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가 지나간 혀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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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02
지나가는 사람이 숨을 나에게 걸었어
이제 나는 숨을 놓고 걸어가는 사람과
목적지로 향하는 걸음이 같은 거야
내가 입은 숨을 입속으로 박아 놓았어
몸을 향한 숨의 움직임이 움 틀었어
입안은 몸이 따가우니까
몸속에는 어제를 붙잡은 오늘이 있었지
냉장고에 박혀서 태어나서 죽은 날을 잊은
곰팡이가 핀 로제 파스타 소스
몸에서 나이를 지운
내일을 밀고 있었지
냉장고에서 발효되는 곰팡이 파스타
몸속에 들어온 숨을 감는 일을 하는 파스타 소스
몸 위에 묻은 목적지를 지우면서
숨이 있던 자리에 검은 지우개 똥이 자라고
몸이 움튼 허리를 가지게 되었지
몸은 쥐포의 허리와 같았지
숨이 몸에서 구부러져서
냉장고 안에서 발효되고 있어
죽는 날을 잊은 내일 없는 곰팡이가 될 거야
지나가는 사람의 걸음은 늘 등이었다
나는 입고 있는
숨을 입으로 넣었어
숨이 목에 걸렸어
내 일은 뭉친 파스타 소스를
숨 밖으로 꺼내기
몸에 자리 잡은 냉장고 속
지워져서 잊히는
숨에서 깨진 조각들
빈 종이로 그려진
검은 지우개 똥
숨에서 갈라지는 연기
열로 부스러기를 목에 박아 놓는
곰팡이로 자리 잡은
뭉치고 구부러진 것들
나는 집게로 혀의 강세를 조절했어
너무 익으면 등이 없어지니까
내가 걸린 목적지가
숨에서 향이 토하니까
나에게 걸린 지나가는 사람의 숨
하나의 종착점이 남았을 때
지나가는 사람의 등은
지우개 똥이 되어
냉장고에서 곰팡이로 자리 잡았다
내일에서 내 일을 하는 나의 숨이
굽은 허리로
로제 소스에 앉아
내 목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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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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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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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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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리윤입니다. 송희찬 님의 <쥐포가 지나간 혀> 잘 읽었습니다. 이 시는 숨, 곰팡이, 냉장고, 지우개 똥 같은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며, 시간과 존재의 소멸, 그리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고 있네요. "냉장고에 박혀서 태어나서 죽은 날을 잊은 / 곰팡이가 핀 로제 파스타 소스"라는 구절이 특히 강렬하며, 시간이 정체된 공간에서 존재가 부패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어요. 또한 "나는 집게로 혀의 강세를 조절했어 / 너무 익으면 등이 없어지니까"라는 표현이 시간과 육체의 조율을 언어적으로 풀어내며, 시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서 이미지가 압축적으로 쌓이면서 의미가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어, 감정의 흐름을 정리하면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늘 건필하시길 응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