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의 숲으로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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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889
있잖아,
왜 나는 점점 희미해질까
쥐는 것조차 두려웠던 날들 위에는
손바닥 속의 새를 마구 구겨버리는 내가 있었어
*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기억의 숲으로 갔다
숲 저편에는 파이프가 피워내는 구름이 가득하고
누군가 뿌리째 뽑아내고 있으므로
나무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남은 나뭇잎끼리 치열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
버려진 페이지처럼 구겨지는 수호천사들은
매일같이 곁에 쌓여갔다
나는 점점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숲에 간다면 나무 사이를 나는 새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으므로
졸고 있는 승객들을 한참 바라보다 버스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숲 속으로, 속으로
언덕 위로 향하는 계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개의 개발은
많은 것을 지워내는 과정이니까
흙에 고개를 박고 울고 싶었다
이것도 일부러 치워둔 것이 분명해
파이프를 노려보았지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순간마다 흔들렸던 나무가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나는 부끄러워서 그럴 수 없었다
*
있잖아,
왜 기억의 뿌리는 점점 얇아질까
그래 손바닥, 손바닥
잎맥 같은 푸른 선을 품은 나의 손바닥이 떠올랐다 그리고 수없이 잡아채어 구겨버린 하얀 천사들
언제나
나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그리며 파이프를 바라보았지만
새들을 작게 만든 건 파이프의 잘못이 아니었지
몸 속에 돌기 시작하는 수액 같은 피
이제
있잖아, 같은 말은 하지 않아야겠어
숲을 지키는 철창이 시끄럽게 닫히고
파이프는 끊임없이 구름을 만들어낸다
폐 속에 흙의 냄새를 담아두고
나는 정거장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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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도리노모노님. 시 잘 읽었습니다. 1,2연이 인상적이어서 두어번 읽고나서야 다음 연으로 넘어갔네요. 전체적으로 좋습니다만 “대개의 개발은 많은 것을 지워내는 과정이니까”가 걸리는 감이 있습니다. 이 시의 시적서사 안에서 “개발”은 분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시를 "개발"과 "숲"의 구도로 단순화할 우려도 있으므로 표현을 좀 더 풀어서 한다면 좋겠습니다. 고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