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니다
- 작성자 손석호
- 작성일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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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26
나는 입니다
난
학생이고
자식이고
친구의 친구이고
원수의 원수이고
‘나’라는 ‘사람’이다
학생은 본디
세상에 귀 기울이되
자신을 잊지 않는다
자식은 본디
부모를 사랑하되
부모보다 먼저 늙어간다
난 수많은 세상사람들 친구라 부르며
난 또한 많은 이들에게 원수라 불린다
내 벗의 벗은 내 적이고
내 적의 적은 내 벗이면
난 벗일까, 적일까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으로 불리고 싶었다
내가 구한 것은
선(善)인가
이름인가
신중히 고른 발음마다
공들여 지은 획 마디하나
지금까지 불려 왔던데
좋은 뜻 복된 뜻 따라
생년월일 사주팔자 읽어
지어 보았던 그 이름
나는 입니다
아니
그건 내가 아니다
난 ‘나’가 아니다
사람이란
명칭을 나침반 삼아
기어가듯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을 명줄 삼아 이어가다가
밤이면 문득
추해지는 것인가
행간과 여백에서 빛을 찾아 읽어내고
높고 귀하신 이들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게
그것이 참된 사람이 아니던가
맞지 않는 옷매에 헐떡이고
뒤꿈치 벗긴 신발에 걸려서
타인이 부르짖는 ‘나’가 아닌
무엇이던가
아무도 모른다면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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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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