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물
- 작성자 해강
- 작성일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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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95
왜가리가 달력을 물었지만 무기력한 신입 기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저 저쪽 사무실에서 나는 악 악 소리 사이로 밀려나온 문장을 타이핑 하고 있네요
왜가리는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달력을 물고 이리저리 흔듭니다. 기자는 왜가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적이 없지만
요란한 퍼드덕 날개소리와 특유의 향은 꼭 왜가리의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을 세운 후로 스스로 만든 웅덩이에 점점 젖어들어가고 있습니다.
달력은 뻣뻣하고 길쭉한 몸을 최대로 수그려 스스로를 보호해 보지만 그것은 신입 기자들이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해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었습니다 일순간 얼어붙는 공기,
달력의 얼굴이 한 겹 떨어져 내립니다.
사무실은 모두 눈치를 보고
달력은 왜가리를 원망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보고
그러면 왜가리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다른 곳에 불똥을 튀기고는
곤히 잠에 듭니다. 왜가리의 수면시간은 약 10분,
미흡한 자료조사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왜가리가 그 이야기를 생산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건 이 시간이 공포에 질린 사무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
데스크톱 컴퓨터도 긴장을 풀고 흘러내리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점점 노련하게 사건의 요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신입기자는 이제 기자 앞 딱지를 손톱으로 살살 긁어 떼어내려는 시도 중에 있습니다.
달력이 사라지면 왜가리는 다른 것을 쪼아댈 것은 귀납적으로 알려진 수순입니다
신입기자는 더더욱 목구멍에 뭘 넣고 살고싶어서 목구멍을 닫는 편이기에
십분동안은 달력후배가 안쓰럽다가도 나머지 몇백분동안 달력이 미워보였습니다
어제도 남쪽피부에스테틱의원에서 7차 조류 물림흉터 제거시술을 받은 전적을 카드사에 넘긴 사유로
더더욱 기자는 목젖만 뻔뻔해지고 피부만 두꺼워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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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완전 동그랗게 물었다 고급정보를 주자면 물린 위치는 내 시점 기준 오른 손등, 왼 팔뚝이다 그것은 안에서 솟아오르고 싶어하는 구체의 모양새를 하고 이내 그림자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뿜어낼 수도 있다는 듯 부풀어오른다아무리 긁어도 터지지않을 단단함에서 탐지된 그런 열감과 만족감의 비빔 복합체. 사실 난 간지러운것보다 모기소리가 더 싫다니까 이미 물리면 그냥 무던하게 사는데, 안물린 채로는 물리기 싫어서 불안하니까 모두들 쓸쓸하고 가난한 옛시인들을 존경하는 이유의 근원 부푼 피부 속에 들어차있었어가려움도 없이 정체모를 불안에 쫒기는 가엾은 이들도, 물림의 공포로부터 평생 긴팔 긴바지 시계 넥타이를 주렁주렁 목에 매고 도망가는 사람도,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자기연민이라니까 한 번뿐인 삶 희소가치라도 누리고 가자는 측면에서 가여워지는것도 그리 나쁠것 같지 않지만, 문화상품권도 없이 피를 빨리면 억울해지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아무개씨 소설의 창작 이후부터 지속되는 증상이기도 했으며.. 가엾은 스스로를 스크린에 틀어두고 매일 매일 팝콘이나 오징어따위를 사서 감상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즐거워보이고 말을 걸면 욕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즐거워보이는게 아니꼽다는 명분으로 벌인 칼부림은 의외로 아직 없었다니그것은 정신계층의 층위게임 레이어. 팬케이크같은 지구를 평평하다 주장해도 미시적으로만 인정해주기로 결정하면 접선으로 접점으로 휘어들며 파고들어가는 포크와 그 끝에 묻은 모기의 체액.
- 해강
- 2024-09-08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줍는다?추억의 한접시 불을 밝히고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기는하고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또꽤닮았소 버럭벌컥 물사발 들이키고 길길이 날뛰며 뻣센 내가슴 쥐어뜯으니난 후 부근이 그다지도 날랠시고 무정한 갈매기는 맹세기약 웃지마는 낙은암 깊은 골을 날 위하여 삼겨시니 뉴하주 가득부어 달다려 무론말이 아희야 배 내어 띄워라 기작십년객이 영견만리외라 관장을 조롱하는 죄는 율법에 적혀있고 사령이 떠나자고 하니 고승상유담이 겪어야만 했던 예부상서 영릉후의 공포, 경계, 가식, 미봉, 도회, 비굴, 내외분합물림퇴에 살미살창 가로닫이 일군땅을 끝끝내 버리고 격장에서 같이 굶는 터에 김형은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내 부서! 내 부서! 으디갔어? 응?(미친듯이 마당에 내려선다.)오늘은 산에서 자는 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늦는구?쫒기는 마음! 지친 몸!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위 상품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오와 열을 맞추어 매대에 진열되어 있을 테요
- 해강
- 2024-09-02
「1」하얀 승천하얀 반사빛을 안으려면 색을 버려야 했지만광원은 못 되더라도얻어다 쓸 수 있었으니쨍쨍 작열하는 열기관 아래열기구같이 부푼 셔츠 품반짝 하는 순간 동안저 높이로(떨어지는 꿈과) 「2」솟으려다 추락하기꾸벅 끄덕 끄덜컥 고개 멈추고 주위 홱홱 둘러보기카페인 삐가리가 나면그러니까아직 발이 땅에 붙어있다면그래야 하니까때묻은 카라한테 감사하기그치만가식도 좀 챙겨야하니까밤마다 락스로 벅벅 빨기「3」밤마다 욱신거리는 발목 견디고간신히 꿰어입은흰 셔츠는 일상의 수의그대로 쓰러져버리면편리하게 가려는 전략인지카라에 묻어난 살결물이하얀 배경에 도드라져매일 밤 나를 여기발붙이고 살게 하는건지「4」세탁기 끝 음악에 맞춰무취의 옷을 입고멋대로 하늘에 뛰어들어(추락까지 염두에 두셔야 비행이다)땀이 나기 시작하니 저절로 가라앉으면 그때귀가하기
- 해강
-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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