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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이로치*, 무엇도 보지 않고 죽은 사람들 상관없었다 몸에 갇힌 순수한 마음들

  • 작성자 양현서
  • 작성일 2026-10-04
  • 조회수 106

1

영혼은

정자세로 앉은 인간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발견한 나의 예언



2

예고된 미래

바깥의 소나기가 유리창에 머리를

가져다 댈 때마다

아파하던 네가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귤을 까먹으면서 오랜 외로움과 작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뮤*를 보러 갈까

하늘을 날아다니는 보라색


환상의 포켓몬을


덩굴을 벗기면 모습을 드러내는

돌에 적힌


유서


고대의 마음은 부서지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다



3

그리하여 가파른 언덕

언덕 뒤의 언덕

바람이 통과하지 않는 낯선

언덕에서

셀 수 없을 포켓몬들을 만나고 잡았다 잡고 나서 그것들을 매끈한 나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잃어버렸다


몬스터볼은 동그래서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자꾸만 굴러가는

바닥을 대충 설계한 집의 낙차

넓은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기계의

울음소리

이곳은 너무 좁고 시린다는 말이 들려오는 언덕


언덕을 올라가면 마을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만 같았다

언덕이 비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도 쓰레기들이 있었다

형형색색의

모습을 바꾸던

운동화의 앞코에 부딪히는


가파른 언덕처럼 따스히 들이치는 햇빛

그 속에서 나누던 대화



4

뮤츠*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실험했다고 해 모든 포켓몬의 총합이 무엇일지 궁금했기에 하늘이 우주라는 말을 이해하면서도 행성을 보지 않았던 유목 민족처럼 차가운 연구소를 걸어 다녔을

연구원들을 상상하면

잠시 모양이 바뀌고도 싶다

메타몽, 메타몽*

그렇지만 마음과 영혼이라는 두 개의 창문은 절대로 인공적이지 못해서

산을 올라가다가 나의 무릎을 차던 네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걷고 싶지 않아 뮤가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것은 예고된

아주 학술적인 이야기였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오랜 외로움을 손에 쥐고

하나씩 벗겨내는 영혼처럼

허술하고 유치한



5

메타몽의 몸이 씻겨나간다


영혼이란 게 있다면

몸과 가장 잘 맞는 옷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을 것 들판과 계절처럼 바꾸어 부를 수 있을 것 네 말에 침묵으로 대답하고 나는 남는 손으로 네 일을 거들었다 너는 첩첩산중의 끝이 어디일지 검은 눈으로

벤치에 앉아 바라보았다

몇 개의 문자를 유달리 거친 종이에 적는다 종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언덕을 미끄러지며 걷다가는 눈앞의 풍경과 마주 앉을 수 없다'


커버린 키를 외면하고 싶었다


그 순간

몸의 곡면마다 던져지는 몬스터볼의 소리와 함께 찾아온

환상의 포켓몬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볼 수 없었을


과거의

섬광이


언덕의 꼭대기에서 번쩍 하고

우리에게 다가와


다음 신에서 만나*


그 말대로

해변에 앉아 그렇게 몇 시간을

빛의 속삭임이 멀어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탁한 곳으로부터

습한 곳으로부터


얼굴의 형상을 어지럽히는

웅덩이의 질긴 파문까지


거대한 손으로 쓸어보고 온 느낌이

과거처럼 멀어지는 동안엔

연구원의 뇌 속으로 들어와서 놀았다

이리저리 어지럽히자 보는 것이 보는 것이 되지 못하게 창밖으로 비가 온다는 착각

나갈 수 없다는 생각같은 것을 주입시켰고


그러나 바깥에 나와도 꼭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지

지금은 자야 할 시간 불을 끄면 펼쳐지는 상상



6

까던 귤에는 어느새 곰팡이가 슬었다

손으로 닦아도 지울 수 없을 상처가


그곳에서 홀로 크고 있다


피가 붉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은

하늘색 하늘 바깥을 상상하다가


집 없이 눈빛 없이 초췌한 얼굴을

땅속 깊이 묻어 돌아다녔을

무지갯빛

은하수는 보지 못하고 안경을 닦고 있었을 연구원들


'그들의 복제'


지구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을 유전병은

어떤 피해도 가하지 못하고 웃기만 한다

주변 환경의 모습을 바꿔가면서 색이 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컬러감을

이동시킨다



7

너는 이미 꾸었던 꿈을 꾼 사람처럼 흥분했기에

집안의 가구들을 제외한

둥근 공들을 무차별적으로 던졌다

울부짖으며

파문처럼

유리창을 적시는 장마처럼


떨리는 눈가에 나를 비추면

목울대로부터 올라오던 총천연색 무지개


이마에 닿을 때마다 아파, 아파

더 이상 변화하고 싶지 않아 숨을 고르면 주변의 돌들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상상하게 된다

얼마나 단단한 돌이었을까 저렇게 한결같이 검으려면


돌을 믿자


돌을 믿자


지나간 마음은 전부 없는 걸로 하자



8

지나간 마음은

없는 마음


창밖으로 작은 나무들이 솟아오른다


수치스러워 잎을 가리고 웃었다

예언을 믿고 살아야 한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색의 파도는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넘실거렸다


이로치 뮤가

집의 낙차를

지나간다





*이로치: 색이 다른 포켓몬

*뮤: '모든 포켓몬의 유전자를 가졌다고 한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숨길 수 있어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절대 들키지 않는다.'

*뮤츠: 뮤를 본따 인간이 만든 인공적 포켓몬.

*메타몽: 모습이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어딘가 뮤와 닮아있는 포켓몬

*'다음 신에서 만나': 정재율 <영화와 해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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