 말의 이야기는
고작 12개의 사진에 인수분해 되었다
증기기관은 차를 만들었고
차는 마차를 죽였다
유희로 전락한 말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멋을 위해
서부극 속에서 넘어지고 목이 꺽였다
그들이 지르는 비명
과장되게 삽입된 효과음
그 비명 보다 더 과장된 비명을 지르는 도박꾼들
나는 사고로 꽉 막힌 도로에서
자동차와 쇳덩어리 사이를 이리자리 지나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말 한 마리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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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헌
- 2026-02-11
자주 수요와 공급 곡선을 떠올린다시작詩作은 수요 없는 공급이지만난 그 틈새에서도 수요를 찾아꾸역꾸역 시를 공급한다 보르헤스의 도서관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다는 도서관그 도서관에서 그나마 손 때 묻은책 한권을 훔쳐베껴 내 듯이혹은 샤먼처럼시대의 영혼 전체가 내 몸에 들어와무언가 써 내려간다는 듯이나는 일종의 타자기이고무엇이든 나를 칠 수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보르헤스의 도서관에오랫동안 밀린 연체료를 갚고낙서한 책은 지우거나 다시 사서 주고내 몸에 빙의한 모든 귀신을퇴마하든 굿하든 다 내쫓고평온한 상태로말을 하고 싶다 시베리아의 샤먼처럼한국의 샤먼과 다르게자신이 직접 몸에서 떠나혹한의 세상을 떠돌며떠도는 영혼들을 만나고영혼이 말하는 대신자신이 직접 얘기를 들려주는 그러면서 혹한의 시베리아에서간신히 살아갈 용기를 얻는시베리아의 샤먼 그것이 오래전 동사하여천 년 전 모습 그대로 있는 시체처럼누추하고 시대착오적이라 해도나오자마자 얼어버리는 입김처럼나약해 빠졌다고 해도 시베리아 샤먼처럼말하고 싶다
- 임세헌
- 2026-01-31
나는 발 끝까지 이불을 덮고 잤다 애리조나의 악어가 내 발을 물어버릴까봐 물론 양재천의 악어는 없지만 악어새가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때 동화책에 대한 배신감 보다는 충치가 가득한 애리조나 악어가 내 발을 젤리처럼 잘근잘근 씹으면 패혈증 같은 거에 걸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말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반짝 반짝 악어 눈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부모는 자장가를 불러주었지만 문 뒤부터 장롱 안 까지 어둠은 많았고 어둠 속에서 악어의 두 눈이 붉게 반짝였다 부모는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내 뒤척임으로 인해 내 발을 먹으려던 애리조나 악어는 내 발길질에 나가 떨어지고 그것으로 악어 가죽을 얻어 붉은 악어 가죽 가방을 얻을 수 있지 않냐고 환경주의자들은 싫어하겠지만 악어는 눈물을 흘리겠지만 붉은 악어 가죽은 멋있게 들렸고 나는 잠에 빠져 들었다내가 잠을 자는 이유는오직 붉은 악어 가죽 가방 하나 뿐이다
- 임세헌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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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