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사람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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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683
내 얼굴에 해가 눈을 일으켰어
나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어린이들에게 그려져 왔지
내가 물을 떨어트리지 못해서일까?
나는 흐름이 잔잔한 물결이었지
나에게는 물이 없어
물이 있는 존재지만
뜨거움이 모두 마르게 했지
밝고 밝아 모두 일어나 나갔어
어린이들이 노릇노릇 익어가
할머니 집 부침개를 먹던 아이들
이제 먹히는 부침개가 되고
내 모습을 눕게 하고
해의 눈이 앉아
올라가는 것이 내 꿈이야
동생이 늘 나에게 말한 돌림노래
잔잔하게 흐르지 않고 거칠게 흘러가는
동생의 노래
네가 익어가는 부침개를 보는 순간
나는 항상 위로 가는 꿈을 꿨지
높은 곳에서 높은 곳을 기다려왔고
항상 될 것이라 믿고 알사탕을 물었어
올라가는 것은 온도가 높아지는 것
내가 뜨거운 사람이라 열기 있는 음식은 몸에 좋지 않은데
웃는 모습으로
물을 떨어트리지 않고
항상 계속 물을 담아왔어
부침개가 물과 함께 쪼개지고 묽어져
알사탕은 입에서 녹아서 눅눅해지고
물이 많으니 내 속은 끓고 터지고 폭발
새들이 놀랐다네
태양이 폭발하고
빛이 사라지니까
지구는 누가 반짝여 줄까
동생의 세상도 내가 사는 세상도
이제 지구가 빛이 없어 녹아가겠지
해 뒤에 숨어진 폭발
떨어질 때도 사탕 부스러기들 때문에
하나씩 피를 흘리며 하수구로 들어갔다
내 터짐은 지구를 잠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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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줄을 같이 넘는다두 발을 땅에서 떨어트리고모래에 발을 올리고키를 크게 한다두 손을 각자 뭉친다돌기 자란 손잡이를 잡고모래를 신발에서 지운다숨 사이 피가 섞여 나오고인후가 아파지고하늘과 가까워진다줄을 넘는다내 머리는 해와 가까워졌다고소공포증인가? 줄 위에서 보는 아래는 검다줄 위에서 보는 위는 뿌옇다눈이 감기고돌아가는 줄넘기는 땅을 때리고손잡이에서 진동이 온다모래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나는 넘지 못해 또 넘어지고인후통이 목을 꽂는다한숨 대신 기침으로 숨을 쉰다옆에서 같이 뛰던 친구는 땅 아래로 자랐다아래를 보지 않고 아래를 뛰어 본다친구는 줄넘기 줄에 항상 걸리고계속 맞는다그림자로모래와 함께 태워지고내 신발에 눌려 지워진다숨이 차다숨이 차가운 게 아니고 침에 피 맛이 나고아래로 떨어지면서몸에 멍이 난다위가 아닌 땅에서 깊어진다넘지 못한 모래와 함께 터진다같은 곳으로 돌아가자나는 각자의 손잡이를 뭉친다멍을 모은다밟고 떨어지길 반복하며뿌연 하늘로 뛰고뽀얀 땅에서 검게 웃는다웃음에서 모래가 떨어져 나온다흙먼지 기침으로
- 송희찬
- 2025-04-27
고양이 인형을 가져왔다 내 옆자리에 인형을 앉혔다 레고로 만든 생선구이를 식탁 위에 올렸다 물 없이 물을 만들어 올렸다 진득한 레진 물을 그릇에 부어줬다 내 그릇 위 생선 살을 발랐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잔털을 정리하고 비늘을 벗겼다 벗겨진 부분에 잔 가시를 걷어냈다 살고기를 레고 생선구이 위에 놓았다 비린 발냄새가 났다 내 몸 냄새가 난다 나는 *고갈비를 먹는다 옆에 앉은 고양이 인형의 발톱은 짧다 인형 몸에 아동용품 딱지가 붙어 있다 어린이로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인형에게 비늘 속만 먹였다 사각형으로 조사진 발만 먹였다 얼굴로, 눈으로 짧은 발톱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보고 있었다 숟가락질을 멈춘다 고등어 뼈 살을 다 먹었다 고양이 인형의 접시는 생선이 많았다 네모로 조각 난 퍽퍽한 살이 남았다 발소리만 풍겼다 레고 고등어를 정리한다 레진으로 채워진 물 없는 물그릇을 치운다 굳은 레진이 고등어 그릇 위에 쏟아졌다 딱딱하게, 레고가 움푹 파였다 식탁이 젖었다 물 없이 생선 지리탕이 만들어졌다 찐득했고 발바닥에서 땀이 났다 비린 몸 냄새가 고양이 인형에게 다가갔다 어린이용품이 뾰족하게 다가왔다 발을 떼고 고양이 인형을 발 사이에 끼고 잤다 아동용 인형으로 변했다 식탁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 레고 고등어를 기다린다 *고갈비: 구운 고등어 뼈에 붙은 살고기
- 송희찬
- 2025-04-17
냉장고를 연다컵에 보리차를 담고볼펜 잉크를 종이에 떨어트린다안녕하세요. 저는 식탁에 사는 밍키입니다. 생선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려요. 때론 노래도 잘하죠. 집에서 자라는 미나리보다 더 굵고 빠르게 커요.볼펜이 쓰는 첫 글은 퍼져나갔다첫 문장은 인사로 인상을 주고이야기로 배웅 나간다뒷모습만 보고 이야기한다제가 키운 미나리는 마트에서 할인 할 때 사 온 거예요. 가격 딱지가 뿌리에 붙어 있고 10% 싸게 사 왔어요. 저는 그렇게 살아요. 싼 음식을 더 싸게 키워요.잉크가 종이 위에서 쳐져 간다볼펜이 딸깍거리고 밍키는 보리차를 마신다자기소개를 한다싸고 더 싼 밍키를 말한다머리 위에 귀를 만지고냉장고 안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연어를 꺼낸다제가 제일 많이 먹는 생선은 연어예요. 알래스카의 불곰이라 계속 먹고 미나리에 쌈 싸서 먹어요. 미나리로 단단하게, 또 질기게 푹 익혀요. 이거 말하고 싶었어요.손을 잡고 종이를 붙잡고 잉크를 썼다볼펜 물이 글씨를 덮친다첫 글이 찢어진다미나리 뿌리 쪽이 썩어간다밍키는 미나리를 화분에서 뽑고보리차를 쏟았다편지는 흙이랑 섞였고 썩었다썩은 놈을 골라내고빠르게 자란 덜 큰 밍키를 솎아내고흙을 정리한다무른 미나리를 꽂는다글씨를 첫 글로 다시 쓴다다시 쓸까?밍키는 냉장고를 연다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글을 옆에 두고유통기한이 넘은 연어를 입에 넣는다냉장고 정리를 한번 더 해야겠다불곰 옷을 입은 강아지 인형 밍키를 버리고미나리를 싸서 먹는 글을 냉장고에 넣는다나는 내 뒷모습만 썼다
- 송희찬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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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송희찬 님의 <풍선 사람> 잘 읽었습니다. 풍선 사람의 비행을 통해 지구의 사건들이 작게 느껴지는, 언어의 운동을 통한 풍경의 전개가 인상적인 시였어요. "내 터짐이 지구를 잠들게 했다"라는 결말이 특히 좋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부침개' 부분은 재미있지만 시의 내용과 다소 연결이 유기적이지 못한 느낌을 주어서, 다른 소재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