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범(思想犯)10 -탈옥 일대기
- 작성자 박해랑
- 작성일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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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5
아직 앞은 어둠과 손을 잡고 있다.
꿈틀거리는 안구의 실핏줄,
일정하게 몸을 띄웠다 내려놓는
그 심장만을 느끼고 있었다.
어둠은 하얌과 같아서,
곧은 태양을 바라보면
마치 블랙홀 같은 구멍이
이 작은 동공에 뚫리는 것이다.
섞여버린 흑백논리인 것이다.
이명은 어디서 들려오는가.
뒤척거리기 시작한 마음은
달려가본다. 광원 대신,
소리의 원점을 찾으러
삐— 삐— 삐——
그럼에도 심장은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건,
배려와 보호와 이해와,
사랑 사랑 사랑,
그것이 부정되는 세상을 부정하리라.
이 우매한 세상은 깨뜨려버리리라.
금이 번지기 시작한 앞은,
아무래도 손에 힘이 빠진다.
흑과 백이 아닌 찬란이 비틀려 나온다.
무지갯빛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
그렇게 모든 것은 밀려나간다.
틈에 발을 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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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새벽같이 이불을 개킨 뒤감아진 눈과 함께 화장실로 향하는 것이다샤워부스로 들어가 뒤늦게 눈을 떠보니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다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 점이미 샤워기 물을 틀어버린 것이다반대편 구석으로 뒷걸음질치고질끈 눈을 감은 채 집을 걷어낸다흘러 떠내려가는 집을 보며,거미는 생각할 것이다나는 왜 여기에 집을 만들어,어쩌다가 휩쓸려 가게 되었나다시 눈을 뜨고 흑갈색 샴푸를 짜낸다거품을 내면서 구석으로 눈을 돌린다어기적, 소름이 돋는다벽을 타고 오르는 거미는어기적, 이번에는 그냥 두리라이제 클렌징폼을 집는다무르팍 높이에 다다른 거미는움직임이 없다, 집 지을 궁리를 하는 걸까더럽다고 생각을 하면서 바디워시를 꺼내고깨끗해질수록 구경조차 하기 싫어진다뜨뜻한 물이 거품들을 지워낸다거미도 지워졌겠거니 하여 바라보니바닥에서 하수구 옆으로 슬금슬금기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이내 선명해진 눈을 이끌고문 앞으로 가 수건을 펼치는 것이다퍽퍽 물기를 털어내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리고 천장 옆 조그마한 창을 바라보며오늘도 비가 퍼붓겠거니 했다
- 박해랑
- 2026-09-07
점.점처럼 된다.블랙홀은 부피가 없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그럼에도.마음 어딘가, 희미하게 자리잡은.그렇게 자리잡아 삶에 두려움을 선사한나는 점처럼 된다.어둠이 한낮에 내려 앉고.점묘화를 그리듯 발자취는무거운 점들을 찍고.빛은 달아날 듯이 쫓아오고.지우개를 힘주어 문지르듯.가볍게 점들은 찢겨나가고.얌전한 붓, 아래 닿기 직전.벽을 보고 없다시피 한다.블랙홀은 눈에 뵈지. 않는다다만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휘몰아치듯 줄을 서는 수천의 점지워진 점을 길게 흩어버리고사건의 지평선 앞에 빛은무릎을 꿇고 울어버려라그대로 향하는 길 앞은선명(線明)으로 가득할 지니천연히 녹아들어본다나는 실처럼 된다속박을 떨쳐낸 그렇게 날아올라선명하게 피어오른 세상 속에그럼에도 새겨진 흉터같이별은 수렴을 하고 있다된다 실처럼 그저실
- 박해랑
- 2026-09-06
다시 어둠 속으로 침전하는 스스로를 보면, 저것은 내가 아닌 것이다. 아무래도 감정밖에 더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공간이 휘어지는 듯이 죽음의 굴레는 벗어날 수가 없고, 무한대로 발산하는 두려움은, 나무 끝자락에서 버티는 낙엽의 한 가운데, 이미 탁해진 푸르름의 빛깔은.촉발된 감정인가. 그대의 부패한 정신 속을 들여다 보면, 치즈 속에 들끓는 구더기와 같은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나쁜 것은 누구인가. 자욱한 연기 속에서, 저 단풍은 푸르름을 잃지 않았고, 박제가 되어버린 채, 마를 일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겠지. 그것이 그리도 좋은 것이냐.마르지 않으면, 장작으로 쓸 방법이 없겠지. 나는 나의 장작이요, 스스로 난로 속에 몸을 던지는 자. 그대는 어찌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하는가. 사라지고, 스러지고, 아스라지고, 없어지고, 흐려지고, 흐릿해지는 모든 것들은, 모두 미개하다고 치부하지 말란 말이다. 활활히 불타는 모닥불과 난로는 등치다. 도끼로 머리를 쪼개라. 따가운 햇빛에 몸을 쪼이고, 화상을 입자. 화장(火葬)을 당할 준비를 하지. 앞에서 분분히 날리는 먼지가 화장(化粧)의 흔적이군. 아무래도 낙엽은 떨어짐이 옳은 자격. 나는 이미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래, 무한히 커다란 질량 속에서 그 뺵빽하게 들이찬 두려움을, 그 아쉬움의 중력을 이겨내려는 자, 안타까울 따름인 것이다. 썩어가는 낙엽을 보며 그대는 참담한 무게를 진 채, 반대의 성장을 한다. 이쯤 되니, 아마 밤이 찾왔을 테지. 여름의 밤은 마치 빙하가 녹아 들어온듯이, 싸늘한 아침.아, 단풍을 상록수라 부르던 이들. 나는 불살라 버렸다. 원형을 따지면 다시 구더기로 돌아가고, 진드기로, 더 작고 작게, 시아노박테리아가 되어린다. 뭉그러져 버린 과거는 생각할 것이 못 된다. 결국 현재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무리지 않냐는 말이다. 절벽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밧줄을 잡고 있는 것은 그대. 절벽으로 이미 떨어진 것은 나. 내 머리는 쪼개졌고, 심렬(深裂)한 태양빛에 데인 상처가 났다. 그럼에도 활활히 불탄다. 무인도에 떨어진 불쌍한 영혼들을 다만 생각해 달라. 그대는 침전해가고 있다고.이만, 나는 할 말을 잃다. 그저 정해지지 않은 것들만을 보고, 다시 정할 뿐. 이미 정해진 것들에는 손찌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풍나무는, 봄에 푸르르고, 여름에 싱그러우며, 가을에 찬란하고, 겨울엔 뜨겁다. 뜨거운 연유는 알 만하다. 그대여, 수렴하는 푸름의 수명을 정해야 할 순간일지니.
- 박해랑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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