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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 작성자 시유레
  • 작성일 2026-08-06
  • 조회수 135



컷 버튼의 멈춤이

영원하진 않으니


멈춰 있는 화면도

결국 다시 흘러가고

손끝에 있는 기다림은

재생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누군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시간을 일시정지해 둔 사람처럼


계절은 알아서 바뀌고

햇빛은 하늘에서 자라난다

멈춰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조용히

다음 컷을 찍고 있었다


그냥 REC버튼을 눌러봐

흔들려도 좋고

초점이 나가도 괜찮아


다시 찍을 수 없는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으니까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끝내 기록되었기 때문이고


기다리는 동안 흘려보낸 하루보다

서툴게라도 찍어낸 오늘 한 장이

훨씬 오래 남을지도 모르니까

추천 콘텐츠

생일

1.케이크 위 촛불은나보다 먼저 한 살을 먹고창문에 붙어 있던 바람은초를 하나씩 꺼 먹는다박수 소리가 끝난 접시에는잘린 원 하나가 남아 있고나는 가장 둥근 날에가장 먼 곳을 생각하면초가 꺼진 자리에서는연기만 한동안 떠다녔다2.생일에 죽어야지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른 날짜에 두 번 울지 않도록하늘에 별이 되는 대신빛을 삼키는 검은 웅덩이가 될 거야누군가는 소원을 빌며고개를 들겠지만나는 아무 말 없이빛이 지나간 자리만 오래 들여다보겠지밤은 이상하게도사라지는 것부터 먼저 보여 주었다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가너무 오래 반짝인 탓이었을까우주를 미끄러져지구까지 떨어지는 동안하늘은 작은 물방울 하나를몰래 흘려 두었고사람들은 그것을별똥별이라고 불렀다오늘 내 이름도케이크 위 크림처럼 불렸다가접시를 씻는 물에조금씩 녹아내린다3.지금은 아니지만365×n일이 더 지난 어느 날에는사진 속 웃음만 남기고이름 하나만식탁에 놓여 있겠지4.아무것도 모르겠고그냥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줘5.엄마,미안해오늘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서조금 못들은 척 할게양말을 가지런히 벗어 두라는 말도늦지 말라는 말도문 앞에 잠깐 벗어 두고내 발목을 잡던 끈을 풀어골목 끝까지 뛰어가 보고 싶어서6.지금의별 하나가 떨어진 밤이 아니라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밤아직 다 타지 않은 초 하나를다시 세우는 마음으로케이크 위 마지막 초는항상 끝내 꺼지는 것처럼언젠가내 이름도 불리지 않는 날이 오겠지만오늘만은그냥살아 있는 사람처럼하루를 맞이하고 싶어

  • 시유레
  • 2026-07-21
합평2

내면을 투시당한다손도 닿지 않았던 문장 구석에먼지처럼 쌓여 있던 마음이툭 하고 떨어진다오래 들여다봐 주는 시선으로접혀 있던 문장들을한 장씩 펼쳐 놓는다마치 오래 잠겨 있던 서랍이조심스럽게 열리듯나는 그 사이에서미처 읽히지 못한 나를조금씩 발견한다의도는 무엇인가요그 질문 앞에서나는 잠깐말을 고른다입 안에서 몇 번이나 굴려보다가결국 가장 솔직한 말을 꺼낸다왜냐고요?그건저도 방금 처음 알았어요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해부하면서조금씩자기 자신을 들킨다종이 위에 적힌 건 글자인데어째서 늘숨기고 싶던 마음부터 먼저 보이는지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마디에며칠을 앓기도 하고아무 생각 없이 적은 문장이찬사를 받기도 한다이런잔인한 농담 같은!웃으면서 칼을 건네고고맙다고 말하며 베인다빨간 자국이 늘어날수록기묘하게도문장은 조금씩 살아나지만아픈 만큼문장이 선명해진다는 걸우리는 이미 알아버렸다심장을 펼쳐놓는 건쉽지 않지만넌 너무 재미있잖아

  • 시유레
  • 2026-07-15
시험지 맛 과자

바스락 단순히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가 입안에서 버티는 소리 생각보다 질기다 소리는 바삭하면서 너무 모순적이야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부스러기 삼켜지지 않은 문제 하나가 계속 혀끝에 걸린다 쓴 것도, 단 것도 아닌 잉크 맛이 난다 틀린 답을 고르는 순간의 맛 으우, 나는 잠깐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몇 번이고 더 씹는다 부서지는 건 소리뿐이고 남는 건 계속해서 씹혀야 하는 것 목이 따끔거린다 넘어가지 못한 문장들이 거기서 막혀 있는 것처럼 나는 결국 삼킨다 풀지 못한 문제처럼 입안에 남은 잔여감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맛없어

  • 시유레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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