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여길 보시오! 거울이다!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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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뮤즈들이여, 이천년은 지나 다 늙어빠져 틀니로 표상될 뮤즈들이여, 나에게 당신의 추잡한 늙음, 뻔뻔한 늙음을 불어넣어 내 시를 더럽게 만들어 주소서, 나는 당신들의 추레한 노환과 냄새나는 광기를 필요로 하나니, 가죽이 손등까지 말라붙은 뒷간 막대기 같은 팔로, 방 안에만 박혀 하루종일 누워있어 욕창이 갉아먹은 턱 피부조직으로, 잇몸 뼈까지 내려앉아 침이 줄줄 새는 입으로, 퍼석퍼석하고 화장터에서 삐져나온 잿가루처럼 분분하는 머리카락으로, 양 관자놀이에 반달족처럼 번져나간 마른버짐으로, 지방과 연골이 빠져나간 무릎에 대신 쑤셔넣어진 고름들로, 내 시를 문지르고 어르고 달래고 물고 빨고 씹고 간지르고 오물을 펴바르고 발목을 잡고 잿물에 담갔다가 빼어 광기로, 추레함으로, 남루함으로, 더러움으로 비할 데 없는 시로 만들어 주소서,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당신들의 더러움을 따라가기 위해서, 언젠가 세워질 당신들이 묘비에 침을 뱉고 노래하고 춤추고, 세월이 흘러 술을 뿌리고 비석 모서리에 머리를 받아 당신들과 비슷한 모습이 되기 위함이라서, 하루빨리 고독사하길 빌기 때문입니다, 더러움아, 화장실의 벌어진 타일 사이로 기어나오는 집게벌레와 같이 내 시로 비집고 들어오라! 특징 없는 내 시로 몰려들어, 이 빈 도화지에 체액을 싸지르라! 더러움과 재미없는 시가 낳을 아이를 데려오자!
이 시는 재미없는 시입니다,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결말은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고, 남는 건 없겠지, 나는 알고 있어, 다 알 수 있다고, 알아! 내 머리에서 나가, 재미없음, 재미없음ㅡ상태, 재미없음의 실태, 양태, 이든 무엇이든, 나가, 나가줘! 생각해뒀던 재미없는 결말을 머리에서 날려버리려 하고 있어, 언제나 그렇듯이 재미없는 결말이었거든, 내가 재미없는 사람인 것과 같이 자명한 명제이지, 세상을 구성하는 공리, 이 공리에서 내가 나왔어, 정말이야, 제왕절개를 했고, 공리는 죽었지, 상속법에 나온 대로, 뗄 거 떼고 공리ㅡ상태를 물려받았어, 재미없는 사람의 존재라는 공리는 세상과 아무런 모순도 만들지 않으니까, 세상은 완전하다고 볼 수, 없겠지, 물론, 재미없음이 불완전성을 만들어, 재미없음ㅡ상태가 세계라는 공리계에 돋아난 욕창이야, 곧 썩어서 파여들어가겠지, 따라서 나는 40대에 고독사할거야, 이건 재미없음ㅡ공리에서 도출해낸 도태ㅡ정리라고 불리겠지, 나는 도태인간 명예의 전당 최연소 헌액자가 꿈이었는데, 그건 실패했지, 사회가 내 도태를 어떻게 막았기 때문인데, 상관없어, 오래 살다 도태되면 도태ㅡ노벨상을 타거든, 적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입은 촘촘히 꿰매고, 달팽이관까지 파이프로 여러 번 쑤시고, 눈은 찻숟가락으로 파낸 후에, 생각해본 거야.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재미없는 사람이라서야, 그런데, 이봐, 그거 알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시에 재미있음ㅡ상태를 불러올 결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깐, 재미있음ㅡ상태는 독자한테 있을까, 시에 내재돼있을까? 내가 재미없는 사람인 이유는 재미없음ㅡ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이야, 물론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현상이지, 내가 재미있음ㅡ사회에 살았다면, 물론 가정이지, 무서운 가정, 가정은 무너져야 옳아, 짧게 줄일게, 버티지 못하고, 십대에 고독사를 하고 명예의 전당 첫 턴, 최연소, 만장일치였을 거야, 아, 그러면 이건 다행이 아니라 안타까워해야 할 지점인가? 사실, 나는 모르고 있어, 나는 모름ㅡ상태의 속에서 살지, 모름ㅡ상태를 알아? 모르겠지, 그게 모름ㅡ상태이니까, 모름ㅡ상태를 알고 있다면 모름ㅡ상태에 있다고 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아직도 모름ㅡ상태에 있지, 나는 모르고 있어, 나는 모르기 때문에 모름ㅡ상태를 알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모름ㅡ상태에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서도, 제대로ㅡ모르고ㅡ있음ㅡ상태에도 있기 때문에, 모름ㅡ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는거지, 제대로ㅡ모르고ㅡ있음ㅡ상태는 독거노인이 시사평론을 하는 것과 기능적으로 완벽히 동일한 상태이니까, 나는 이미 40대를 건너뛰고 독거노인과 기능적으로 동치를 이룬다고 볼 수 있어, 이를 독거노인ㅡ나 기능적 쌍곡 정리라고 부르자, 40대에 고독사하지 않을수도 있는 언젠가의 나를 위하여, 침대에 묶여 링거만 맞고 있는, 틀니도 벗긴 채인 나를 위하여, 고독사를 더 열망하기 위해서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미래를 설정하는 거야, 이로써 나는 완벽히 고독사를 마주하고 두 팔 버려 껴안고 파묻힐, 아니, 최신식으로, 도시식으로, 도시적인 것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지만, 구워질 준비를 마치게 된 것이지, 내 잿가루는 몇 번 더 갈아서 공장빵에 섞어줘, 분쇄기에 갈리기는 무섭거든.
좋아, 시라고 포장한 쓰레기들을 주섬주섬 담아서 꽁꽁 묶으면 영락없는 쓰레기ㅡ시 복합체야, 누군가의 머리에 들어가서 시간을 뺏을지도 모르지, 이것도 도시식이야, 도시적ㅡ시쓰기ㅡ기법이라고 부르지, 쓰레기ㅡ시 복합체는 누군가의 말랑거리는 회색의 지방질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된 것일지도 몰라, 설계자는 내 뇌일수도 있고, 저기 위에 누워있는 부모일 수도, 누군가가 말하는 정신나간 모든 것의 애비일지도 몰라, 그런거에나 신경을 들이면 나처럼 되니까 조심해, 사실 나도 나ㅡ성을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지, 그것마저도 나ㅡ성이라는 것에 감사해, 이 나ㅡ성이라는 것이 참 재밌지, 하지만 짧게 줄일게, 누군가의 뇌에 쑥 들어간 쓰레기ㅡ시 복합체는 지방에 들러붙어 게걸스레 핥아대지, 볼 만한 광경이라고 할 수 있어, 이 시보다 재미있음ㅡ상태를 더 충족하는게 지방에 눌어붙은 복합체와 지방들의 난교파티일 거니까, 아, 그래도 나는 안경을 빼고 올 거야, 아직 토할 기분이 아니라서, 내 토는 귀중한 것이란다, 저기 저기, 토는 왜 안 하는 걸까, 글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이건 눈물ㅡ토 대칭성 정리라고 부를거야, 눈물을 마지막으로 흘린 것과 토를 마지막으로 뱉은 것이 비슷한 시기로 기억되기 때문인데, 이런 기억ㅡ불완전성을 일일이 짚고 넘어가는 것도 재미없음ㅡ인간이 산출한 재미없음ㅡ시의 조건, 필요조건, 아마도, 라고 할 수 있겠지, 사실 안경을 빼는 이유는 코가 불편해서야, 안경을 빼면 사람들의 얼굴이 뭉개지기 때문에 벗고 다니는 거야, 흐림ㅡ얼굴이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지, 여긴 너무 사람이 많거든, 세상의 사람들이 칠분의 일 정도로 줄어들면 좋겠어, 딱 맞는 인구밀도야, 나도 같이 지워주면, 아니, 애초에 왜 지우지 않았지, 아, 너무 감상적으로 가는군, 왜 지우지 않았냐니, 시기를 놓친거지, 딱 보면 모르겠나, 나도 아는 걸 모르다니, 조금은 놀라워, 아니, 나도 사실상ㅡ아는ㅡ상태인데 모름ㅡ상태라서 그래,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의미없는 작대기 붙이는 말놀이나 할거야, 나도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상ㅡ모름ㅡ상태야, 그래, 어쩔 수 없는거지, 아무것도 모를 때는 뚝딱뚝딱 단어를 배열하는, 미장 일을 해야하는 거지, 물론 단어 미장에 기술은 결여돼 있어.
단어 미장을 더 생각해보자, 여기 어떤 단어들이 있고 저기에 글의 분량이 제시돼 있다면 우선 단어ㅡ타일을 붙일 수 있는 문장 형태를 짜고, 분량에 맞게 단어들을 쏟아놓은 후에 어색한 단어ㅡ타일을 긁어내고 위치를 바꾸고 새 타일을 붙이는 거야, 미장 일에서 그런 식으로 수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은 사실상ㅡ알고있어, 단어 미장이라는 두 단어마저도 단어 미장으로 역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조금 불편한 감이 있더라도 어떡하겠어, 단어 미장도 없으면 내 머리는 완전한 실직 상태에 빠진단 말이야, 할 일이 없지, 원해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고, 의례상 불러주거나 하다못해 의리상 불러주는 곳도 없지, 이렇게 매정한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일종의 창업을 한거 아니겠니, 물론 살아나감의 목적은 더 추한 모습의 고독사이긴 하지만, 이것도 사회가 기회를 주는게 아니잖니, 사회는 이런 문제의 약간 뒤에서 뛰어내리는지를 팔짱 끼고 구경하고 있다가 대충 뛰어내린 후에 절벽이라 위험하다는 경고나 날리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음날 눈물을 약간 찍어내면서 비웃음 때문에 비틀린 표정을 슬퍼 보이도록 애써 포장하지, 물론 표정을 감추는 본인도, 표정을 본 다른 사람들도 뛰어내림에는 관심이 없고 방에 들어가면 뛰어내린 멍청이가 웃겨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밤새 끅끅대다 일어나서는 다른 사람이 나와 비웃음을 가리고, 그 다음 날에는 뛰어내린 사람의 존재를 잊거나 새롭게 뛰어내린 사람이 나와서 꿀벌처럼 붕붕대며 몰려가지, 하루만에 일어날 수도 있어. 내가 사실상ㅡ알고있는 단어들을 미장질 해봐서 아는데, 이 시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재미있음ㅡ상태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메웠지, 당연히 재미없음ㅡ상태기 나갈 수도 없어, 한 번에 한 단어씩만 고칠 수 있거든, 그렇게 해서 이 쓰레기ㅡ시 복합체는 다른 뇌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기껏해아 잠시간 내 뇌에 느슨하게 붙어다니겠지, 고개를 살살 흔들어도 떨어질 만큼 느슨하게, 그런 상태도 절벽에서 떨어지려는 도태 행동주의자들과 비슷해, 그런데 나는 도태 행동주의는 도태가 아니라고 봐, 생각해보라구, 도태는 사회가 나에게 제시하는 또 하나의 길이야, 넓지만 아무것도 없고 긴데다 교통수단 하나 없는 험난한 길이지, 그런데 도태 행동주의라는 것들은 도대체가 그걸 알지를 못하는 거야, 사회가 베푼 도태의 길을 받지 못했거나 갖다 버리고 단숨에 도태의 끝자락에 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 댱연히 불가능한 일이야, 도태에 다가가고 있다 생각할수록 멀어진다는 공리를 알고 있어야 해, 도태를 행동에 옮기는 그 단 한 순간이라도 초점이 거기에 몰린다 이거지, 경멸받는 상황을 도태라고 오해해서 이러는 것일거야, 안타까운 일이지, 아니, 그저 관심을 받고 싶었을 수도 있고, 도태는 이상한 형태이지만 극기라서 격리된 상태로 수행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거야, 그 순간 도태의 길은 접히고 일반적인 사람이 된다는 사실까지 까먹을 정도로, 길은 끊기고 시는 어딘가로 흩어져 가고 붙잡은 단상은 몸을 비틀어 비늘 몇개 남기고 강으로 거슬러 가는거지.
자, 두번째 날이야, 오늘도 재미없는 사람의 재미없는 시겠지, 그렇다면 이것은 일기일까, 시일까, 아무래도 두서없이 갈겨놓은 배설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 오늘은 재미없는 날이기도 했어, 어제가 재미있던 날인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재미없는 날이라는게 있지 않겠어요, 특별한, 특이한, 소중한, 재미없는 날 말이지, 하지만 재미없는 날은 그 존재가 소중하지 않다는 뜻을 담은거 아닐까, 어허, 그렇게 체계를 잡고 연역해나가면 안되지, 여기서는 귀납만 쓰는거야, 그건 연역적으로 알아냈겠고, 아무렴, 그런거지, 아, 선생님들, 보지 말아주세요, 이게 뭐 대담집도아닌데 교사 어록이 되어간다, 내가 꿈꿨던 시간의 내 어록이 들어갈 수도 있겠어, 생각해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르겠어, 그리고 중등교육 교사와 초등교육 교사는 다른 거니까, 뭐, 여기에는 내 어록이 들어갈 수 없겠네, 그만 그만, 재미없는 시에 재미있는 입시 얘기를 꺼낼 수는 없지, 그래도 하나만 하자면, 대체 종교학과 교직이수자는 뭘 할 수 있는걸까, 종교계열 사립학교 당직 근무자 정도, 이것도 후하게 본거 아닌가, 짧게 줄여야겠다, 이건 모름ㅡ상태에서 썼으니까, 나에게 강 같은 책임, 나에게 강 같은 평화를 주는 무책임성, 나는 시를 배설하고, 그러니까, 베풀고, 또 배설하지, 두 행위 모두 어떤 책임도 만들어내지 않을걸, 음, 아, 기본적인 사항은 있겠네, 하지만 무시해야 겠지.
이건 세번째 날에 쓰고 싶을 일기야, 이제는 시라고도 볼 수 없지, 위에 써있는 것들이 시라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 그렇다고, 세번째 날은 분명 재미없는 날이겠지, 나는 재미없는 사람일 것이고, 특이사항은 없겠네, 저기, 그러면 일기는 더 쓰지 않는걸까, 무슨 소리, 이건 시라고, 재미없는 사람이 쓰는 재미없을 시, 일기가 아니야, 일기는 재밌거든, 시에서는 모두가 가면을 쓰지, 일기에서까지 가면 쓰는 사람은 대자보를 쓰는 사람이야, 대자보 전문 기술자 정도로 부를 수 있지, 정말 일기를 쓴다면 기술 없이 정신을 담아두는 것이고, 따라서 일기를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지, 다들 가짜야, 대자보나 찌그리면서 늙어가길 바라는 저 도로 옆 거세당한 은행나무 한 그루라고, 아니, 한 그루도 아니지, 말해 뭐해, 관심도 없어, 은행나무에 붙은 침노린재를 더 보고싶은 내 마음을 알까, 내가 침노린재를 본다고 할 때 그 침노린재의 겹눈에는 이미 내가 수없이 찍혀있는 거야,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분자는 이미 더듬이 사이사이에 들어가 침노린재의 신경세포들을 흥분시키지, 그러고 나면 내가 가진 한 쌍의 홑눈에도 침노린재가 찍히고, 음, 딱히 냄새는 나지 않을 것 같고, 시신경이 흥분해서 대뇌를 실신시키지, 침노린재를 처음 봤을 때의 흥분을 잊을 수 없어, 그 침을 펴고 내 두개골을 뚫고 쭉 빨아들여주면 좋겠다 싶었지, 내 입도 침처럼 생겼으면 좋겠다고도생각했고, 그러면 나도 침노린재인 거잖아, 기능적 동치다 이거지, 아직까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 아쉽군, 저작 구기밖에 없다니, 이건 비극이야, 아니, 희극인가, 기준을 어느 시절로 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가며, 뮤즈들이여,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며 얼마 안 남은 싱싱한 폐포를 죽이는데 몰두하는 노인들이여, 조금은 당신들과 닮았는가? 내 시가 딩신들이 주절거리는 이야기들과 닮아갈 수 있을거라 보는가? 이 말을 듣지는 못하겠지, 들이마셔온 담배 연기가 모두 달팽이관에 쏠려 청각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테니까, 앞의 문장들은 조금은 부당한 내용, 내 뮤즈는 더 옛날의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 현대의 뮤즈들이여, 옛 유산을 모방할 수도 없는 머리와 몸통을 가진 수수깡들이여, 잘 들리지도 않는 귀를 가져놓고도 중얼중얼 작게 뭉개기만 하는 것을 닮아도 되겠는가? 내가 책임지지 않고 헛소리를 씨부려대는, 냄새나고 쭈그러들어 침을 잡아놓지 못하고 질질 흘리며, 주인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까먹은, 종량제 봉투에 담기도 반려당할 혀를 모사할 수 있겠는가? 뮤즈들이여! 희미해지는, 그래서 터무니없는 말만을 내뱉길 지시하는, 지방도 빠져가고 병원체가 침투해 뒤죽박죽 된 뇌를 닮아가도 되겠는가! 듣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고,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묻건대, 뮤즈들이여, 노인들이여, 찻잔에 흐른 촛농들이여! 내가 고독사하지 않고 당신들을 닮을 때까지 살아도 되겠습니까? 더 일찍 명목상의 자연사를 하거나 자살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당신네들의 더러운 속성들을 모두 가질 때까지 살면 자살은 그저 우스운 것이 되는게 맞습니까? 고독사하는 노인들을 노인으로 보지 않아도, 그러니까 당신들 처럼 뻔뻔한 구정물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모든 것을 갖춘 나는, 피부가 쪼그라들고 이가 빠지고 머리가 허옇게 변하면 뮤즈가 되는 겁니다! 내 뮤즈들이여, 내 초상에서 한 조각의 거울이라도 본 이미 죽었든, 아직까지 연명 중이든, 살아있고 살아있었던 노인들이여! 왜 도태의 길에서 벗어났는가, 왜 고독사의 임무를 달성하지 않았는가, 뮤즈가 되는 길이 도태되는 길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었던가, 곰팡내 나는 틀니가 도태의 조각난 자존감보다 위대했는가, 욕창 난 배때지가 도태가 약속했던, 더럽고 구질구질하고 추잡하고 수준낮은 자기혐오보다 의미 있었는가! 내 거울에 비치는 혐오스러운 각다귀로 죽느니 거울에 붙은 미달팽이로 사는 것이 더 나았던가? 알려주소서, 꿈결에 찾아와 속삭여주소서, 고독사를 넘기고 질기도록 살았던, 살아가는, 삶을 알려주소서, 당신들이 속삭여주기만 한다면 여기 벽에 매달린 각다귀는 도태의 길에서 주저없이 날아올라, 미풍에 휘청거리며, 길로, 소주병이 나뒹굴고 타르가 도로 포장재 위에 다시 포장되는 길로 도망가, 날개를 타르에 버무려 거뭇한 민달팽이가 되리다! 부서진 자존감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붙이고, 자기혐오는 타르에 부어버리리다, 그렇게 하여 특이사항 없이 무너져 가리다, 그렇게 하염없이 추락해 가리다! 나를 믿어주소서, 내 대신 이 시를 불러주소서, 내게 다가와 중얼거려 주소서, 타르의 암브로시아를 부어주소서, 일산화탄소의 에테르를 뿌려주소서, 나 또한 뮤즈가 되도록, 나 또한 추잡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고개를 돌린 채 들리는 것이 없는 체 하는 민달팽이들이여, 나는 시를, 일기를, 대자보를 쓰느라 잠시 미뤄둔 채 멈췄던 도태의 길을 다시 걸어간다,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자존감의 동맥을 끊어내기 위하여, 혐오할 사항이 썩어넘치게 남은 각다귀를 똥통에 자빠뜨리기 위하여, 나는 각다귀 영혼의 제분소에서 가루가 되어본 적 없는 종의 어떤 무엇을 바스러뜨리기 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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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 않을 생각들 살아있겠다는 말이니 이만 줄이도록 합니다 라쇼몽을 보다 잠들었고 라쇼몬을 모두 읽지는 않았으며 나생문 예매를 취소하고 취소 수수료를 냈습니다 아쿠타가와의 머리가 길쭉한 것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노파가 잘라가는 시체의 머리칼 쥠처럼 실직한 칼 휘두름처럼 뭔가 말하고 지웠는데 아쿠타가와가 갓파를 닮았다는 말이었던지 구로사와 아키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오히려 좋다는 말이었던지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사태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더랍니다 아쿠타가와의 실상이 마죽 얻어먹는 소설인 것에 실망했다는 말일 수도 있겠고 마죽을 먹여주는 존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으니 코즈믹 호러를 선취하는게 아니냐는 말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이 두 가지가 앞의 말들보다 명확한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구로사와 아키라 혹은 연극 배역에 대한 말이 아니었음은 명확하다고 볼 수도 있겠고 하지 않을 말들 문이 있는데 나생문인지 다른 문인지 알 수 없다는 설명도 같이 말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을 추후에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합니다 말을 하는지 생각을 하는지 생각을 말하는 건지 모호해지는 시간에 라쇼몽을 시청하려고 했었으나 구로사와 아키라는 시차적응을 하지 못했는지 잠들어버리고 말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건 이전에 했었을 수도 있는 말이 아닌가요? 그런 시간은 나생문에 스민 곰팡이처럼 스러지기도 하는 말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이름으로 갖는 한자가 멋있다는 말도 썩어버렸는지조차 모르지만 썩었다는 것은 한 번쯤 싱싱했던 상태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두는 것이기에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밖에는 말하거나 생각할 수 없을거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혹 생각할 필요도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혹 달린 사람이 혹 떼는 이야기를 쓴 아쿠타가와는 혹부리영감과 원고지 가져다 주는 사람을 섞어서 만든 것은 아닐지 말했어도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건 악의적이고 단편적인 폄훼일 뿐이라는 생각도 함께 말해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앞의 것이 참이라면 뒤의 것도 참이라는 가정이 있으니 참인지 거짓인지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쿠타가와의 이마 라인이 올라간 것이라는 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일견 타당해 보이는 말이라는 생각도 말해진 적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말이 구로사와가 분장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는 말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런 말은 이전에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말일 것 같았습니다 내리는 비는 감독이 직접 필름을 구겨서 혹은 노출된 필름에 빛을 쬐서 만든 효과인지 촬영지에 비가 온 것인지 그렇다면 아쿠타가와는 빗물에 젖어 갓파가 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재밌었을 것 같다는 말은 물론 지금도 할 수 있을 말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물안개의 한자어가 무엇인지 잊었습니다 노파가 머릿칼을 잘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값은 아깝고 미장원 값은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하지 않을 생각들 나생문에 올라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테니까요
- 데카당
- 2025-06-19
문제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던 문제가 있다물 과하게 준 상추 조직 불어터진다 이것은 냉장고에 넣어둔 상추의 경우와 같은 반면 줄기에서 뗀 잎에 냉매 줄기 달아줬었고 씹히지 않았다 했었던지 야채칸 고여있는 썩은 물 냄새 채소칸 신선칸 부를 수 없는 이름들 붙여줘도 썩은내 가시질 않아서 몇개월은 사는 줄기에게냉장고 불어터진 잎 들이대며물뿌리개 채우니 어깨 아팠거든줄기에 조음기관 없었고 비 온다는 예보 없었는데내리는비는반드시 맞을지 모르고 맞지 않아도 곤란하지 않을 상추에게 상추를 상추로 부른다고 썩지 않는 것도 아닌 습도에서 제습기가 조용해질 때까지 누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자동배수 호스 서랍 구석에 썩어가면야채자리 채소자리 신선자리일어날 수 있는 자리 추려나가 상추 뿌리자리뽑혔다뿌리 없는 채소 테이프 둘러 냉장고에 배양됐고"내일은 종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예요"내일 종양 묽어지는 일 없는 날이예요그러니 물어볼 문제가 많았고하나는 목전에 뒀으며하나는 구석에 있었다잎과 줄기물어볼 잎은 묽어져 있었고물린 줄기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며 내리는비는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반드시 맞지는 않을지 모른 채고인 빗물 튀겼다상추 튀기면 불 꺼지는 소리 났고그건 나을 수 없는 습도의 문제일 것이었으므로물어볼 뿌리도 많았다맥락 없는 뮤지컬 영화의 씬 전환처럼습도가 오르고 햇빛이 들이쳤고 제습기는 자동제습을 멈췄으나 호스에는 물이 고여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슬로우*가 무고할지 어떨지 알 수 없었던 물가의 김밥천국에서는 상추 반찬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물가는 무고해요!누구의 목소리로 생각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상추 씹어먹음과 불어터짐도 냉장보관됐다물어볼 문장을 끝맺는 기호는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던 시간도 모두 지나갔다비가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등장하는 작곡가
- 데카당
- 2025-06-18
방충망 사이로 기어들어오는 벌레에 위아래가 어딨냐는 벌레도 있었지 기어들어오는 이라는 표현이 난감하다고 밝힌 날개달린 벌레는 인분가루 뿌리다 죽었다 문이 열리면 허리가 굽었다는 사람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사진찍힘 문이 닫히면 나무에 눈이 멀었다는 피해보고 조명이 무료가 아니라면 나무를 오르는 벌레도 존재하지 않을텐데 조사한 바를 전합니다 "구충제는 신자유주의 정신을 물화한 정제임이 도출되다" "이미 죽은 벌레들의 의문이 풀리지도 않은 자리..새로 죽을 벌레가 기어들어오다" "문이 열리고 닫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건에 의문이 제기되다.." 많은 대화가 있었고 많은 벌레가 있었다 몇가지 경첩의 빛바램도 있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 데카당
-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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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리윤입니다. 데카당 님의 <대자보-여기리 보시오! 거울이다!> 잘 읽었습니다. 정돈된 사유가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사유를, 사유가 언어를 즉각적으로 불러오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작법이 인상적인 시였어요. 문장의 힘을 믿고 진행되는 시의 매력이 있지만, 다소 산만하고 가독성이 떨어져서 아쉬워요. 초고는 자유롭게 쓰시더라도 퇴고하면서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시를 정돈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 <자화상>을 읽어보셔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인용하거나 변용하실 경우 정확히 각주를 달아 두시는 것이 좋아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끝부분 몇 문장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 끝부분을 변형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