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음악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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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665
혼자 있는 거리에서 깊어지고 있을 때
나는 지워지는 것을 받고 있었지
지키지 못한 것이 앞에 스며들고 있으니까
흑구름이 하늘에서 터지면
우리는 쉽게 여름이 왔다고 하지
여름에 녹은 해
물이 되어 내려오면
나는 해를 담고 있어
여름은 초록 반팔 티를 입고 에어컨 앞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해
네가 부르고 있는 깨진 목소리를 내 귀에 담아
아무도 없지만 홀로 서서 네가 불렀던 파편을 치우고 있어
해가 녹은 자리에 새로운 해가 다시 얼어 있으니
차가운 냉장고 안에 우리는 잡아먹혀 있지
나는 벽에 그림으로 종이에 시로 시골집 아래 양동이로
깊어졌던 여름의 목소리를 담아
흑구름은 하늘에서 조용했지만
하늘 아래 자동차 경적은 언제나 시끄러웠지
소리가 깨지면 모두가 깨져 있어
소리 조각으로 옆집 아저씨도 아줌마도 아이도
깨졌지, 에어컨 실외기로 갈려졌지
갈려진 깨진 조각은
흑구름으로 흘러갔고
사람은 사실 깨져서 사람 인의 모양을 하고 있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여름
습한 온도
구름에 가둬진 사람들
해가 없는 세상에서 지워진 것들
내가 놓친 것들
모두 떨어지면서
나에게 잠긴다
어느새 반팔티는 긴팔로 바뀌었고
나는 깨진 소리로 조각난 음악을 만드는 사람
하나의 글로 하나의 음악으로 하나의 그림으로
깨진 소리가 하나를 타고
마음이 깊어진 사람에게 잠겨
빛을 뿜어
세상 온도는 냉장고
사람들의 소리는 빛과 함께
조각으로 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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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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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12-12
이 얼굴을 미리 본 적이 있다열다섯이었던, 그해 가을에, 미래에 간 것도 아닌데내 미래가 과거에 왔었나 봐그 얼굴이 학교 미술실에 걸려 있다수행평가로 제출했던, 초상화내 휴대폰 갤러리에도 저장이 많이 되어 있고난 이 얼굴을 또 보게 될 줄 몰랐는데학교에서 없어진 뒤 몇 달이 지났는데도미래 모습은 그때 그대로다누군가가 거리에 쏟은 물이 누군가의 발에 깨졌다아무도 모르게 나왔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발바닥에 깨진서리 조각가을은 감나무가 감을 맺고, 제 모든 오감을 내려놓는데거리의 사람들도 몸을 옷으로 가린다그들은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나는 열다섯에도 이 모습을 봤었다열일곱에도 이 풍경을 보고 있네지난날이 쌓인 사진들을 휴대폰 메모리에서 하나씩 지워본다모든 이미지가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소리로 나온다누구보다 단단한 것처럼 담담하게강도 아닌, 생선 집 앞에 떨어진 전어그 앞에 있던, 전물고기가 아닙니다어패류도 아니고요그저 강해 보였던, 내 얼굴이그리 강해 보이진 않는다열다섯에 그렸던 초상화는 평일에 평탄한 길만 걸었지만지금은 폴더식 휴대폰도 접지 않고열일곱의 내 얼굴도 모자에 넣지 않고 있지오감으로 바람을 더듬는다아침이 흐릿한 새벽 속에서미래가 다시 과거를 보고 왔다또 그 얼굴이네좋은 인상하나는나쁜 인상그 인상에 주의를 오래 두지 않고미래를 미리 잊어버렸다
- 송희찬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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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송희찬 님의 <양동이 음악> 잘 읽었습니다. "여름은 초록 반팔 티를 입고 에어컨 앞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해 / 네가 부르고 있는 깨진 목소리를 내 귀에 담아" "소리가 깨지면 모두 깨져 있어"와 같은 문장들이 너무 좋습니다. 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희찬님의 시가 더욱 풍부해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조각나고, 흩어지고, 파편이 되는 것들이 아프지만 희찬님 시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동이 큽니다. '지워지는 것' '지키지 못한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그것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시를 고쳐보아도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