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백
- 작성자 기능사
- 작성일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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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79
파도가 칩니다-... 그대, 바쁜 와중에 이리 또 잡아두어 미안합니다.
여전히 그대에게나 나에게나 해저면은 발에 잡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나도 파도도 바다도 어디 가지 않을 테니까요.
숨을 조금만 더 고릅시다, 그대나 나나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듯합니다.
그대-... 나는 기쁘게 그대의 손을 구하겠습니다.
그대가 파도에 밀려 사라질까 하며 조여 오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나는 연신 튀어나오는 기침을 조금 미루며,
그대에게 웃어지어 보이겠습니다.
그대, 같이 잠수합시다-...
파도 아래로.
어차피 다시 올라오긴 해야겠지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바닷속에서 그대가 힘겨이 실눈을 뜬다면
나는 활짝 웃어 보이며
부드러이 잡은 손등에 키스하고
조금 더 가라앉아 보렵니다.
매일같이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은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아름다워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이 파도 사이에서 무언갈 보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육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잔잔한 파도가 있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아, 선뜻 힘을 내어 나아가기는 너무나 힘듭니다.
우리는 동시에 우리가 마주치는 파도보다 훨씬 더 큰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 파도 속에서도 똑같이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과,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급급한 사람들을 봅니다.
또다시 우리는 우리가 마주치는 파도보다 약하고 잔잔한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 파도 속에서도 똑같이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과,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급급한 사람들을 봅니다.
그러나 파도 아래는 언제나 평온합니다.
파도를 폭력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름 때문에 바뀌는 것은 없을 겁니다.
파도는 우리를 띄우고 내리며 어딘가로 몰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가까스로 맞잡은 손에 키스하고, 어쩌다 마주친 얼굴에 웃어줍시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오직 그것뿐이고, 심지어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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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사
- 2025-03-10
부피플라스크에 우유를 넣는다거기에 코코아 가루를 몇 스푼 계량해서 넣어 섞는다알코올램프 위에 베이컨을 굽는다200ml 비커에 슈납스를 조금 따른다다른 큰 비커에서 삶은 계란을 꺼낸다실험실에서의 아침밥을 그리워할 것이다가끔 묻어나는 희미한 황화수소의 역한 냄새에 계란이 오래되었는지를 의심하면서도 꼭꼭 씹어 넘기던 그 아침밥을 그리워할 것이다다른 냄새와 다른 공기와 다른 차가움과 다른 맛과 다른 전등의 실험실이야 많이 있겠지만졸업식 끝난 어느 저녁에 실험실 문 앞에 앉아 알코올을 손가락에 묻혀 단단히 닫힌 문에다 시를 적는다그렇게 쓴 시가 다 말라서 사라지면 나도 실험실도 그만큼 추워지겠지
- 기능사
- 2025-03-08
카카카카학- 쿨럭 크아아아아아아이이이이이익익익 하 하아아아 컥 끄하하하하아아악 아악 아악 끄우욱 카하아아악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컥 컥 커헉 콜록 컥보인다 보인다 노을이 진다.수영장 풀에서 갓나온 듯 물기 마르는 피부에, 한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일어난다.잠시 노을을 보다가 노을에 비친 해를 따라서 수영장 풀을 바라보았다. 그 흰 빛에 탁한 물에 희미하게 비친, 그리고 물결에 따라 일렁이는, 나라는 것을 보았다. 나라는 것을, 나. 나-나라는 것을 잠시 바라보았다. 마약을 한 보따리째로 풀어버린 또 다른 어떤 저녁의 나를 회상하였다.나는 그 마약물에, 누가 밀었던 것인지, 발을 헛디뎌 빠진 것인지, 아니면 멋들어지게 다이빙한 건지,빠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다시 나라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전과는 다르게, 그러나 전과 같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게 시시각각 더 일그러지지도 덜 일그러지지도 않으면서 일그러져갔다.나는 나라는 것을 다시 뒤졌다.나라는 것의 의식이 기억하는 마지막 경련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나라는 것의 의식이 기억하지 못하는 첫 번째 경련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마지막 경련에 대해 상상했다.그 수면의 저편에 서있는 나, 그러나 수면 이쪽에는 나 따위는 없었다. 수그려 앉았다. 앉아버리니 그 허상 따위는 사라져 버렸다. 경련하며 지새운 몇 날의 밤들을 상상하였다. 그것은 바로 오늘이었을 수도, 어제였을 수도, 일주일 전이었을 수도, 한 달 전이었을 수도, 일 년 전이었을 수도 있었다.계곡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을 맞았다. 이대로는 밤이 오면 꼼짝없이 죽고야 말 것이다.입술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혀로 닦았다. 또 다른 기분, 마지막 경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의존증세일 것이다.휘청이다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앉아서 노을을 조금 더 구경했다.저 수영장 풀에 다시 들어가면 분명 얼어 죽을 것이다. 들어가지 않아도 얼어 죽을 것이다.다시 일어나 나라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까보다는 더 믿음직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일그러져버린다.마지막 경련, 나라는 것과 나라는 것과 같으면서도 나라는 것과 완전히 다르고 동시에 어찌해도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저 별과도 같은 타아라는 것에 대한 구애와, 그가 무위로 돌아감과 그의 반복을,인생을 나는 흐릿하게 떠올렸다. 별, 별, 별과 같은-어느새 땅거미가 져가고 별이 수영장에 비치었다. 별, 별, 가까이서 나라는 것에게 따스함을 주는 별, 가까이서 나라는 것을 태워버리는 별, 나의 우주를 조금이나마 치장하려 한 켠에 박혀서 빛나는 별, 동시에 나를 진공으로 던져내 버리는 기묘한 별.우주는 헛된 진공 위를 조심스레 부양하며 식어간다.해가 져버리고 마약을 잔뜩 녹인 이 수영장은 이제는 별들마저 품고서 일렁인다.식어가는 땅에서 발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지 오래다. 무엇이 지금 글을 쓰는 걸까? 물질세계의 나라는 것은 어느 눈먼 시계공이 만든 착시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그 뒤의
- 기능사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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