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머리카락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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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0
- 조회수 90
나도 춤 추는 인형을 가지고 싶었어
분홍색 젤리처럼 달콤하고
가지런한 두 손
아무도 때릴 수 없을 것처럼 깨끗하고
머리를 묶어줄 수 있는
종종 문구점에서 축구공 초콜릿을 훔쳤다
설원을 통과한 표범처럼 내달리는 심장을 뒤집어쓰면
눈 내리는 교실 속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은 혀 위에서 오래 흘러간다
더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
여전하구나, 넌
언니의 서랍을 정리하다 나온 편지는
수신인이 없었다
침묵을 채울 수 없는 말은
방 안 어디선가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만화영화처럼 얼룩지는 바다새우 어항
온순하게 자라나는 완두콩 화분
상처입은 자의 다리를 분홍빛으로 지우고
뿌연 마룻바닥 위를 알알이 비추며
햇빛은 각자의 창문을
긴, 흰 팔로 쓸고 간다
시베리아 들판을 가로지르느라 지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날 잡아끌며
장난감처럼 보이던 운동장 아이들을 벗어나
생리대를 안겨주던 언니
이게 나라고 생각해.
여전하네, 언니는
나도 인형을 가지고 싶었어
색색의 사람들이 지나가던
쇼윈도의 따뜻한 온기 그 밤의, 아름다운 풍경
집에 있던 가위로 머리칼을 잘라내며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등을
깊이 끌어안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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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백
- 2026-08-14
한참이나 미끄러졌다 바닥에 깔린 매트를 마구 두드렸다 아랫집 사람이 올라와 주길 바랐다 아무 의도 없이 상처입히고 싶었다 그가 시끄럽다며 나의 입을 막아버린다면 그래서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천사의 눈밖에 나지 않고도 천사의 눈물은 모조리 나를 위해 흐르는 것일 텐데 유리창이 부서지는 고함 속에서 한참이나 굴러갔다 데굴데굴 침대 위에서 큭큭 웃다가 윗집 사람이 내려와 주길 바랐다 너무 시끄럽다며 나를 데리고 멀리 떠나준다면 붙잡을 수 없는 미로처럼 내게 다가온다면 웅웅 울리는 지금도 우리로부터 자꾸만 도망치고 있는 우주의 빛처럼 이 차원을 가볍게 떠나버릴 텐데 공동현관 앞에서 윗집 아저씨는 술 마시고 취한 상태로 초등학생 아들이 쿵쿵거리는데 죄송하다는 얘길 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계절은 모호했지. 지금도 딱 잘라 부르기 어려운 봄 여름 사이 가을 삼 사 오월 모조천사와 함께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지. 천사를 무시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모조천사는 이해한다는 듯 한없이 미끄러졌지. 곧 있으면 눈보라가 불 것이라 굳게 믿는 나를 밀며.
- 방백
- 2026-08-13
종이 있었고 문이 닫힐 때마다 울렸다 꼭 두 사람씩 나갔다 들어오면 사랑해야 하는 조건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집에서 천천히 기다리는 동안 상추씨를 심었다 솎아내기를 하면서 흙의 기운을 받아내고 뿌리를 넓게 펼치고 상추나무가 되어가는 꿈을 꿨다 매일 점심 시든 이파리만 뜯어먹었다 아주 큰 우림의 무늬들 빛을 받아내기 위해 점점 높이 자란 나이테가 마음의 잔뼈를 실처럼 새기며 천장을 떠받치는 대들보로 성장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상추나무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매일 출근해서 물을 주었다 사람들이 몇이나 들어갔다 나왔다 가게가 불을 켜지 않은 날에도 두 사람씩 가끔 서너사람 손을 잡고 며칠 전부터 창밖의 비가 그치지 않았다 가게는 한적했지만 바깥이 북적였다 상추나무도 죽어가고 있었다 그를 밀림 속에 놓아주어야 하는 건지 다 클 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는 건지 몰랐다 둘이 되고 싶었지 온전한 둘 문이 열릴 때 폭죽처럼 환해지는 소리, 여백의 울림 그것이 내 몸에도 울렸으면, 하고 내가 아닌 창문들이 거리에서 우산 아래서 빗길에서 투명하게 벗겨지고 있는 저녁
- 방백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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