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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시

  • 작성자 율하
  • 작성일 2024-12-14
  • 조회수 415

깊은 밤

아이는 잠에 드는 게 무섭다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으신 아버지께서 

평생을 살아온 15층 아파트 한 채가

옆집 아주머니

미용실 할머니

세탁소 할아버지

1층에 사는 민주

모두가 함께 사는 작은 동네가

일곱 살 인생 아껴왔던 것들이

내일 아침 뉴스 첫 번째 기사가 될까

그게 무서워서 

아이는 잠에 드는 게 무섭다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명제

작은 머리로 골똘히 생각해도 

눈꺼풀은 무겁다

자꾸만 주저앉으려고 하는 눈꺼풀 사이로

순진하고 투명한 눈물이 비집고 흘러나온 덕분에

베개를 흠뻑 적셔가며 풍기는 눈물 냄새 덕분에

아이는 오늘도 짠 내음이 풍기는

해파리와 군소가 사는

투명 바다의 꿈을 꿀 것이다

추천 콘텐츠

유리시계

「오늘 땅을 떠날 것」 초록은 나에게 그런 쪽지를 주고 사라졌다 덕분에 이끼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이끼가 집 바닥을 가득 메워 숨쉬기가 어려웠다 바닥에 남은 건 먼지를 끈적하게 붙이고 사라질 나의 발자국뿐 송골송골 물이 맺힌 창틀에는 파랑만 가득하다 다만 그 속에도 블루베리만큼 푸른 내 얼굴이 있어서 나도 초록과 함께 땅을 떠나고 싶다 초록이 없는 세상은 다름 아닌 파랑만이 가득해서 떫은 맛이 났던 과일은 냉장고에서 모두 썩은지 오래 곰팡이가 가득한 냉장고는 세탁실 창문 너머로 힘껏 던졌는데 박살 난 냉장고 파편은 멀리멀리 튀어 오르고그 틈새로 기어들어가는 개미조차 파랗다 초록이 무엇이더냐 노랑과 파랑의 중간 혹은 진하고 탁하게 생겨먹어 제구실을 하지 못할 노랑 익기 전 맛없는 과일의 마지막 몸부림 몇 년 전 생겼던 무릎의 멍 자국 그걸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그제야 파랑이 보이고 파랑은 지금 바이올렛 색깔의 메모지를 사러 간다 나는 유리컵을 사야겠다 창틀에 맺힌 파랑을 이번엔 사랑하기 위하여

  • 율하
  • 2024-08-12
훼손가치

오래된 도서관 구석에 박혀져 있던 시집을 꺼내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를 매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이해할 수 없는 시인데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된다 종이를 천천히 문지르며 종이가 꼬집힌 흔적을 찾는다 흔적과 지문이 마주치는 부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묻어 있다 검지의 감각만으로 얕은 골짜기를 더듬다 보면 흔적이 감정을 알려준다『분노하는 손톱자국 복합적인 구겨짐… (중략) 』 그 훼손이 나의 나침반이고 시를 읽는 이유가 되어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를 마음의 정중앙으로 도착시켜 버린다 당신의 이름도, 성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 심장에는 이제 당신이 있다 인적사항이 불분명한 당신에 대해서바보같은 나는 사로잡힌다.

  • 율하
  • 2024-05-13
쥐와 벌

찬 바닥 위에서 둥근 손톱을 바라본다.보름달처럼 차오른 손톱이 희다.굼뜬 몸을 오랜만에 일으켜서둥근 보름달을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낸다.이 달이 다시 차올라 보름달이 될때까지무엇을 할지 골똘히 생각하면반복하여 달을 끝없이 바라보고 나보다 바삐 움직이는 쥐를 바라볼 것이다.그 선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초승달을 잘근 깨물어본다.무미건조한 감촉이 혀 끝에 닿는다.그래서 어떠한 약보다 쓰게 느껴졌다.먹던 초승달을 뱉고나머지 초승달은 주변에 흩뿌린다.쥐가 나 대신 내가 되리라 소원하며다시 굼뜬 몸을 바닥에 눕힌다.

  • 율하
  •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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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리윤

    안녕하세요, 김리윤입니다. 율하 님의 <밤의 동시> 잘 읽었습니다. 잠들기 전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 인간의 삶과 생활이 지닌 근본적인 연약함과 닿아 있어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직접적이고, 사유가 단순한 층위에서 그쳐 있어 아쉬워요. 많이 쓰는 것 만큼이나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월장원 게시글의 추천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동시대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접해 보시고 그 안에서 자신이 쓰고 싶은 시, 좋아하는 시를 찾아가며 고민해 보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될 거예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

    • 2025-02-16 08:03:16
    김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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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하

    학교 수행평가로 제출한 시입니다. 문제시 삭제합니다.시작(詩作)메모: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 각종 잡생각으로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힌 생각은 늦은 밤까지 돌아오시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나이를 먹으며 글을 익히고 각종 매체를 접하며 순진했던 나는 세상에는 무서운 일들이 꽤나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알려주는 매체들은 나에게 세상에 대한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것에도 눈물을 흘리고, 쉽사리 겁을 먹었다. 지금에서야 웃고 떠들 수 있는 어린 나의 바보같은 면모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까지 사소한 트라우마가 되었을 만큼이나, 자꾸만 커져가는 두려움이었다. 그 시절에 더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더 용감할 수 있었을까, 아직도 소심하고 나서지 못하는 내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연유는 그런 것이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으로 잠에 들 수 없었을 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민을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며 이러한 경험 이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를 통해 이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모두가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써내려갔다. 어린아이 시절의 두려움을 승화한다는 주제를 담은 시기에 단순하 고 귀여운 시어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그러한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 2024-12-15 14:03:51
    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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